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더운 날이다.
날카로운 자외선이 임호의 방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말라비틀어진 금전수는 푸른 잎 대신 누렇게 타버린 둥근 잎을 위태롭게 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화분이지만 임호는 식물을 돌보지 않았다.
선물 한 그 누군가가 봤으면 임호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는 위태로운 나무.
그 옆에 더 위험한 임호가 누워있다.
멍한 시선으로 천장을 주시하며 오른손에 쥔 종이공을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한다.
바닥에는 골프잡지와 A4종이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종이를 골프공만 하게 뭉쳐 허공으로 던지는 행동을 아마 한 시간 넘게는 했을 것이다.
민철은 밤늦도록 연습장에 남아있었다.
피칭 웨지를 잡은 손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붙어. 더 가깝게.. 그렇지..'
민철은 자신이 정해놓은 하얀 선 1미터 안쪽까지 공을 보내고
또 보내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연습했다.
연습장 알바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오던 임호는 민철을 보며 말했다.
'갈 때 스위치 내리고 가!'
'어 지금 가냐? 오늘도 자전거 타고 왔어?' 임호에게 민철이 물었다.
'골프는 하체 아니냐... 간다!'
임호는 손을 들어 민철을 향해 흔들었다.
자전거에 올라탄 임호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등 뒤로 민철의 아이언 소리가 들려왔다. 차진 소리의 임팩트 좋은 민철의 아이언 소리가
밤하늘에 길게 퍼졌다. "딱...딱.."
민철과 임호는 대학동창이다.
골프연습장과 의류사업을 하는 민철의 부모는 민철이 어릴 때부터 프로를 만들려고
많은 지원을 했다. 자연스럽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혀 지금은 프로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임호는 어릴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골프를 포기했다.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방황의 나날을 보냈다.
임호가 골프에 재능을 보였지만 시합비용과 장비 그리고 프로레슨비를 대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철의 제안으로 연습장은 알바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무너지는 자존심에 골프채를 놨다. 임호는 그저 프로자격증만이 목표였다.
그 후 티칭 프로나 하면서 살고 싶었다.
'요즘엔 연습 안 하는 것 같네...'
밥상을 차리며 엄마가 임호에게 물었다.
'아냐.. 그냥 좀 안 맞아서...' 말끝을 낮춰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엄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임호는 방구석에 우두커니 찌그려져 있는 클럽을 쳐다봤다.
그 자리에 그렇게 오랫동안 처박혀 있는 골프가방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 옆 벽에는 누가 붙였는지 모르는 종이가 보인다.
'나태는 죄악이다!'
임호는 한참 그 벽을 바라보았다. 그 벽 너머로
민철의 차진 아이언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민철이를 넘을 순 없어...
아니 넘을 수 있어...
아 씨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라이벌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