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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Apr 01. 2024

24. 결국 사업은 영업

<행복의 조건>

24. 결국 사업은 영업

배정


제빵학원 원장이 공장에 찾아왔다. 이리저리 시설을 돌아보며 수첩에 메모하기를 반복했다. 

"언니 어때요? 이만하면 문제 될 것은 없겠어요?"

"규모가 커지면 감사의 대상의 되거든, 다른 건 크게 문제가 없는데 원료를 저렇게 쌓아두면 구청 심사에 걸려. 창고를 만들어서 따로 보관하는 게 좋겠어."

"언니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원장과 은지는 공장 한켠에 마련해 둔 탁자로 자리를 옮겼다. 식탁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밀가루를 보며 원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환기 시설도 더 신경 써야겠다."

"알겠어요. 돈이 문제죠. 그놈의 돈."

원장은 믹스커피를 받아 들고 후~ 하고 불었다. 

"은지야. 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긴요."

"대부분 수강생들은 빵집만 차리고 가게가 되느냐 안 되느냐 불평만 하거든."

"저도 그랬어요."

"그랬지... 다들 그러다 문 닫고 말기도 하고, 겨우 생계유지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편이야. 내 수강생 중에 가장 성공한 경우는 큰 카페형 베이커리를 차린 경수 씨야. 그런데 거기는 부모님이 돈을 대준 경우거든."

"언니, 아무것도 된 게 없어요. 이제 겨우 30평짜리 가게인데요."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영업으로 돌파한다는 게 대단한 거지. 이런 거 아무나 못한다."

"그렇기는 해요. 저도 궁지에 몰리니까 생각한 거죠."

"많은 사람들이 간절하다고 말만 하지 행동하지 않거든. 아무튼 너는 대단해. 내 수강생 중에 톱클래스야. 성공은 아무나 하니..."

원장이 커피를 들고 일어서 옆에 붙은 화이트보드를 들여다봤다. 손가락으로 거래처를 하나씩 세어 나가다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은지를 내려다봤다.

"거래처가 벌써 20곳이야? 언제 이렇게 영업했어?"

"아직은 대부분 작은 카페고요. 큰 중소기업은 5개 정도 돼요."

"이거 이거.. 올해 더 큰 공장으로 이전해야겠는데."

"언니 수강생 중에 재능 있는 친구가 있으면 여기로 부탁드려요. 전문가를 쓸 정도는 아니라서 수강생 정도만 되어도 문제없거든요."

"그래, 알았어."

"그리고 여기 유치원 원장님 만나봐. 내가 이야기는 해두었는데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

"고마워요. 언니."

은지는 원장을 따라 나왔다. 자동차에 올라탄 원장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자동차가 멀리 건물을 돌아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은지는 서둘러 차 키를 집어 들었다. 한켠에 포장해 두었던 박스를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저 다녀올 테니까. 잘 부탁해요."

직원 4명이 하얀 옷을 입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은지는 차를 몰아 독립 건물로 된 00 유치원 입구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박스를 꺼내 안으로 들어갔다. 유치원 원장님과 마주 앉은 은지는 박스의 빵을 꺼내 들었다. 원장이 누군가를 호출했다. 곧이어 하얀 모자를 쓴 식당 담당자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저희는 원생 규모가 200명이 넘어요. 아이들 먹거리도 많지만, 안전한 먹거리가 더 중요해요. 요즘 아이들은 많이 먹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워낙 알레르기체질도 많고...."

"그거야 당연하죠. 혹시 밀가루 소화에 문제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글루텐 프리 제품까지 만들고 있으니 그걸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아! 그래요?"

담당자는 원장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장이 나가도 된다고 말하자 담당자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갔다. 은지는 원장에게 한 가지 더 제안을 했다.

"원장님! 유치원 말고도 보육원 하나 더 하시는 거 알아요. 제가 유치원 납품하면 보육원에 빵은 무상으로 제공할게요."

"정말요?"

원장은 파격적인 제안에 갑자기 안경을 고쳐 세웠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제가 돈에 눈이 멀었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뭔가 제대로 하고 싶거든요. 그걸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큰 보람이죠."

"사장님은 남는 것도 없을 텐데요."

"괜찮아요. 대신 유치원 소개 좀 해주세요."

"와... 사장님 영업력이 대단하신데요. 투자 마인드도 있으시고. 돕는다는 게 본심인지 아닌지는 묻지 않을게요. 그냥 좋은 마음이라 믿고 싶네요."

"네.. 그렇게 믿어주세요."

은지는 제빵 학원 원장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깐깐해 보여도 보육원까지 운영하며 나름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그래서 매몰차 보이지만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뭐든 할 사람으로 보였다. 은지의 예상이 적중했다. 


은지는 은행에 근무할 때부터 영업이 비즈니스의 꽃이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대부분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영업력의 부재였다. 지점장님이 어깨에 띠 두르고 나가라고 했을 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제가 영업하러 은행에 들어온 건 아니잖아요."

"매출이 줄어드는데 너, 나 할게 어디 있어?"

"그래도 저는 이런 거 못해요."

"그냥 나가서 전단지만 돌려. 별거 없잖아."

하는 수없이 언니들과 전단지를 들고 시장을 돌았다. 힐 신고 치마 유니폼으로 돌려니 다리가 아팠다. 쉴 겸 과일이라도 몇 개 구매할 겸 과일가게 앞에 섰다. 사장님께서 주스 한 잔을 주셨다.

"이거 마시고 해요. 은행도 먹고살려니 힘들겠다."

"저야 시키니까 하는 거죠."

"지금이야 매장 차리고 일하지. 나도 트럭 가지고 다니면서 별거 다 해봤는데."

"아... 처음부터 매장 차린 게 아니셨구나."

"시켜서 하는 거라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영업해 봐요. 여기 시장 상인들 현금 부자야. 하루 벌어들이는 돈이 수백만 원이야. 모양새는 저래도 집이 몇 채씩 되는 사람 천지라니까. 그 사람들 돈을 끌어들이려면 전단지로 되나?"

"매장에서만 수백만 원이 나와요? 정말요?"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과일 거래처가 생각보다 많지. 식당, 유흥업소, 호텔 등... 시장 장사로만 되나?"

"영업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그건 아가씨가 찾아야지!"

아저씨는 마음씨 좋은 웃음만 지어주시고는 별말이 없었다. 그때부터 은지는 제대로 실적을 올려보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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