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팬이 되다
새로운 세상이다.
세상은 따릉이 타기전과 타기후로 나눌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공공서비스 중 최고의 만족도를 주는 서비스다.
좀 과장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크리스피 도너츠 세트를 사러 나선다. 나는 따릉이를 타고 1단으로 천천히 아내의 걸음을 맞춘다. 아내는 자전거를 못탄다. 몇번 한강에서 연습을 해 보긴 했는데, 아직도 사람들 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탈 수준은 안된다. 따릉이를 같이 타야 할텐데.
우리가 간 왕십리역사 크리스피 도너츠는 쿠폰 사용 예외 지점이다! 이럴수가. 서울에 유일하게 한 곳. 쿠폰 사용이 안되는 곳이란다. 청량리롯데백화점이 가장 가까운 매장이다. 평소같으면 엄두를 못 낼 거리. 집에가서 차를 가져가야 하는거리다. 그러나, 나는 따릉이가 있다! 아내에게 자신있게 얘기한다. 따릉이 타고 가서 가져올께.
따릉이는 토요일 오전부터 제 할일을 해 나간다. 백화점 앞 2~3분 거리에 따릉이 정류장이 있다. (따릉이 대여소가 올바른 표현인 듯 하다.) 내 자전거라면 열쇠를 채우고, 어디다 둘까 고민을 할 텐데 이런저런 고민 안해서 좋다. 몇번 사용해 보니, 이제 반납하는 것도 요령이 생긴다. 뭐, 요령일 것 까지도 없는데, 그냥 대여소에 갖다 두고 자물쇠만 채우면 자동으로 반납이 되는 시스템이다.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온 시각은 5시. 나는 주저없이 따릉이 180일권을 결제한다. 1시간이용, 180일 = 15,000원이다. 이럴수가!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0% 할인이어서 12,750원에 구매를 한 것이다. 나의 따릉이를 6개월이나 이용하는 금액이 겨우 이 정도라니. 이거 뭐 자전거 유지보수 비용은 커녕 그냥 멋쩍어서 공짜로 하긴 그렇고 그냥 회원 가입비 받는 수준 같다.
이제 이동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운동수단으로서 따릉이를 시험해 보고자 한다.
반포대교까지 왕복을 나선다. 가는 길 50분. 오는길 50분. 도합 1시간40분간의 따릉이와 함께 한 첫 한강 달리기. 따릉이를 타고 보니, 이제 따릉이만 보인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따릉이 타고 나서는 젊은 여성들이 꽤 많다. 대충 비율을 따져보면 (저녁 7시 반포~한양대) 전체 자전거 이용자의 50%는 따릉이. 이 중 70%는 여성으로 보인다. 아하~ 그렇구나. 따릉이가 그냥 시내 이동 수단이 아니었구나. 저녁 운동 겸 나들이로 한강 자전거의 많은 비중을 따릉이가 차지하고 있었구나.
세상에 어찌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
따릉이 타다 보면 엉덩이가 아프다. 따릉이에 따라 뻑뻑하고 무거워서 잘 안나가는 게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이제 따릉이 전문가가 되면 자전거 고르는 요령도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