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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May 13. 2024

30. 자영업에서 기업으로

<행복의 조건>

30화. 자영업에서 기업으로

배정환




"수민아! 엄마 여기 있어."

은지는 수민이를 만났다. 한 달 가까이 바쁘다고 미루고 미루던 만남이라 더 반가웠다. 한 달 전에 어린이날 선물 사주기로 약속했다. 백화점에 들러 문구류를 구매하고 먹고 싶다던 피자를 시켰다. 엄마 없이도 잘 자라나는 수민이지만 은지는 항상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구김살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수민아, 학교에서 친구들이 잘 대해줘?"

"응, 잘 대해줘."

"혹시 생일 파티 같은 거 안 한다고 뭐라 하는 친구는 없어?"

"엄마, 요즘 누가 집에서 생일 파티해? 엄마가 오는 건 더 불편해."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은지는 무미건조해지는 사회가 감사했다. 

"수민아, 엄마 일하는 곳에 가볼래?"

"그래, 엄마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

은지는 수민이를 데리고 뉴욕 베이커리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수정이 나와 수민이를 안아주었다. 

"수민아, 키가 부쩍 컸네. 더 이뻐지고. 잘 지냈어? 이모 안 보고 싶었어?"

그래도 베이커리 시작부터 함께 해온 직원이라 많은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다웠다. 옆에서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던 도성이 은지 눈에 들어왔다. 

"도성 씨, 내 딸이야. 수민이."

도성은 수민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수민이에게 건넸다. 

"여기 오느라 목마르지, 자 이거 받아."

수민이는 선뜻 받지 못했다. 

"왜, 수민아, 감사하다고 해야지."

"아빠가, 모르는 남자가 주는 건 받지 말라고 했어."

도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남자건 받으면 안되지. 그럼 이모에게 줄 테니까. 이모한테 받아."

도성은 건네던 주스를 수정에게 건네주었다. 수정은 주스를 받아 뚜껑을 열어 수민이에게 건넸다.

"오빠라고 해야 하나? 삼촌이라고 해야 하나?"

"저는 오빠가 좋은데요."

도성이 나서자, 수정이 말을 잘랐다.

"지점장님이 오빠고 내가 이모면, 내가 너무 손해잖아. 수민아 절대 오빠는 아니야, 삼촌이야, 삼촌!! 알았지?"

은지는 자주 여기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지 모르지만, 수민이에게 좋은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도성과 수정이 그 역할을 해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르바이트를 이제 막 시작한 윤정도... 은지만의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입구 벨이 울렸다. 손님이 들어왔다. 윤정이 손님에게 인사하고 트레이에 종이를 얹어 건넸다. 

"엄마, 저 언니 일 잘한다."

"어떻게 알아?"

"우리 동네에서는 저렇게 하는 빵집 없어. 다 우리가 하지."

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도성을 쳐다봤다. 도성이 웃으며 수민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거 누가 가르쳤어요?"

"아무도 안 가르쳤어요. 윤정 씨는 첨부터 저렇게 했어요."

윤정은 손님에게서 한 발치 서서 빵으로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설명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흑임자 빵인데요. 그냥 드셔도 좋지만, 여기에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우시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변합니다."

머뭇머뭇하던 손님이 흑임자 빵을 집어 들었다. 은지는 도성을 향해 다시 물었다.

"설마..."

"저건 도성 씨가 가르쳤죠."

수정이 도성 대신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성이 들어오고 나서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문을 닫을 필요가 없어졌다. 고객 접점과 마케팅에 대해서 도성에게 더 배워야겠다. 도성이 감사하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했다. 저런 친구가 만약 다를 곳으로 간다면 큰 경쟁상대가 될지도 몰랐다. 저 사람은 계속 은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수민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온 뒤 은지는 도성, 수정, 윤정을 불렀다.

"이번에 원장님이 일본 제빵 학원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베이킹 투어를 계획한 모양이에요.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공부하고 오면 어때요? 여행도 하고. 우리 사업을 키우려면 배워야 하잖아."

"사장님 이렇게 바쁜데 가능하겠어요?"

도성이 되물었다.

"괜찮아요. 내가 신경 쓰고, 윤정 씨가 일 잘하니까 그 정도는 큰 문제없을 겁니다. 두 사람은 우리 가게 기둥인데, 배워야지. 그리고 가는 김에 휴가도 좀 보내고."

수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저 일본 가보고 싶었어요."

"그래 미안해요. 오랜 시간 나랑 일했는데 내가 너무 무심했나 봐."

"사장님 그런데 왜 자꾸 존댓말을 쓰세요? 편하게 하세요."

"나도 동네 자영업에서 벗어나려면 변해야지. 이제 우리는 직책이 있으니 서로 존중해야지."

"윤정 씨도 정직원 되면 큰 역할이 있으니 잘 배워두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은지는 사람에게 더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이 되려면 인재가 필요했다. 인재는 찾아야 하지만, 지금 있는 사람을 더 키우는 것도 중요했다. 다행히도 빵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게 정리를 하는 도성을 불렀다.

"도성 씨 시간 될 때, 빵 공장으로 와요."

"공장은 왜요?"

"거기서 도성 씨가 봐줄 일이 좀 있어요."

"알겠습니다."

은지는 빵 공장에 생긴 문제를 도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어졌다. 




브런치 북은 정책상 30화가 마지막이네요.

여기서 일단 연재 종료합니다. 

기회를 봐서 <행복의 조건2>를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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