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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Jun 20. 2023

사랑할 이유 없는 너를 보며 사랑에 빠진다

너인 이유

왜 너였을까. 내가 사랑하게 된 건.


수많은 별 가운데 유독 너만 반짝일 이유도, 수많은 장미 가운데 너만 향기로울 이유도 실은 없을 텐데. 그저 가능했기 때문이라기엔 그 가능의 영역 속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에 쉽사리 반박당하고, 무려 운명이었다기엔 나만 특별할리 없다며 혼잣말하게 되어버리는데.


사랑이 특별한 건 필연적 이유가 없음에도 찾아온 수많은 우연과, 감정과, 충동 때문이리라. 서로가 가진 무수한 결함에도 다시 살을 비비게 만드는 뜨거움 때문이리라. 오로지 너에게만 허하는 수많은 예외조항 때문이리라.


'이성적'인 나로서는 이해키 힘든 괴상한 일이 내 안에서, 네 안에서, 우리 사이에서 불꽃을 튀겨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다, 왜 같은 물음표일랑 가볍게 벗어던지게 된다. 그저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납득하게 된다.


사랑이 무엇인지 묻거든 네게 들려줄 대답은 없다. 그 대답을 하고 있는 찰나의 시간마저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차피 우리 둘은 알고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다만 문자의 형태로 벼려내지 못할 뿐이다.


서로 맞잡은 손에서, 바라보면 새어 나오는 미소에서, 굳게 약속하게 된 미래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같은 취향에서. 사랑은 항상 그곳에 있었다.


그러니 끝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지금 서로의 눈에 담긴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자. 사랑함으로 사랑받는, 또 사랑받음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여기에 있다. 허무로 점철된 이 무의미한 세상 속에서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주는 건 오직 너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래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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