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아홉 분이 신청해주신 이번 독자와의 만남은 8월 1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오전에는 학내 여학생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신 하림 님과 혜은 님, 노동자연대에서 활동 중이신 수진 님, 오랜 독자이신 윤선 님을 모셔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오후에는 학내 민주학생기념사업회에서 활동 중이신 하진 님과 가을호부터 편집위원으로 함께하게 된 수민 님이 독자로 참여해주셨습니다. 특히 조선대학교 교지 《민주조선》의 편집장 현준 님, 편집위원 연아 님께서 먼 길을 무릅쓰고 고대문화의 편집실을 두드려 큰 감동을 안겨주셨고, 부편집장 민지 님은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줌(Zoom)으로 참석해 소감을 나누셨습니다. 독자분들의 성원과 애정 덕에 종일 북적이던 편집실이었습니다. 자리해주신 분들을 비롯해 《고대문화》의 여름호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윤선 이번 호에 학내의 사건들이 많은 점이 되게 좋았어요. 《고대문화》는 분명한 논조를 가지고 학내에 이런 논란이 있는데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되고 이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방식이 깊이감이 있다고 느껴서 그런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총학생회장 논란’ 이후의 이야기를 《고대문화》를 통해서 처음 봤어요. 다른 학내 언론에서는 그냥 그때 이런 징계가 내려졌다가 보도의 끝이었고 후속 보도가 없었는데 《고대문화》를 통해서 이런 내용도 새롭게 접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연아 저는 책이 비거니즘에 대해서 정말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어서 좋았고, 특히 개인이 비건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했어요. 비건을 개인 차원에서 실천하기에 어려움이 정말 많아서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못 하게 되는데 이번 호를 읽고 어떤 식으로 비거니즘을 지향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어요.
현준 학내 문제에 있어서 청소노동자분들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생각을 하는데 서울에서 다른 학교와 같이 연대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고요. 이런 게 교지의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비거니즘과 관련된 글의 경우 지역의 조건과 환경은 서울과 또 많이 다르잖아요. 광주/호남은 비건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좀 마땅치 않아서 지역의 상황과 대비해서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민지 학내의 경우 저도 총동아리연합회장을 맡아봤고 지금 학생 사회가 얼마나 학생들을 탈정치화 시키려고 하는지를 너무 이렇게 잘 느꼈었던 사람으로서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소를 해 나가야 되는지를 사유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특집의 경우 ‘비거니즘’이 요즘 되게 또 떠오르는 말이라 사람들이 정확히는 몰라도 비건이 무엇인지 대략 감각을 하고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표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명확하게 정의를 해주고 실천적 입장에서 글을 써주셔서 좋았어요.
상민 사실 마지막 편집회의에서의 이 글은 좀 많이 달랐는데요, 변화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한탄에 더해 교정교열의 고단함과 고대문화의 기조에 대한 고민 등등이 다 뒤섞인 글이었어요.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지치는 상황에서도 계속 쓰게 하는 동력을 ‘사랑’으로 설명하는 식의 결론부를 써보았습니다.
하림 상민 글들을 보면 단호한 문장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것들이 의미가 있게 와닿는 게 그 범위와 한계를 알면서 그 단어와 문장을 썼다는 것이 느껴져서예요. 글 전반적으로는 편집하는 고대문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윤선 예전에는 저도 여기서 이야기하는 분노라는 감정, 답답하다는 감정 이런 것들을 느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좀 그런 감정이 다 소진됐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여전히 이런 감정을 가지고 그걸 글로 풀어내 주시는 분들, 특히 고대문화분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민 4월 20일을 기념해서 소수자인권위원회와 대자보전을 주최했었는데 그때 저희 이름으로 부착했던 자보고요. 이 시위를 옹호할 때 그들이 교통을 방해하는 것은 맞다는 걸 인정하고, 왜 이러한 방해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들이 ‘순수한’ 장애인이 아닌 것이 맞고 그것이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수진 자보의 관점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정치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요구들을 잘 조목조목 잘 반박했고 우리가 왜 더 정치적이어야 되는지를 설득하신 것 같아서 좋았어요. 친구한테 공유도 하고 재밌게 읽었어요.
현준 저상버스만 해도 서울은 보급이 많이 됐잖아요. 저는 나주에 살고 있고 광주로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광주는 최근에서야 저상버스가 조금씩 보급이 되고 있고 나주는 아예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타기 너무 어려운 조건이에요. 이런 장면들을 보면 지역과 서울의 온도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민 고려대분회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계시는데 그 요구가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서 4월부터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분들의 요구 사항을 좀 잘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근데 그냥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라고만 하고 끝나기에는 조금 아쉬울 것 같아서 그러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물었을 때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학교 노학연대체를 초청했습니다.
윤선 원래도 《고대문화》 관심이 있었지만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들이 이 학내 파트에 들어있는 기사들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들 돈 올려달라고 그냥 시위하는 거에 왜 우리가 연대해야 하냐’ 이런 이야기도 돌잖아요. 그런 간지러웠던 부분을 딱 긁어주는 간담회 기사였어요.
수진 저도 사실 투쟁에 결합하고 연대하면서 내가 그냥 자기 만족적으로 하는 건 아닌가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첫번째로 저희가 고대생이라는 조건이 이 투쟁을 굉장히 정치화시키고 여론을 알리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두번째로 노동자 의제를 학생 의제랑 연결시키는 게 또 학생 운동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 침체기에 있는 학생 운동을 띄울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은 굉장히 많은데 그것들이 운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서 노동 운동이랑 결합시킬 기회가 잘 없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의제를 엮을 수 있는 그런 역량은 남겨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은 운동이 침체기이지만 만약에 되살아났을 때 조직 운동으로서 운동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비서공 이재현 씨가 말씀해주신 부분이 특히 좋았는데, 청소·경비 이런 직종에 대해서 시혜적인 마음에서 참가하는 참가자들도 분명히 있었을텐데 이걸 넘어서 이게 어떤 정치·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를 일반 학생들을 향해서 설득을 시키는 것도 청년 학생 운동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민지 우선 이 문제가 왜 해결되기 어려운지에 대한 요점을 실제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과 노동자분들께 듣고 그걸 교지에 담아낸 게 일단 학생들한테 알릴 수 있는 1차적 수단으로 정말 좋은 자료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 다음으로는 2부에서 학생이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점을 마련해주셔서 좋았어요.
기영 어쨌거나 고민을 하려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장의 단위 운영도 벅찬 상황에서 어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 투쟁이 가지는 어떤 전체 노동 운동에서의 의미 등을 뭔가 논의하고 토론하고 하는 것이 현실적인 역량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는 해서 이렇게 답변해 주신 것만 해도 저는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고 이런 자리가 하나의 의미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상민 총학의 부족한 입장문이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글로 길게 비판할 거리는 아니고, 에타의 반발 여론도 늘상 있는 것이라 글로 기록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는데 총학이 그 에타 여론에 휩쓸려 입장문을 수정한 것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수진 세월호 참사 추모가 마치 달력 행사처럼 관성적으로 “추모합니다”라고 하면서 '나도 이 편이야' 이렇게 그냥 선언해버리는 식으로 너무 쉽게 다뤄지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너무 잘하신 것 같아요.
하림 글을 읽으며 에타나 고파스 댓글들을 넣으실 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는지 궁금했어요.
상민 일단 추천수가 별로 없는 댓글이나 게시물로만 구성하면 ‘악마의 편집’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공감수가 많은 것들을 선별했고, 특히 초반에 달린 댓글들이나 제일 먼저 올라온 게시글 이런 거를 위주로 선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가 이런 주장이 있었다라고 했을 때 근거가 될 만한 것들로 골랐습니다.
윤선 저는 이거 읽으면서 이번에 중비대위가 퀴어퍼레이드 참여하려던 거 안 하게 된 것도 생각이 나서 총학생회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현준 광주, 전남 지역 총학생회들은 민주당 비선으로 관리가 많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세월호도 추모하고 천안함도 추모하고 한국전쟁도 추모하고 다양한 것들을 추모하는데요. 그게 지역의 어떤 보편적인 정치적 성향에 이렇게 맞추려고 하는 움직임들이라는 생각이 되거든요. 저희 학교나 지역에 있는 상황들이랑 연관해서 읽어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연아 학교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면 다들 에브리타임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여론을 통합하고 어떤 단체를 이끌어 나가려면 이런 커뮤니티 의견을 어느 정도 무시하고 자기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데 어느 대학이나 그게 많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열음 에타도 여론의 하나가 당연히 맞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에타 반응이 학생회한테 전부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 전면 대면으로 전환되었으니 또 다른 담론장들이 형성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그러면 총학은 그런 다양한 공론장의 이야기를 수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에타가 전부인 줄 알고 모든 결정들을 에타를 기준으로 하는 게 좀 답답하기도 한 것 같아요.
숙영 봄호의 후속보도로 두 글을 준비했는데요. 사건 이후의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였어요. 앞에서 제가 이규상 씨가 이제껏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몇 번이나 놓쳐왔는지 비판했고, 뒤에서는 기영이 공동체적 해결이라는 게 뭔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한다는 게 얼마나 공허한지 종합적으로 짚으려고 했어요. 다만 총학생회장이 문제를 만든 당사자이고 잘못을 많이 했기 때문에 비판은 필요했는데 제 글 때문에 마치 이규상 씨만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공동체적 해결의 목표가 가해자를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계속 남아요. 또 이 일이 무기정학 되고 끝났지만 이걸 해결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하잖아요. 상처 외에 남긴 것이 없는데 해결이라고 말할 수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영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냐고 했을 때 어쨌거나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좀 큰 차원에서는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차원에서 어쨌거나 여론은 좀 더 이런 방향이어야 되지 않을까를 언급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의무감에 썼던 것 같아요.
하림 이게 막 예쁘게 아름답게 봉합될 수 있다거나 공동체 차원에서 잘 마무리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요. 개입된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와 그런 잔흔을 엄청나게 남길 수밖에 없고. 해결을 말하기가 엄청 어려우니까 차라리 해결 말고 다른 걸 생각하는 게 좀 더 이 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윤선 법적 처벌 외에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접근을 짚어주신 점이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읽으면서 공동체적 해결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게 참 의문스럽다라는 생각도 든 것 같아요.
하진 페미니즘적인 반성은 단순히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라는 규칙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가 않잖아요. 그거에 더 해서 혹은 그것과 별개로 페미니즘적인 합의라든가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법으로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는 굉장히 배치되고 이렇게 외부에 다 맡길 거면 학생회 뭐하러 하나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소연 봄호까지 시선이라는 꼭지가 있었어요. 1,000자 이내의 기사로 이루어진 꼭지였는데, 글의 분량 자체는 굉장히 짧지만 글을 논의하는 데 시간이 되게 많이 걸렸거든요. 소요 시간과 우리들의 여력을 고려하며 시선 말고 어떻게 시의성을 챙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화보라는 꼭지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하림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누군가가 더러울 수밖에 없다면 저는 그 사람을 더러움 속에 혼자 내버려 두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계속 더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이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수진 비거니즘이 너무 소비주의 운동으로 흐르거나 그냥 대기업들의 착한 척하는 제품들을 사주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지점들을 너무 명쾌하게 딱딱 짚어주셔서 정말 속이 너무 시원했어요.
현준 저희 아버지가 축산업에 종사하셨는데 일이 되게 폭력적이었어요. 밀집된 사육시설에서 소랑 돼지가 자라나다 보니까 죽음을 직감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거든요. 그 대상이 이송 작업을 하는 운수 노동자였던 저희 아빠였던 거고. 아빠가 그걸 길들이려고 되게 폭력적으로 소랑 돼지를 대했던 기억들이 있거든요. 인간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관계를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어떤 폭력이 익숙해지는 순간 그게 인간에게도 투영되는 것들이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요즘 근래에 많이 하는데 관련해서 이런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지 저도 아버지가 몇 년 전까지 돼지 농장을 운영하셨었고 여전히 친척들은 크게 운영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저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그 책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완벽하게 실천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글들을 읽으면서 실천 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민 사실 비건 지향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순간일 것 같은데요, 저는 사실 그렇게 강인한 의지를 가진 편이 아니라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단 말이죠. 또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시키고 그거를 골라내며 먹을 때 ‘현타’를 느끼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일상의 경험들에서 비롯된 글입니다.
하림 상상은 힘이 세다라는 말이 감동적이고, 실제로 뒤에서도 상상을 펼쳐 보이셔서 그냥 말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상민 일단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군대에서 채식 급식을 보장한다는 뉴스를 본 뒤 생각난 것인데요, 미리 신청을 하면 그 사람만을 위해서 취사병이 식판을 미리 만들어두고, 그 식판을 받아서 먹는 시스템이에요. 진짜 부담스럽잖아요.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비건 반찬을 늘리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냥 바꿔버리면 되겠지하고 생각을 했는데 편집회의에서 비판을 융단 폭격으로 맞았고요 (웃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꿀 수 없고 그렇게 바꿀 경우에 너무 백래시가 쉽다라는 지점에 동의를 해서 후반부가 쓰였습니다.
기영 제가 일방적으로 바꾸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선택권도 되게 중요한 권리니까요. 그런데 자유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현재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권리다 보니까 선택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게 강제적으로 ‘너 이거 먹어’ 해서 생기는 변화가 아니고 그런 식의 의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죠. 강요가 아니라 운동이 된다는 건 언제나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제든지 다시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질문이 공격이 아님을 언제나 인식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하림 상민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건 급식이라는 거 하면 어떻게 될까 하면서 상상해보고 만들어본 게 재밌고 중요하고 멋진 시도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상에 대해서 반박과 재반박도 해보고, 실현 방법도 고민해보고 비건 급식을 두고 총체적인 관점으로 살펴봤잖아요. 여러 측면에서 파고드는 방식으로 썼을 때 가지는 특성들이 잘 살아서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진 이게 ‘비건’ 플러스 ‘급식’이라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작은 영역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식품 산업 전반에 들어 있는 정치적인 문제라든가 정의로운 전환처럼 이 글에서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온 주제들이 신선했어요.
숙영 요즘 한국에서 비거니즘은 어떤 비건 음식을 먹을지, 여기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고 느꼈어요. 비거니즘 관련 게시물이나 대기업 마케팅 보면 ‘무해한’ 비건, ‘지구를 살리는 한 끼’ 이런 걸 엄청 강조하는데 사실 기만이잖아요. 한편으로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 이런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뭐라도 할 수 있게 하는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그 마음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근데 또 사실 무해한 사람이 없잖아요. 무해하다고 믿고 싶은 거지…. 그래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말하는 게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수진 글에서 ‘소독’과 ‘제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셨잖아요. 동물을 ‘고기’로 만드는 걸 깔끔한 과정으로 만들어주는 그 구조가 뒤에 있다는 걸 그 단어를 통해 또 느꼈어요. 전체적으로는 무언가 하고 싶은 그런 소중한 마음들을, 그냥 한 명의 소비자로서밖에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체제를 비판하시는 게 좋았어요.
하림 트렌드로 보여지는 비거니즘을 비판하면서 그게 아니라 다른 형식의 비거니즘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의 이미지들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일상화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동물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과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해 주신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혜은 저는 여름호에 무해함이나 순수성에 대해서 되게 적극적으로 부정하려고 하는 부분들이 되게 많다고 느꼈거든요. 사실 어떤 걸 무해하거나 순수하다고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쉬운 설득 방식이라고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 자기가 누구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지 저도 비건을 실천하고 싶은데 개인이 맞닥뜨리게 되는 모순 지점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잖아요. 이를테면 우리가 옷 소재로 울 같은 걸 소비를 안 하기 위해서 대체제로 구매를 하는 게 아크릴인데 그거는 또 미세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일조하는 일이 된다. 그러면 아예 소비를 안 하는 사람이 되어야 이 세상에는 가장 이로운 사람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하거든요. 이 글에서도 유사한 고민을 가지고 써주셨는데 ‘인간이 죽는 것이야말로 친환경’인 세상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할까를 얘기해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해진 ‘식물은 왜 먹냐’라는 그런 딴지를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왓차에서 우연히 본 영화의 발상에서 착안해 쓰게 된 글이고요. 현실적이진 않더라도 생각을 해봄직한 그런 얘기들을 할 수 있어서 그 부분에서는 만족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권리’에 대해서 엄밀하게 정의 내리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쓴 게 마음에 걸립니다.
숙영 “식물은 안 불쌍해?” 이 질문이 딴지 같긴 해도 생각해봄직한 질문이잖아요. 근데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냥 그래 식물도 먹지 말라거나 아니면 인간이 이 영화 주인공인 영군이처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전기를 통해서 살아가는 사이보그가 되자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우리가 뭘 먹어야 되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되는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이런 질문으로 연결돼서 정말 좋았어요.
열음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다음 ‘무해하다’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한테 유해할 수밖에 없고 서로 불가해의 영역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사람한테 관심이 크게 없는 상태면 이 사람이 나한테 유해할 수 없잖아요. 왜냐하면 관심 자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무해하다고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사실 우리는 모두에게 유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게 슬프고. 그 맥락이 비거니즘과도 결부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숙영 저는 처음에 그 무해함 부분에서 제 글이랑 좀 상충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다시 몇 번 읽으니까 약간 제가 소중하다고 말했던 그 마음이 뭔지를 이 글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상충된다고 느끼지 않게 됐어요.
하림 “네가 무수히 많은 탓이다”라고 써주셔서 이 “네”가 되게 많은 형태를 가진 것들을 의미함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상충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셨지만, 숙영의 「무해한 비건은 없다」 하고 이 글 사이에 긴장이나 충돌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냥 한 사람의 세계만 그려낸 책이 아니라 여러 세계들이 표현이 되고 그 안의 감정들과 고민들이 묻어난 책으로 읽혀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기영 강제 철거 투쟁 현장을 가면 진짜 속이 힘들거든요. 왜냐면 강제 철거 투쟁의 과정이 뻔하잖아요. 결국엔 못 막고, 언제까지 버티느냐의 싸움이에요. 예컨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한다고 치면 조합원으로 남거나, 그분이 다른 데 다시 취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철거 투쟁은 완전히 삶의 공간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자신의 자영업 공간을 뺏기는 일이다 보니까 투쟁을 길게 하실 수도 없고, 맨 처음에 시작을 몇십 명씩 했더라도 마지막에 가면 한두 명씩 남고, 근데 그 한 명이 남으셨을 때는 건물은 이미 다 완공되어 있어요. 그래서 당장의 강제 철거 자체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확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이 투쟁을 통해서 무엇을 남겨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지점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투쟁이 좀 더 잘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좀 더 넓은 권리를 말하는 투쟁으로 남아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압박하는 대상이 만선인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어려운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썼는데 사실 쓰고 나서는 후회를 했고요. 결과적으로 제가 쓴 게 맞는 방향이기는 했어요. 왜냐면 약 한 달 정도 전에 이제 투쟁 장소를 중구청 앞으로 옮기셨거든요. 그리고 문화제 날짜도 줄였고요. 근데 굳이 교지에 이렇게 쓸 필요가 있었냐 하는 후회가 남는 거죠. 교지의 주 독자가 학우들임을 고려한다면, 사실 이 사안을 알리고 더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더 타당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수진 저도 상생이라는 구호나 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정말 많이 공감이 됐어요. “만선호프 상생해라” “규탄한다”라는 구호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니까. 그런 고민을 잘 담아주셔서 좋았습니다.
하림 글 첫 부분에 “몸에 맞지도 않는 소주를 마시고 엉엉 울다 지하철 화장실에 가서 다 토해버리고 나왔다” 이 부분을 읽는데 너무 슬픈 거예요. 기영이 그냥 팔짱 끼고 보면서 이거는 어떻고 저렇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거를 큰 문제라고 느끼고 있고, 그냥 ‘이렇게 해서 안 돼’ 이런 식이 아니라 정말 다르게 더 해보고 싶다는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혜은 글에서 짚은 부분들은 을지OB베어뿐만이 아니라 주거권 운동에서 항상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가 칼로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끝날 수 없어서 느껴지는 막막함을 잘 설명해주고 납득이 되게 만들어주는 글이라 좋았습니다.
연아 저는 이 글을 정말 몰입해서 읽었어요. 누구나 어떤 공간에 대한 애정이 있을 거예요. 광주에서 그런 공간이 없어지는 위기라고 하면 보통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거기를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거든요. 광주는 사람이 줄어들고 돈이 없어서 사라진다면 반대로 여기 OB베어는 손님들이 많아지니까 그것 때문에 사라지게 된 거잖아요. 하지만 둘 모두 자본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림 글을 쓰는 게 엄청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냥 말로 하면 날아가는 건데 내 이름 걸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힘든 일이고, 저는 그게 되게 두려운데 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런 일을 해 주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힘을 받고 가고 싶어서 왔는데 그럴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혜은 꼬문을 읽으면 항상 많은 생각이 드는데 이 생각들을 혼자서 반복하면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그래서 오늘 독자 모임에 오시는 분들의 생각만 빨아먹을 의도로 왔는데 저의 목표를 잘 성취한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덕분에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 나누면서 얻어가는 것이 많은 것 같아서 다들 너무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윤선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시면서 적는지 알게 되었고 그 고민을 같이 들으며 저도 사회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진 1학년 때부터 《고대문화》를 좋아했는데, 그때는 대학생이면 이 정도까지 사고를 할 수 있구나, 대학생의 글은 이런 거구나 싶고 신기했어요. 그런데 졸업이 한 학기 남은 지금도 저는 이 정도 글을 제가 뽑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되게 많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엄청난 고민들과 다양한 생각을 담는 교지가 있다는 게 되게 고마웠어요.
연아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그런데도 너무 분위기도 밝고 이 교지를 만들면서 있었던 일까지 들을 수 있어서 전에 읽었던 글이 더 와닿았어요.
민지 저는 무언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쌍방 소통하는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요. 많은 인고를 들여서 만들었다는 게 느껴져 굉장히 존경스럽기도 하고 팬미팅 같았어요.
현준 독자와의 만남 하면서 어떤 분들이셨구나를 알 수 있어서 되게 좋았고 글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읽히게 될 거 같아요. 앞으로도 잘 읽겠습니다.
하진 글 하나하나를 진짜 빡빡하게 쓰신다, 이걸 이렇게 계절 안에 쓴다는 게 대단하다 약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고 다 너무 좋은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