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연히 아이유의 앨범 Palette 수록곡을 듣게 됐는데, 다시 들어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다시 들으니 앨범 속 숨은 디테일, 특징들이 나에게 와닿아서, 결국엔 앨범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번 앨범 소개글에서는 앨범의 특징, 다시 들을 때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위주로 이 앨범을 소개하려고 한다.
앨범 Palette
아이유의 음악은 예전에는 단순한 아이돌 가수, 소녀의 이미지로 소비되었다면, 이제는 ‘국힙원탑’이자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소비된다. 아이유가 아이돌 가수에서 아티스트로 전환하는 시기 만들어진 앨범이 바로 미니앨범 Chat Shire와 정규앨범 Palette이다. Chat Shire에서는 아이유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트랙이 대다수였다면, Palette에서는 실험적이고 서정적인 트랙이 주를 이룬다. 스물다섯 아이유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내서인지, 팔레트는 다시 돌아올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Palette MV 중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
팔레트의 첫번째 트랙 dlwlrma에서는 unlucky, 새 신발처럼 아이유 앨범의 첫번째 트랙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매번 아이유의 첫번째 트랙의 가사는 마치 처음 듣는 우리에게 말하듯,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가사들이 늘 적혀왔다. dlwlrma에서는 상큼하고 발랄한 반주덕에, 가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시 들으면 좋은 포인트는 가사 부분부분이 아이유가 아끼는 걸그룹 오마이걸과 관련된 말이란 점이다.
잼잼 Teaser 중
덮고 그 위에 다시, 얹고 또 다시
팔레트의 다섯 번째 트랙 잼잼에서는 끈적거리는 커플 한쌍의 관계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한국 음악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해 더더욱 퇴폐적인 멜로디가 완성되었다. 아이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잘 어울려 수록곡임에도 꽤나 인기가 많았던 트랙이다. 다시 들으면 좋은 포인트는 사실, 이 노래 작곡한 사람이 선우정아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선우정아가 정말 잘 이용하기에, 이러한 명곡이 탄생한 것은 아닐까
이름에게 Teaser 중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팔레트의 마지막 트랙 이름에게는 앨범의 두번째 타이틀곡인 만큼, 분량도 가장 길고 가사의 주제도 위로와 화해이다. 가사의 내용은 잃어버린 상대방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가사의 내용과 반주의 느낌이 마치 애처로운 사람이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세월호 추모곡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시 들으면 좋은 포인트는 시작부분부터 끝나는 부분까지 피아노 소리가 똑같은 길이, 똑같은 음으로 계속 울리는데, 이로 인해 발라드 트랙이지만 역동적인 느낌이 살아난다. 이 부분을 집중하며 다시 들어보자.
아이유의 Palette는 서정적인 이름에게, 마침표, 실험적인 잼잼, Black Out 등등 팔레트 위의 물감처럼 아이유의 색깔들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Palette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각종 국내 음악상들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빌보드가 뽑은 K-POP앨범 1위에 달성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유를 대형 가수로 생각하겠지만, 대형 가수라기보단 개인적으로는 잔나비, 10cm, 혁오와 같은 인디 가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소속사의 생각이 아닌, 본인이 담고 싶은 메시지를 아이유는 앨범 Palette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의 Palette를 아이유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다. 마음 깊숙히 누구나 존재하는 색깔들이 Palette의 수많은 색깔들과 어울려서이지 않을까. Palette는 한국의 어떠한 가수도 흉내낼 수 없는 아이유만의 스물다섯빛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