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는독서 Feb 26. 2024

19. 재기를 꿈꾸다

<행복의 조건>

19. 재기를 꿈꾸다

배정환


태성은 함께 바리스타 공부를 했던 동기, 수연을 찾아갔다. 목사님과 직접 블렌딩 한 커피를 그녀에게 맛 보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잔에서 입을 떼며 수연이 말했다.

“괜찮네요. 그런데 우리처럼 작은 카페에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단가도 중요해요. 얼마까지 맞춰 줄 수 있는데요?”

“나도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1년 정도는 최저 가격으로 제공할게요. 대신 카페 다섯 개만 연결해 주세요."

이미 다른 곳에서 원두를 받고 있기 때문에 치고 들어가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가 공략 대상이었다.

“박리다매를 하시려고요? 괜찮겠어요?”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많은 걸 바랄 순 없죠.”

"태성 씨 하던 카페도 잘 되었는데, 다시 카페를 차려볼 생각은 없어요?"

"아무래도 저는 카페 운영보다는 카페 지원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떤 것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열정이 넘쳐 보이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저 그리고 수연 씨, 혹시 카페에서 이벤트 하나 해볼 생각은 없어요?"

"우리 같은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한다고요?"

태성은 아마추어 밴드를 수연 카페에서 공연해 보고 싶었다. 밴드도 알릴 겸, 카페 분위기도 바꿔볼 겸, 그리고 태성의 카페 컨설팅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태성의 설명을 들은 수연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발동하는지 창가 쪽 공간으로 눈을 돌렸다. 태성이 먼저 알아봤다.

"그래요. 저기 좋네요. 작은 공간만 마련되면 스피커와 기타는 우리가 가져올 겁니다. 고객에서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한번 해보자고요."


태성은 경험을 최대한 살려보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카페 안고 밖에 공연을 알리는 홍보물을 붙였다. 인별그램을 개설하고 수민이가 카페 홍보물을 제작해서 밴드 소식을 알렸다. 테이블 하나를 치우고 영준이 작은 스피커와 마이크를 설정했다. 밴드 전체가 들어갈 공간은 없으니 기타와 키보드만으로 연주했다. 작은 카페 특성상 조용한 음악으로 노래하고 연주했다. 처음에는 호기심만으로 바라보던 고객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연주를 감상했다. 거리에서도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봤다. 어떤 고객이 지갑을 열어 만 원짜리 하나를 밴드 앞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수연이 그럴 필요 없다고 손으로 사인을 보냈지만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어 괜찮다고 했다. 신청곡은 인별그램 댓글에 올려주면 다음에 연주하기로 약속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태성 씨 기획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 같은 작은 카페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매출은 많이 올랐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제가 좋았으면 좋은 거죠. 단골 고객들이 엄지척하고 돌아갔어요. 이거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특히 인별그램을 개설하고 관리까지 해주시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감사합니다."

"자! 원두는 어디 걸 이용해야 한다구요?"

"아빠와 커피!! 알았어요."

수연이 태성의 손을 잡고 악수를 청했다. 수민이가 앞으로 일 년 동안 인별그램 게시물과 홍보를 맡아주기로 하고 추가 계약도 성사시켰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성과였다.


수민이가 첫 번째 성공을 인별그램과 블로그에 올렸다. 태성은 성공사례를 배경으로 카페를 찾아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수민이는 수민이대로 온라인을 활용했다.

"아빠, 여기 댓글에 카페 창업을 계획 중이라면서,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다는데."

"좋았어. 약속 잡아줘."

태성은 예비창업자를 만나 자신들이 계발했던 시그니처 메뉴부터 고객 응대 매뉴얼, 이벤트, 홍보까지 제안했다. 예비창업자 부부는 특히 홍보에 관심이 많았다. 퇴직하고 차려보고 싶었던지라 카페를 알릴만한 방법이 애매했던 모양이다. 태성은 수민이가 만들어 놓은 카페들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수민이는 벌써 카페의 안과 밖을 감각적으로 찍어 인별그램에 성공사례로 멋지게 올려두었다.

"여기 제안서에 독서모임은 뭔가요?"

"아! 우리 딸이 책을 좋아합니다. 제가 카페 할 때도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이끌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카페에서 책 읽는 분들과 소통하는 서비스입니다."

"저도 카페를 독서 테마로 꾸미고 싶네요."

예비 창업자 남편이 동의했다. 자신의 집에 있던 책을 카페에 가져다 놓고 싶어 했다. 원두를 제공받는 것은 당연했다. 퇴직하고 교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라고 했다. 태성은 신뢰를 보내는 두 분을 위해 잘 안착시켜보고 싶었다.


도성이 오랜만에 로스팅 사무실을 찾았다. 불과 두 달 지났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태성은 도성을 꼭 끌어안았다. 태성은 도성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공부는 할 만한가?"

"아니요. 고역이죠.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래 여기는 어쩐 일이야?"

"형님 잘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요. 사업적 감각이 좋다면서요."

"그야, 다 자네 덕분이 아닌가? 나 어설플 때 많이 도와줬잖아."

도성은 핸드폰을 꺼내 음료 사진을 하나 보여줬다.

"형님 이거 한번 개발해 보죠. 제가 지방 작은 카페 갔다가 먹어본 건데요. 지방 특색을 살린 미숫가루로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나름 구수한 맛과 산뜻한 느낌이 좋았어요. 이걸 잘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태성과 도성은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보았다. 예전에는 고객에게 내놓기 위한 음료라면 이번에는 레시피를 팔기 위해서였다.

“형님 혹시 빵까지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너무 나갔어. 우리가 그럴 여력이 있나?”

그때 수민이가 옆에서 거들었다.

“엄마 있잖아요.”

태성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이전 18화 18. 큰 그릇에 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