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때거기

by 행동하는독서


- 선배 요즘 어떻게 지내요?

- 그냥 그렇지 뭐. 넌 어때?

- 나도 그렇지 뭐. 크리스마스 때 뭐해요?

- 연수나 만날까?

- 난 바쁜데. 내가 선배랑 놀 정도로 외롭진 않습니다.

- 하하. 그래 알았다.

- 선배! 그때 크리스마스 때 영화 보여준 기억이 난다. 하긴 나를 보여준 건 아니지. 현이랑 둘이 보기 부담돼서 나 불렀죠? 내가 다 알면서도 나가준 거예요.

- 영화본 기억난다. 그때 벌써 알고 있었니?

- 그럼요. 나 눈치 빨라요.

- 지금 사과할게. 미안하다.

- 미안하긴요. 그런데 그냥, 말이라도 '다 같이 보고 싶었다' 하면 안돼요? 으이그, 거짓말도 못 해요? 내가 답답해 미쳐요.

- 그래 다 같이 보고 싶었어. 하하

- 됐어요.


- 그런데 우리가 무슨 영화를 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 로미오와 줄리엣!

- 와! 넌 어떻게 그걸 기억하니?

- 기억 못 하는 선배가 이상하네. 좋아하는 사람 불러서 본 영화를 기억 못 해요?

- 그런가?

- 난 선배가 영화 보여 준다고 해서 은근히 놀랐는데!

- 넌 나 말고도 영화 보여준 선배들 많았잖아?

- 그러게 그 인간들 다 어디서 뭐 하나? 나 하나 안 데려가고… 쯧쯧… 다 소용없어.


- 현이도 선배 말고도 영화 보여준 사람 많았어요.

- 알아 나도.

- 현이가 정말 인기 많았지. 그것이 꼬리를 잘 쳐요. 하긴 내 친구지만 이쁘긴 해. 자기 좋아한다는 사람을 잘 밀어내는 것도 능력이죠.

- 현이는 그동안 사귀는 사람은 있었니?

- 한 때 만나는 사람이 있었죠. 직장 들어가고 사귄다고 했는데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일에 파 묻혀 살았어요. 주변 남자들도 골키퍼 있다고 생각했는지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나 봐요.

- 그때, 내가 용기를 냈어야 하나?

- 그래. 그랬어야 해요. 난 지금도 선배 때문에 울었단 게 믿어지지 않아요.

- 그랬니? 애고? 이런 다 지난 이야기지만 감동이네.

- 현이 이야기 나오면 맘이 아프죠?

- 사실 나도 현이만큼 좋아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 한동안 나도 방황했지.

- 옆에서 본 나도 맘 아프더라.

- 그래.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되는 거야. 다 잊자.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때 만날까?

- 나 바쁘다니까요.

- 그럼 점심이라도 먹자. 괜찮지?

- 그래요 그 정도는 내가 양보해 주지.

- 장소는 그때 거기로 하자.

- 오~ 좋아요. 맘 아파하지 말고 잘 주무셔요.

- 그래... 좋은 꿈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