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천장은 하얗고 깨끗했다.
뭐가 없다. 무늬도 없고 그 흔한 티끌도 하나 없다.
눈에 보이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어떤 걸 유추할 수 있지만
끈이 없어 지금은 생각 자체가 없다.
임호는 그렇게 긴 잠에서 깨어났다.
두 손은 붕대로 감겨있고 두 다리는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누워 있는가?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움직인다.
발가락에 힘을 줘본다 꿈틀댄다.
눈을 감았다 떠본다. 보인다.
목에 힘을 주어 헛기침을 해본다. 들린다.
어렴풋이 흐린 날씨와 뺨을 스치는 빗방울.
그리고, 나무아래 모여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기억 속을 스치 듯 지나갔다.
꿈을 꾸는 것인가?
생각을 깊이 하려고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기분 나쁜 두통이 시작됐다.
고통을 잊으려 눈을 돌렸을 때 침대옆 탁자 위에 놓인 가습기가 가느다란 수증기를
뿌옇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 수증기의 흐름 따라 임호는 다시 기억이 희미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