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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Sep 27. 2021

걸어서 서울속으로 - 성수~한남~반포~이촌~을지로

강철체력 부부의 주일 오후 서울 나들이

갑자기 사모님께서 토요일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러 나가신단다.

기러기 하느라 애들 학원도 한번 안 보내주던 내가 토요일 아침 아내를 모시고 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를 찾는다.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2시까지 무려 4시간이다. 아내는 겨우 두번째 수업만에 "하늘"을 제법 하늘처럼 쓴다. "한글"도 한글처럼 멋지게 쓴다. 일취월장, 괄목상대, 청출어람 생각나는 대로 칭찬을 해 준다.


주일 오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우리는 오랜만에 "걸어서 서울속으로"를 하기로 한다.

이런 날씨의 한강 걷기는 백만불을 줘도 체험할 수 없는 선물이다. 먼지 한톨 없는 듯한 청명한 가을날씨. 햇빛만 조금 가려진다면 걷기에 이만큼 멋진 코스가 어디 있을까?


응봉역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조금 걸어내려 가면, 중랑천과 한강이 만난다. 

그 길을 두고 동쪽으로 가면 뚝섬을 지나 잠실, 강동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 가면 한남대교, 반포대교, 이촌동 등으로 이어진다. 오늘 우리는 서쪽을 택했다. 부동산을 좋아하시는 사모님께서 가보고 싶은 이촌동의 단지가 있단다.  좋다. 아내와 함께 떠나는 걸어서 서울 속으로.

걸어서 서울속으로 한강 걷기

3시간을 꼬박 걸었다. 반포대교를 지나 동부이촌동에 다다른다. 이 동네는 일본인들이 많이 산단다. 동네가 차분하다. 스타벅스에서 보이는 맞은편 아파트는 대학시절 살던 일산의 아파트와 똑 닮았다. 아마도 90년대 후반 지어진 아파트는 다 그런 모양인가 보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아파트의 디자인이 있다. 겉만 봐도 80년대인지, 90년대인지, 2000년대 지어진 건지 알수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 아파트의 디자인은 아직도 획일적이다. 좀 더 자유도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있다.


아내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카페라떼를 한잔 마시더니 힘이 났나 보다. 용산 가족공원을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잔다. 다른 사모님들은 삼보 탑승이라는데, 우리집 사모님은 북한 특수군 훈련을 받으셨나, 체력 하나는 특전사 감이다. 자전거를 못 타셔서 그렇지. 나는 손사레를 친다. 내가 두살이나 더 많으니까 내 체력을 좀 봐줘야 한다고.


나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힙지로 어때?"

"힙지로가 뭐야?"

"요즘 을지로를 힙지로라고 하지. 힙해서. 젊은이들이 많이 가지"

"오호! 그 을지로. 오케이"


다행히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아내는 원래 걸어가자고 했다) 을지로4가에 도착한다. 3호선 을지로4가역 4번출구에서 나가자 마자 벌서 사람들로 붐빈다. 골목길을 20여미터만 들어가자 바로 만선호프가 보인다. 이상하다. 만선호프가 만선이 아니다. 예전에는 만선이 꽉 차있었는데 말이다. 맞은편 뮌헨호프는 길거리 간이의자에 젊은이들이 이미 꽉 들어섰다. 뮌헨호프 안쪽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시원한 500 두잔과 노가리 두개를 시킨다. 팝콘과 물은 셀프다. 


뮌헨호프는 아주 자연스럽게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갈라져 있었다.

젊은층은 외부 길가 간이의자를 점령하고, 중장년층은 내부 호프집안에서 삼삼오오 일요일 저녁을 즐긴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20대에서 70대가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캘리그라피 2주차의 한글과 하늘

힙지로. 

그래서 힙한 곳이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곳. 이런 곳이야 말로 우리나라 여가문화의 표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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