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카라치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 파키스탄 카라치에 도착했다. 밤비행은 언제나 눈이 반쯤 감긴다. 쏟아지는 졸음에 맞서느라 어깨 위 피로는 두배로 무겁다.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나니 기내를 청소해주는 직원들이 올라탔다. 보통 이렇게 턴비행(현지에 체류하지 않고 바로 승객을 다시 태워 돌아오는 비행)은 다시 출발하기 전까지 약 한시간 반정도의 여유가 있다. 천천히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좀 쉬어주면 될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사이 시간이 두시간 반에 달했다. 지나치게 긴 노릇이다.
이쯤되면 승무원들 중 누구는 점프시트(승무원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거나 누구는 벽에 기대 가만히 눈을 감고있고 또 누구는 최대한 정신을 바짝 깨우며 동료 승무원과 수다를 떤다. 우리에겐 뻔한 그림이다. 그들을 바라보며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가 문득 열려있는 비행기 문으로 눈이 향했다. 캄캄했다. 늦은 시간 바삐 떠오르는 비행기도 없이 그저 고요함 그 자체였다.
조금 더 몸을 숙여 고개를 문 밖으로 빼꼼 내밀어본다. 이 적막을 따라 눈을 들어 밤 하늘로 시선이 향하다 혼자 살풋이 놀랐다. 셀수 없이 많은 별들이 나를 밝게 반겨주고 있었다. 너무 반짝여서 순간 비행기인가 하고 자세히 바라보았지만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명백한 별이었다. 그렇게 별무리와 내가 서로를 응시했다. 나는 지구에서, 별들은 각자 그들이 있는 곳에서.
그 때 문득 떠오른 하나의 물음표. '저 별에서 누군가 우릴 본다면 정말 아름답다며 감탄하겠지. 얼마나 푸르게 빛나고 있을까.' 우린 아주 멀리 떨어진 별들을 보며 감탄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정작 내가 서있는 이 곳이 가장 아름다운 별이란건 자꾸 잊는 듯 하다. 감색 짙은 하늘 위에서 별들이 조용히 말을 건다. 침묵 중 큰 소리로 내 영혼이 울린다. 그리고 가만히 나의 별을 사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