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뭐해요?
- 어 영화 한 편 보고 있었어.
- 나 어제 우연히 집 근처에서 준형선배 만났어요.
- 어 그래? 잘 지내신다니? 그 형도 졸업하고 한 번도 못 봤네.
- 네 뭐 그럭저럭~~ 애구 우리도 문제지만 그 선배도 얼른 장가를 가야 되는데요.
- 연수야. 준형이 형은 남자로서 어때? 잘해보지 그래?
- 나 참 이 사람들이 정말~~~
- 왜?
- 학교 다닐 때 당신이랑 나랑 사귄 걸로 알고 있더라. 그래서 절대 그런 일 없다 했더니, 당신이 나를 좋아했다는 거야. 어디서 들었냐 물었더니, 자기만 만나면 당신이 내 이야기를 했다네. 당신! 정말 그랬나?
- 당신? 호칭이 왜 이래. 선배한테!
- 나도 너무 황당해서 그렇죠~
-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난 기억이 없네.
- 아이고 이 사람이 진짜~~ 현이 이야기하기 뭐 하니까 매번 대화에 나를 끌어들였구만.
- 그럴지도 모르겠네... 우리 연수가 제일 만만했나 보다.
- 그런데 이상한 건, 현이랑 선배랑 썸씽이 있다는 소문은 없었다는 거야. 희한하네. 나랑 사귄다는 소문은 났는데 말이야. 진짜 좋아한 건 맞아요? 보통은 눈에 보이기 마련인데 말이야. 나도 금방 알겠던데. 왜 아무도 몰랐지?
- 내가 너랑 너무 친하게 지냈나 보다. 너랑 소문이 나니까, 현이랑은 관계가 보이지 않았겠지. 여러모로 연수가 고생이 많았네. 미안하다. 엉뚱한 소문까지 나게 만들어서.
- 다 지난 일인데요. 뭘... 나중에 밥이나 많이 사요.
- 그래 얼마든지.
- 혹시 내가 모르는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요?
- 글쎄… 넌 도서관에 잘 안 왔지?
- 뭐... 가긴 갔죠.
- 현이는 도서관에 자주 왔어. 내가 자리를 맡아 준 적도 많았는데…
- 그랬구만. 어쩐지 그것이 좋은 자리에 앉아 있더라.
- 사실 현이와 좀 가까이 앉으려고, 새벽에 가서 좋은 자리 맡은 거야. 너무 옆자리면 남들 눈에 보일 것 같아서, 좀 떨어져서 맡아두었거든. 쉬는 시간에 현이와 커피 한잔 하는 시간이 내게는 꿈같은 시간이었어.
- 엄청나게 좋아하긴 했네.
- 하루는 공부하다가 자는 모습을 봤는데... 천사가 따로 없더라.
- 와... 선배가 이런 이야기하니까 안 어울린다.
- 나도 안다.
- 호호. 계속해봐요.
- 친구들은 잘해보라고 엄청 밀어주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 아니 선, 후배 사이마저 어색해질까 봐 두려웠다고 봐야지. 지나고 보니 나 참 바보 같다.
- 이해해요.
- 그래서 고백할 때까지 엄청나게 고민했어. 결국, 고백하고 깨끗하게 한 방 먹었지.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어쨌든 고백은 했으니까. 현이 기억 속에 내가 있다는 거잖아. 그럼 됐지.
- 참 바보가 따로 없네. 그런데 정말 사귀는 사람이 있었어요? 사귄다고 했다며?
- 사귀는 건 아니고, 소개팅하고 몇 번 만난 사람이 있었어. 거짓말은 아니지.
- 만난 사람을 정말 좋아했던 건 아니고?
- 소개해준 사람이 누군지 알아?
-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 어. 우리 과 후배인데, 너한테는 선배지. 소개받은 여성도 내가 오랜 짝사랑으로 힘들었다는 걸 알고 있더라고. 잘 될 리가 없지. 그 녀석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소개하다니...
- 선배, 현이를 일 년이나 그렇게 옆에서 짝사랑만 한 거네?
- 그러네. 그만하자. 쪽팔린다.
- 짝사랑 그거 정말 힘들 텐데...
- 그래서 이젠 그런가 안 하려고. 너는 그런 거 하지 마라.
- 그래요. 나도 이젠 그런 거 안 하려고... 이젠 용기를 내요~~
- 알았다. 너나 잘하세요.
- 하하. 내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요.
- 그래. 늦었다. 잘 자라.
- 네. 선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