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말 안듣다 사고치는 중년아재의 반성문
아내가 말렸다.
밥먹고 자전거 타러 나간다는 나를 말이다. 요즈음 이상하게 아내의 말을 듣지 않다가 사고가 난다. 아내의 촉인가? 따릉이 타러나간지 4분만에 반납하고, 절뚝거리며 집에 돌아온다. 왼쪽 허벅지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퍼렇게 멍들어 있다. 확실히 나이탓인지,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젊을때 같으면 후시딘 바르고 며칠이면 말끔하게 아물어 있을 듯 한 상처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행중이다.
바지를 입어야 하니, 상처부위에 후시딘을 바르고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인다.
반창고가 없으니 아쿠아밴드라도 찾아 두개를 붙여야 한다. 아쿠아밴드는 우선 포장을 뜯기도 힘들다. 왜 이렇게 안 뜯기는지. 가위를 갖고 뜯는다. 용케 개별 포장지 비닐을 뜯고, 이제 중간을 잡아 양옆으로 접착면을 띈다음에 붙이면 되는 것이다.
웬걸. 투명한 색깔이다 보니, 거꾸로 붙인 것이다. 손에 접착면이 뭍어 반창고는 허벅지가 아닌 내 손에 붙어 버렸다. 아! 이런, 이제는 반창고도 하나 제대로 못 붙이네. 반창고 붙이며 투덜대는 나를 아내가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잘 못 붙일수도 있는거지. 투덜대는게 더 이상하네요"
그렇다. 잘 못 붙일 수도 있는건데, 나는 왜 이 상황에 투덜대고 있을까?
노안이 시작된지 벌써 한참이라 돋보기가 아니면, 사실 설명서 같은거 읽을 엄두도 못 낸다. 스스로는 반창고를 제대로 못 붙이는 것이, 아마도 나의 노안과 또 요즈음 급격히 진행되는 여러가지 노화현상의 하나라고 자각을 해서 인 듯 하다. 내 몸 스스로에 대한 나의 불만인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지 않은 사고는 어제도 발생했다.
강화도에 바람이나 쐬러 간 김에 전원주택 보러 간다고 여기저기 모르는 길을 들어간다. 석모도 가는 길에 갑자기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내가 말린다. 왜 굳이 이런 길로 들어서냐고. 아뿔싸! 차는 몇분만에 좁은 T자형 도로에서 끍히는 소리와 함께 정지한다.
내려서 볼 엄두가 안 난다. 우선 차를 빼고, 큰 길로 나와 차를 살핀다. 이런. 잠깐 긁힌 줄 알았더니, 앞 범퍼가 심하게 우그러져 있다. 아래는 찢겨져 있다. 차박사인 조카에게 전화를 해서 사진을 보내준다. 교체해야 한단다. 즐거웠던 주말 나들이가 급 우울해 진다. 왜, 아내의 말을 안 들었을까? 왜 그랬을까...
아내에게 운전을 맡기고 돌아오는 서울 길은 유난히 우울해 보인다.
분명히 왔떤 길인데, 조수석에서 바라보는 돌아오는 서울 길은 낯설기만 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아내는 한 마디 한다. 이미 지난 거 자꾸 생각해 봐야 뭐하겄소.
그래 아내의 말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