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지도를 만들자

by 레브


분명 다 알고 있지만 왜 적어야할까

그 애매함의 답을 수학과 지도에서 찾았다.


어느날 티비 프로그램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이 나왔다.

무언가를 곱하고 더하고..

단순하고 참 쉬운 것들도 개수가 많아지면 헷갈린다.

그 때 종이만 있으면 적어서 바로 풀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머리에는 모든걸 선명히 세기지 못한다.

그렇지만 종이에는 가능하다.

그래서 써야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지도도 그렇다.

이 건물 옆에 이 건물이 있다는 것

그 단순함이 수없이 반복되면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지도는 결국 우리 뇌에 모두 그려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을

모두 그려서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지도가 필요하다.


일단 내 의식이 알고 있는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 무의식과 잠재 의식 속에 있지만 내가 인지하지 못한 것도 찾아보자.


1. 좋아하는것들 : 좋아하는거라 하면 뭐가 떠올라?

2. 나도 모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 니가 몰입하며 했던건 뭐야?


이 두가지 질문으로 우선 시작해보자.




1. 좋아하는 것들 : 좋아하는거라 하면 뭐가 떠올라?

물건이나 행위나 어떤 형태도 상관 없다.


- 자연 : 그냥 너무 좋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부드러움과 손짓과 표정을 사랑한다. 숲에서 풍겨오는 청량하고 개운한 그 향기가 좋다. 햇살이 가득한 날씨에 마음껏 햇살을 누리고 품어내고 머금은 반짝임이 좋다.

- 정리 :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과 무언가에서 오는 차분한 느낌이 좋다. 물건이 넘쳐나던 나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자, 항상 갈망하지만 쉬워보이면서도 어려운 정리. 잘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는 정리된 느낌이 좋다.

- 장미 : 장미향기는 내 최애 향기다. 장미향의 물건이 아닌 장미 생화의 향기를 좋아한다. 생화향이 아닌 인공적인 향은 좋아하지 않는다. 파스텔의 부드러운 색감의 장미를 좋아한다. 그 부드러운 감촉과 색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 라벤더 :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천연오일을 들고 다니며 가끔 옷에 톡 떨어뜨릴때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 요가 :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하는동안 아직도 번뇌가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내 삶의 어둠 속에서 나를 건져올려준 운동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랑하지만 아직까지 내겐 어려운 존재랄까. 그렇지만 나는 요가를 계속 사랑할 것 같다. 대학 시절 잠시 했던 요가가 아닌, 2023년 내가 너무 힘들 때 우연히 시작한 몸과 마음을 위한 요가. 새로 등록해서 3개월 넘게 다니고 있는 음악이 없는 내 몸에 집중하는 요가. 진정한 요가를 더 알아가고 싶다.

- 명상 : 내가 명상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애매하지만 가끔 유튜브로 명상 영상을 틀어 놓고 할때가 있다. 그 때마다 명상은 정말 삶에 중요한 요소라는 느낌이 든다.

- 음악 : 인생에 좋은 날씨와 좋은 음악이 있으면 그게 기분의 90%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우울해도 음악 좋고 햇살이 쨍쨍하면 거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드라이브라면. 어느정도의 우울감은 다 날아간다. 엘피바에서 음악을 크게 듣는 것도 좋아한다. 재즈, 클래식, 피아노연주, 발라드, 80-90년대 음악, 팝송, 중국노래, 일본노래 각각이 주는 모든 무드들이 각각의 매력으로 좋다.

- 여행 : 누구나 좋아할 여행. 여행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좋아했다. 이 넓은 세상에 다른 건물, 문화, 외모, 스타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 작은 사고가 확장되어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스페인 세비야의 맑은 날씨과 오렌지나무, 햇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사랑한다. 태국 치앙마이의 편안한 자연과 감각적인 카페들과 아기자기한 느낌을 사랑한다.

- 가족 : 세상 끝까지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함께해줄거라는 믿음과 편안함과 사랑이 있는 존재. 가족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믿음과 사랑을 알려주는 존재다.

- 사랑 : 오글거리지만 사랑하면서 미워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존재. 사랑하고싶지만 내 마음같지 않아서 사랑을 미워할 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서운함에 투덜된건 아닐까. 유치하고 바보같아도 상관없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달라보이고 그런 스스로를 보며 또 웃기도 한다.

- 영어 : 어릴 적 영어를 못하지만 외국 친구와 팬팔이 하고 싶어서, 메일로 펜팔을 했던게 생각난다. 중고등학교 시절, 할 수 있는 영어는 정말 몇 문장 뿐이었을거다. 지금은 조금은 나아졌다. 외국에서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을 듣고 소통할 때, 영어를 배우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인구들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언어. 평생 공부해야하는 존재.

- 책 : 책은 내가 보는 시야를 확장하는 경험이다. 좁은 안경을 쓰고 안경 속에 보이는 장면만 보던 내가 안경을 벗어던지고 위를 올려보며 하늘을 보기도 하고, 옆에 흐르는 강을 보기도 하며, 뒤에 펼쳐진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보기도 하는 일이다. 누군가 고전을 읽는 다는 것은 그 시대로 확장되는거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삶이 답답할 때, 책을 읽으면 100년전으로도 돌아갈 수 있고 100년 후로도 여행할 수 있다.

- 이불 : 포근한 느낌이 좋다. 세탁한 이불이 바스락거릴 때, 그 안으로 푹 파고들어 안길 때 행복하다.

- 빨래 : 뽀송뽀송하게 햇살을 머금고 마른 빨래를 좋아한다. 바짝 말라서 뽀송하고 향기까지 좋은건 정말 생각만해도 너무 좋다.

- 글쓰기 : 항상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싶다는 막연한 생각들이 있었다. 명확하게 그린 꿈이라기 보다는 언젠가 이런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일상에서 늘 이런걸 공유하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서 오는 이점도 좋아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강력한 도구인건 분명하다. 잘 안되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가고 싶다. 지금 이 브런치도 이런 내 마음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 샤워 : 씻고나서 개운한 느낌이 좋다. 좀 더 물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깨끗함을 감사하는 마음을 집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영화 : 장면이 예쁘고 음악이 좋은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맘마미아의 햇살 가득한 바닷가, 도나가 부르는 Andante andante, 아름다운 장면과 노래들이 좋다. 영화 HER의 따뜻하고 공허한 색감과 The moon song의 잔잔한 목소리와 무드를 좋아한다. 리틀포레스트의 푸르른 장면들을 좋아하고, 500일의 썸머에 나오는 배우들의 감정의 색깔과 사랑에서 허용되는 유치함과 알수없음을 담아낸 그 묘한 영화를 좋아한다.

- 사진 : 그 순간 정말 예쁜 장면을 담았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일상에서 자연이 예뻐보일 때, 그 장면을 비슷하게담아 냈을 때 행복하다.

- 조명 : 저녁에는 조명을 켜두는 것을 좋아한다. 편안한 노란조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여름에서 가을이 조금씩 느껴질 무렵에 씻고 나와서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불 때, 조명을 켜두고 이불에 푹 들어가 몸은 따뜻하고 공기는 청량한 그 느낌을 사랑한다.



2. 나도 모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 니가 몰입하며 했던건 뭐야?

내가 몰입했던 것들은 내가 좋아했던 거겠지. 특히나 해야해서 했던 행위가 아닌 정말 그냥 하고싶어서 했던 일들. 학창시절 해야하만 하는 공부가 아닌 하고싶어서 온종일 몰입했던 것들. 그런걸 찾아보자.

유년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이 되어서까지 난 뭘 몰입했을까. 그 일들의 본질이나 특징은 뭘까.


- 유년기 :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미술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고 꾸미는게 좋았다.


- 초등학생 : 아바타, 와와, 스티커 이런 꾸미는 것들을 좋아했다. 때마다 유행하는 것들을 하곤 했는데, 잘 했는지는 의문이다.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드는게 유행일 때는 만들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온종일 꼼지락거리기만 했고 그런걸 잘 만드는 언니의 실력에 감탄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이면 마음이 평온해졌고 무언가를 그리고 표현하고 만드는걸 좋아했다. 그렇지만 잘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레고를 만들 때면 이렇게 지을까 저렇게 지을까 하며 집 구조만 만들다가 친구는 집을 다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어서 초반에 너무 많은 힘을 써버리곤 했다.


- 중학생 : 음악시간에 느껴지는 햇살을 좋아했다. 가끔 선생님들이 틀어주는 영화나, 음악을 들으며 느껴지는 선율을 그림으로 그려내던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오디션에서 자유롭게 다같이 춤을 추라는 말에 얼어 붙어 버려서 합격하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 고등학생 : 천을 온종일 바느질해서 필통을 만들기도 했고,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으며, 글씨나 편지를 이쁘게 꾸미는 일을 좋아했다. 블로그로 해외여행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여행하는 삶을 동경하게 되었고, 누군가가 쓴 보라카이 포스팅을 보며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꿨다. 영어는 못해도 세계는 넓은 곳이구나 나도 이런 세계를 무대로 살고 싶다 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고, 공부를 못하던 내가 담임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시험공부를 하며 영어 93점을 받았을 때의 행복을 기억하고, 친구과 집으로돌아가면서 지금부터 영어로 말하자! 라고 하며 몇마디를 하고는 침묵의 귀가를 했던 기억도 난다. 해외 펜팔 사이트에 들어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걸고 답장이 오는걸 신기해 했으며 더듬더듬 정성스레 한참을 적어서 답을 보내곤 했다.


- 대학생 : 내가 좋아하는걸 마음껏 했던 시간들. 우선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계속 했다. 대학교에서 외국인 친구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을 연달아했고, 영자신문사, 국제문화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활동, 해외교육봉사 등 국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음껏 했다. 교환학생을 못간것이 아쉽지만 그것 외에는 정말 하고싶은만큼 충분히 했다.

교직이수를 하면서 세상을 넓게 보게 된 것 같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고 이론들을 배워가며 말 한마디가 성장하는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느꼈고 교생을 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나는 꽤나 활동적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 성인 : 어느순간 지칠 때 자연이 너무 좋아졌다. 유튜브 냥숲을 보며 외곽에서 자연과 살아가는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리틀타네를 보며 전원주택에서 자신의 삶을 사는 모습이 멋지고 자유로워 보였다. 다큐를 좋아하고 집, 자연, 얼씽 등 일상이 지칠 때 내가 찾는 것은 자연과 정신에 관련된 것이었다. 유튜브로 책 리뷰를 보고, 우주에 관한 이야기나 이론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성인이 되고 몰입했던 것은 힐링의 감각이었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에 몰입했고, 자연에 몰입했다. 나를 알아가는 일들에 몰입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꽤 많다.

몰입했던 것들도 꽤 많다.


이것들의 키워드는

자연, 꾸미기, 오감이다.


2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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