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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Mar 23. 2022

어디 좋은 사람 없나요

나는 좋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일까

모두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난 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저마다의 이유로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 헤어진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흔히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한쪽 얘기만 놓고 보면 상대방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다. 그런데 반대편 입장도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이 있고, 그 사람의 좋고 나쁨은 대개 입장에 의해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 안 좋은 파트너가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맞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한다.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가 가진 욕망과 신념, 가치관 등이 부딪히며 각기 다른 화음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관적으로 내게 맞는'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 '내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사실 완전하게 알기는 어렵다. 사전 단계에서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지만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확실함이란 자신에게조차 들이대기 어려운 엄격한 잣대다. 순간의 충동이나 감정만으로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결국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만나는 수밖에 없다. 즉 '싫지 않으면 우선 만나본다' 식의 마인드다. 그렇게 관계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본모습이 나온다.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여기서 필요한 건 우리 사이가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섰을 때 과감히 돌아설 수 있는 용기다. 그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면 애초에 촘촘한 필터를 들고 사람을 거를 수밖에.


그래서 조금만 손품을 팔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연인의 유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좋다. 그럼 이제 공식을 알았으니 눈만 잘 뜨고 있으면 되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 상대방이 같은 정보를 접했다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닌 '언뜻 그래 보이는' 사람으로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연애를 전제로 만남을 가지는 소개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매번 그러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행동을 그 사람의 본성으로 치부할지, 아니면 한 때의 실수로 여길지는 여전히 애매하다.


둘, 상대방이 같은 정보를 접하고 나에 대해 해당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한마디로 내가 '꼭 만나야 하는 연인의 유형'이 아니라면 그 사람을 놓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흔히 말하는 '좋은 사람'은 사실 연애에 그리 아쉽지 않다. 이미 주변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차분하게 내가 가진 결점을 관찰하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선호를 내려놓으면서까지 누군가를 만날 이유는 없다. 상대방이 소중한만큼 나 역시 소중한 사람이 아니던가. 결국 스스로 세운 이상형이라는 상한선과 관계 맺기가 가능한 하한선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관계 맺음이란 두 저울이 마주치는 그 지점에서 가능해진다. 일부러 속였든 진실되게 자신을 드러냈든 간에.


이 끊임없는 저울질에 지친 누군가는 그냥 혼자 사는 편을 택하기도 한다. 또 연애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그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은 어떤가. 차라리 속 편하게 '빛이 나는 솔로'로 사는 게 낫겠다. 한편으로 그렇게들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그 관계에 뭔가가 있긴 있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든다. 하다못해 연애 관련 콘텐츠가 잘 소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기가 누군가를 사귀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관계라도 엿보겠다는 심정이다.


그럼 나를 잘 아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될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손쉽게 그 소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반대로 내가 '좋지 않은' 사람으로 비친다면 '좋은 사람'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구절처럼, 좋은 사람의 모습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지만 안 좋은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상태가 나쁘다. '최악의 연인 유형'이라는 주제로는 밤새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지만 '최고의 연인'은 단 몇 줄로 정리가 가능하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카드 성을 쌓기는 어렵지만 손가락 하나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선 '끌리는 면이 있으면서 동시에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안 좋은 면을 가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나도 그 사람에게 완벽할 확률은 더 낮다. 기적을 바라기 보단 조금씩 뭔가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으로. 벚꽃이 떨어지더라도 급하지 않게. 아, 조금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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