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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대 Sep 04. 2022

배드민턴이 골프보다 좋은 이유

삶에 잡초는 없다.

"빨리 준비해. 오늘부터 체육관 연다고 하니까 일찍 가야 돼."

퇴근을 하자마자 보채는 아내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떠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운동을 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체육관 오픈 소식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누가 그랬는데 라켓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마약 성분이 있어 쉽게 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말인 것 같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가방을 찾고 라켓과 셔틀콕을 챙겨서 부리나케 체육관으로 향했다. 초등학교 체육관은 집에서 5분 거리라 연착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체육관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바닥을 정리하고 네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들도 그동안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을까.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몸을 푸니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했다. 평범했던 일상이 이토록 고마운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배드민턴 운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운동을 끝나고 집 앞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한잔 하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듣게 되었다. 배드민턴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A조 인원들이 대부분이 대부분 골프를 시작하고 누구는 벌써 머리까지 올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맥주를 앞에 놓고 배드민턴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 이젠 골프 이야기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란히 앉아 있던 아내가 골프 얘기가 싫은지 살짝 자리를 뜬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간 아내에게 골프를 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 친구들도 하는데 한번 해봐. 배드민턴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거야."

"무슨 골프야. 그냥 배드민턴이나 칠래."

"그러지 말고 해 봐.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이 모두 골프 치는데 나중에는 골프 얘기밖에 안 한다."

"..." 


한참 고민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역력하다. 나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골프를 일찍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함께 축구를 하던 동네 형님을 따라 연습장을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벌써 20년도 지난 얘기다. 그 당시에 골프는 돈 많은 스포츠로 알려져 있었고 평범한 회사원이 즐기기에는 부담이 컸다. 여전히 그렇지만. 남들이 골프장 예약을 하고 불러주면 새벽 2시고 3시고 출발을 해야 했다. 가까운 곳은 그린피가 비싸니 좀 저렴한 충청도나 강원도 쪽으로 가야 했다. 그것도 주말 새벽에.


그렇게 열심히 했던 운동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시간만 나면 연습장을 갔고 근처에 있는 파 9홀 골프장을 시도 때도 없이 다녔다. 주머니는 반대로 얇아졌다. 아내 몰래 다른 핑계를 대고 다니기도 했다. 골프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한 겨울에는 두꺼운 파카를 입고 안 되는 스윙을 해가며 즐겼다. 지금 보면 아주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배드민턴을 시작하면서 골프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배드민턴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퇴근을 하면 언제든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말에 운동이 없는 날이면 다른 클럽으로 원정을 가서 게임을 하곤 한다. 배드민턴이 주는 마약 같은 일상이다.


골프나 배드민턴 모두 건강을 위하고 친목을 만드는데 좋은 운동이다. 가끔씩 골프장에서 아이언으로 배드민턴 스윙 연습을 하는 꼴불견을 연출하기도 한다. 골프는 많은 날을 기다려 예약을 하고 운동 인원을 맞춰야 하고 멀리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비싼 막걸리를 마셔야 하며, 하루 모두를 소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배드민턴은 그런 면에서 골프보다 생활 친화적 운동이다. 언제 어디서나 라켓만 있으면 운동을 할 수 있으며, 골프와 같이 먼 곳으로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에 쫓겨 과속을 하지 않아도 되고 OB가 났다고 인상을 찡그릴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할 때 웃음을 지으며 할 수 있는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그런 면에서 소시민적 생활을 해야 하는 내게 가장 알맞은 운동이다.


"내일 집 앞 골프 연습장 등록하러 갈까? 레슨 프로가 새로왔던데." 

"괜찮아. 그냥 배드민턴이나 할래. 자기하고 열심히 배드민턴만 쳐도 좋아."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골프 이야기에 정색을 하던 날과는 다른 모습니다. 배드민턴은 나와 아내의 미래를 함께할 운동이다. 가끔씩 골프 운동을 즐길 때도 있겠지만 배드민턴을 하러 체육관을 오르는 기분은 상상 이상이다. 오늘은 스매싱이 잘 들어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늘지 않는 것이 배드민턴 실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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