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트랜스젠더' 닫는 글] 편집위원 보리
"Don't try to be like someone else, don't try to act like someone else, be yourself. Be secure with yourself."
여성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및 차별과 아직 단절하지 못한 힙합씬에서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한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Be Yourself〉의 한 구절이다. 노래 속 화자는 똑똑히 뜬 두 눈으로 누군가에게 단단히 충고하는 듯,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이 되라고, 너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답게 살아가는 이의 모습에 감동을 얻고 그들을 응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옷차림을 한 사람,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사람, 자신과 잘 어울리는 이들 곁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보면 덩달아 미소가 지어진다. 그 모습에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도 하면서 말이다. 결국 우리는 자기자신에게 다가가는 삶이 주는 매력과 즐거움을 알기에 서로에게 "Be Yourself", 자기자신으로 살아가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오롯한’ 나로서 살아가는 삶이 주는 울림이 서로에게 권할 만한 것이라면,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누군가의 삶 역시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그 울림을 느끼고자 하는 열망, 그 울림을 느낄 자유는 그 누구도 비켜 나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트랜스젠더’ 특집을 통해 우리는 트랜스젠더가 자기자신으로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넓게 펼쳐 보이고 싶었다. 자신의 성별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응원과 지지로 답하는 가정과 학교, 직장이 보편화된 세상을 상상해보려 했다. 자신에게 편안한 몸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트랜스젠더 의료가 모든 의료기관에 의해 제공되어야 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아가 불필요한 성별 표기나 구분이 사라져 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기를, 간소화된 법적 성별 정정 절차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오롯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 쉽고 당연해지기를, 부디 그것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기를 바랐다.
우리가 상상하고 바랐던 현실이 당연한 사회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나아감’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정체성 등 23가지 항목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시정하며, 그 피해자를 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국가는 기존의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이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는지 검토해 시정해야 하며, 차별금지와 차별예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의무가 생긴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국회 국민동의 청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1] 동의자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당신이 여름호의 한 페이지를 펼쳐 읽기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이 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정부와 국회에서 다시금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활발해졌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번이 마지막 논의이길 기대한다.
트랜스해방전선 대표이자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김겨울은 한 인터뷰[2]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묻는 말에 ‘무난하고 평탄한 삶’이라고 답했다. 이번 ‘트랜스젠더’ 특집을 기대하며 펼쳤을, 또는 우연한 기회로 우리와 만났을 당신이 자기자신으로 살아가길 응원한다. 무난하고 평탄하게 살다가 “별탈 없이 칠순 팔순 다 하면서 끝까지 살길”[3] 바란다. 그 무엇도 당신의 삶을 해치게 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당신을 향해 날아들지 모를 여전한 혐오에 맞서 그대 곁에 서 있겠다. 너무나 멋진 그대, 오롯한 당신. 함께, 즐겁게 살자.
편집위원 보리 / supersun1999@naver.com
[1]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 링크: http://bit.ly/equality100000
[2] 팔순잔치하고 싶어 인권단체 만든 사람 [트랜스해방전선 김겨울] (2020.4.15.). 담롱. Retrieved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wid7CTi0V_k.
[3] 같은 영상.
참고문헌
인용
Frank Ocean (2016). Be Yourself. 2집 (Blo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