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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Aug 20. 2021

이상하다 2차접종은 아파야 하는데

이틀째 하루 종일 누워있었더니 정말로 아파졌다


한 때 백신이 도착했다는 "까똑 카똑" 소리에 카톡 메시지를 보면, 흰고무신 그림이 떡하니 있던 적이 있었다. 그 흰고무신을 이제 두번 다 맞았다.


원래 몸이 좀 무딘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런 주사에 별로 긴장감이 없다.  


1차 접종은 예상대로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왼쪽 주사 맞은 부위가 조금 뻐근하고, 머리가 조금 아픈 정도. 타이레놀 한개를 먹고 나니, 다음날 아침 아무 이상 없이 정상적인 출근을 했다.

여사원들이 잔뜩 긴장하는 듯 하다. 여기저기 물어본다. 괜챦냐? 증상은 어떠냐? 


"그거 나처럼 건강한 사람은 괜챦아. 나는 감기도 잘 안걸리거든. 00씨도 건강하니 괜챦을거야."

"어? 부장님이 건강해요? 아닌 것 같은데. 건강한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던데"

"ㅠㅠㅠ"


헉, 그렇구나. 다들 나를 그렇게 썩 건강한 아재로 보고 있지는 않구나. 나혼자 만의 착각이었구나.


어제 드디어 2차 접종을 마무리했다. 1차와 동일한 의사선생님의 가이드. 1차와 동일한 접종 후 20분간의 대기. 그리고 종이 한장 받아들고 집으로 향한다. 

우연챦게 같은 날 아내는 1차 접종을 했다. 아내는 어깨가 좀 겨리고, 계속 졸리다고 일찍 잠을 청한다. 나는 2차 접종에도 별 반응이 없다. 우리 회사 만물박사 00박사님의 얘기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2차 접종이 3배 정도 힘들게 되어 있다고 한다. 화이자의 경우 1차 접종시에 항체가 20% 정도 생성되고, 2차 접종시에 70% 이상 생성되게끔 설계가 되어 있으므로 곧 몸의 항체 생성이라는 정도로 보면 3배 정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아무 반응이 없지? 

혹시 물주사 아닌가 할 정도로 아무 반응이 없다. 실제로 주사 맞을 때 너무나 순식간에 끝이나서, 과연 백신이 들어가기라도 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뭐가 문제인가? 내 몸의 면역체계가 무언가 이상이 있어서, 두번째 주사에 반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파야 하는데 왜 나는 안 아플까? 세배 힘든게 정상이라는데... 이상하다.


이튿날 회사에 일찍 출근을 했다.


 회사 휴가 규정은 이렇다. 접종 당일은 기본적으로 휴가이고, 둘째~셋째날은 증상이 있는 경우 부서장에게 결재를 받아 휴가를 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증상이 없는 것 같은 나는 당연히 출근을 했다. 아침에 회의 두개를 하고 나니, 옆에 후배들이 집에 가서 쉬란다. 피곤해 보인단다. 괜히 무리해서 다음날 또 힘들어 하지 말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그 얘기도 맞다. 쉴 수 있을 때 쉬어 주어야 몸도 제대로 회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거가 정상인데, 나도 어찌 보면 꼰대 기질을 숨길 수 없는 게다. 괜히 휴가 이틀씩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아프길래 굳이 휴가를 쓰나... 하는 마음도 가졌던게 사실이다. 2시간 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온다. 


이런 의식의 흐름이 든다. 나는 2차 접종을 했다. 그러니, 몸에서 항체 반응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매우 힘든 상태가 정상이다. 내가 좀 무뎌서 잘 못 느낄 뿐이다. 나는 지금 아프다. 그러니 쉬어야 한다. 나의 휴가를 정당화시켜야 하므로, 나는 인지부조화 작동체계를 가동시킨다. 어찌보면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나 스스로의 상태를 매우 힘든 상황으로 규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누워 쉼을 청해 본다. 


하루종일 누워 있으니 정말 더 아파진다. 식은 땀도 나고, 허리도 뻐근하다. 


온 몸이 쑤신다. 그래 나도 아프다. 근데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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