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영화
제목이 역설적이다. 존재하니까 ‘악’이란 단어가 있다. 존재하지 않는 건 거론조차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악은 존재한다’를 다시 흔들어 상기시키는 제목이다.
사슴이 뛰어놀고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생수로 사용하는, 자연과 공존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있다. 이곳에 글램핑장 사업을 하겠다는 컨설턴트 회사가 나선다. 중개인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연예 기획사가 이 계획을 돕는다. ‘돈’ 때문이다. 컨설턴트 회사는 이 마을에 땅을 사놓았고, 사슴 사냥도 시작되었다. ‘돈’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데, 인간도 동물도 자연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파괴한다. 폭력이다.
글램핑장 사업 설명회를 마을에서 개최하며 연예 기획사 직원 두 명이 대리로 온다. 마을 주민들은 침착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조용히 조리 있게 전달하는 데 그 힘은 고성보다도 강력했다. 직원 두 명은 마을 주민들의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 46분 영화가 1시간 정도 되었을 때, 기획사 직원 두 명은 다시 마을로 향한다. 컨설턴트 사장은 글램핑 사업을 포기할 수 없고, 그의 지시대로 마을 주민 중 한 명인 타쿠미를 글램핑장 관리인으로 귀속시키려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돈도 궁하지 않아.”
타쿠미는 말한다. 이 두 마디가 있는 사람은 꼬드길 수가 없다.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다. 타쿠미는 하루를 평온하게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보내고 매일 오후 어린 딸아이를 픽업해서 집으로 온다. 세 명의 우동 값이 모자를 정도로 주머니에 돈이 많지 않다. 실제로 돈이 많냐 적냐는 상대적 비교이다. 타쿠미는 자연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그저 한다. 자연은 불평하지 않는다.
사슴 사냥에서 빗나간 총알로 몸에 상처를 입은 야생 사슴은, 앞에 서 있던 타쿠미의 딸을 공격한다. 어린 딸은 숭고한 희생자가 된다. 영화는 이렇게 끝난다.
세계 곳곳에서 글램핑장 사업을 착수하느냐 마느냐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자연 파괴는 곧 인간 파괴이고 그것을 ‘악’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울림이 남는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인 인간과 자연과 공존하고 존중하면서도 문명을 발달시키는 것, 지구를 보존하고 아름답게 존속시키는 것, 비폭력인 세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인류의 숙제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해
Make it a better place
더 좋은 곳을 만들어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해
There are people dying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If you care enough for the living
만약 네가 삶을 충분히 아낀다면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너와 나를 위해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