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재주가 좋다.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에, 당연히 손으로 하는 건 잘 한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미술시간 정물화그리기나 인물화그릴 때, 그냥 보고 그리면 되는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릴적 아버지가 집에서 이것저것 고치실 때 나는 그 옆에서 도와드렸다. 톱질을 하실 때, 나는 나무를 잡고 있었고, 아버지가 세차를 하러 가시면 옆에서 보조를 했다.
나는 손재주가 좋으니, 뭘 잘 고친다. 아니, 그건 내가 생각하는 나였나 보다. 우리집의 두 여인들은 전혀 나를 그렇게 대우해 주질 않는다.
"아빠가 뭘 잘고쳐요? 아무것도 못 하면서. 엄마가 다 고치지."
"아냐, 나 잘 고쳐. 나 그림도 잘 그리쟎아?"
"그건 아빠 생각이지. 뭘 고친게 있어요? 형광등도 하나 못 갈면서."
그렇다. 얼마전에 주방 형광등이 나갔다.
우선은 요즘 세상에 왜 LED 등도 아닌 형광등이 아직도 있는지 투덜댄다. 형광등을 교체해도 안된다. 아하! 안정기라는 게 있지. 아마도 그게 나가셨나 보다. 마트에 가서 안정기를 하나 산다. 집에와 교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상하다. 이거 왜 이리 복잡하지. 무슨 선이 이렇게 많고, 설명서를 아무리 봐도 헷갈린다.
식탁위에 올라가 안정기를 고쳐보려고 애쓴다.
아내와 함께. 쉽지 않다. 어허? 내 계획대로라면 그냥 쉽게 교체가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이제는 아파트 만든 건설사를 탓하기 시작한다. 뭐.이렇게 안정기를 교체하기 힘들게 아파트를 만들었나. 아니. 애초에 교체가 불필요한 LED등으로 설계를 했아야지. 21세기에 이게 머선 129???
결국은 아들과 아내가 안정기를 교체했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딸내미는 오늘도 나한테 잔소리다. 아빤 못 고친다니깐. 아빠가 잘 고친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니깐!!!
나는 손재주가 좋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딸이 뭐라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