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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Sep 22. 2021

운칠기삼, 어디까지 맞을까?

인생에서 성취가 운이 칠할이고 재주가 삼할이라는데 과연 그런가

젊은 시절 나는 능력주의자였다.


신입사원 동기들끼리 자기소개할 때  어느 누가 "저는 뭐 능력은 없고요. 여러분 동기들만 믿고 앞으로 같이 잘 헤쳐나가죠!"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헤쳐나가는 거지 무슨 다른 사람 어쩌고 저쩌고 하나. 그저 하는 소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거다. 부서배치를 받고 나니 선배들 중에도 이런식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힘든 지역전문가에 선발되고 나서도 이런 식으로 묻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 노력보다는 운이라는 것이다. 그 부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입에 담는 대표적인 말이다.


즉, 인생의 성공을 놓고 보면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것이다.  운육(六)기사(四)도 아니고, 파레토의 법칙처럼 8:2라면 운팔(八)기이(二)라도 될텐데 항상 운칠기삼이란다. 참 이상하다. 수천년전부터 내려온 말일테니 신뢰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증명이 된 것일 게다. 그래도 이상하다 왜 70%가 운일까.


운과 기가 대비된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의 70%는 자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운(運)이란 행운, 환경, 시간, 우연 등 그사람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외부적인 요소일 것이다. 기라는 것은 자신의 노력, 능력, 기질, 성격, 지능, 신체, 건강 등일 것이다. 자신이라고 대표될 때 흔히 묘사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 많은 사람은 자신의 기(技)에 의존하나, 인생의 중년을 넘어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분히 운(運)의 작용이었다고 고백할 것이다.

Garden at Arles 고호 Gogh

나도 그렇다. 중년이 되고 보니 이제야 운칠기삼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오십이 넘어서야 알게된 이 삶의 지혜를 자녀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먹히질 않는다. 하하, 그렇구나 이것은 지나봐야 아는 것이지, 지나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는 것이구나.


이것이 비단 개인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되는 것 이상의 사례가 있다.

투자의 세상. 흔히 주식시장에서도 이 운칠기삼이 적용된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을 한다. 10배 오를 주식을 찾아 오늘도 유투브, 책을 열심히 보고 연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어떤 기업은 지속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쇠락한다. 과연 그 기업의 핵심역량과 인재, 기술만의 문제일까? 아니 것이다. 기업의 성장 또한 그 기업의 업종, 사업환경이 70%는 차지한다는 말이다.


기업의 성장 스토리에도 이 운칠기삼이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오묘하게도 우리의 인생에서 운이 70%를 차지하듯, 기업의 성장에서도 사업환경이 7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휴대폰 사업을 영위하기에 수십년간을 지속 성장을 한 것이다. SK텔레콤, KT도 한때는 대한민국의 최고 성장 기업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조선을 통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때도 있었다. 그 기업들의 핵심역량에는 변화가 없으나, 그 시절, 그 사업환경이 그 기업들의 실적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운칠기삼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우리 인생을 좀 더 여유를 갖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내가 노력해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운으로 70%는 결정되었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좀 더 겸손해 질 수 있다. 우리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운칠기삼. 참으로 오묘한 말이다.

이제서야 이런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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