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고대문화편집위원회
2025년 4월 11일과 12일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특별기구 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소인위)와 여학생위원회(이하 여위)의 재인준이 부결되었다. 5월 6일과 7일에 진행된 임시 전학대회에서는 소인위와 여위를 합병하는 징계가 결정되었다. 대의원들은 소인위와 여위의 사업이 회칙에 명시된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과 학내 사업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재인준 부결과 합병 징계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소인위와 여위 측이 진행한 사업들이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 그리고 이미 학내에서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인준은 부결되었다. 또한 5월 6일에서 7일에 진행된 전학대회에서는 추가적인 학내 사업을 활동 계획안에 포함해 제출하고 재인준 부결 사유에 대해 재차 소명했음에도 소인위와 여위를 ‘합병’하는 징계성 통폐합이 이루어졌다.
1) ‘이해할 수 없으니 없애겠다’: 부당한 부결과 징계성 통폐합
대의원들은 소인위에게 단체만의 특색이 부족하다며 여위와의 차별점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소인위는 매년 간식행사와 인권주간 행사와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사업을 중점 사업으로 활동하였다. 두 단체가 진행하는 활동은 명백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은 소인위의 업무가 여위와 중복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거니와, 심지어는 소인위의 기조와 연대 사업 참여의 기준을 따져 물었다. 전학대회는 특기구에 대한 대의원들의 몰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대의원들은 소인위에 대한 월권을 서슴없이 행사했다. 만약 정말로 특별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한다면, 특별기구 구성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한 사업 또한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외부 연대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격적인 질의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전학대회는 이미 주관적 결론을 내리고 그 어떠한 소명도 받아들이거나 안건을 재검토할 마음이 없는 대의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편 여위의 재인준 부결 논의에서 대의원들의 주된 논리는 여위에서 진행하는 사업 일부가 여성 의제와 연관성이 없으며, ‘학내’ 학생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설립 취지에 맞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여위 측이 이미 학내 사업을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 학내 사업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할 때는 외부 연대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 대의원이 지적한 사업이 여성 의제와 충분히 관련 있다는 점 등을 소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인준은 부결되었다. 현재 여위는 생리대 비치사업, 여학생휴게실 운영, 학내 성폭력 사건 대응 및 아카이빙 등의 학내사업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오픈세미나와 강연을 꾸준히 기획해 왔다. 학내 사업이 불충분하다는 대의원의 지적에는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내부 논의를 거쳐 반영하겠다고도 소명했다. 그러나 대의원은 단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인준을 부결했다. 다시 말하지만, 전학대회는 대의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2) 허울뿐인 ‘대표자’
재인준 과정이 대의원들에게는 형식적이고 사소한 문제처럼 여겨질지 몰라도 특별기구에는 ‘단체의 존속’이 결정되는 문제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안건에 관한 논의에, 대의원과 총학생회장은 어떤 태도로 임했는가. 애기능생활도서관(이하 애생도)의 징계를 논할 때 한 대의원은 ‘자신이 가 보지 않았고, 자신의 친구들도 가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생도가 ‘필요없다’라고 주장했다. 근거도, 논리성도 없는 이 황당한 발언에 대해 참관인이 유감을 표하자, 총학생회장은 “표현 자체는 웃음을 자아낼지라도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해 주신 발언이다.”, “유감을 표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듣고는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총학생회장은 애기능생활도서관-생활도서관 합병 논의에서 생활도서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생도의 입장이 어떻든 결국 결정은 대의원이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별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장은 마치 모든 결정권이 대의원에게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자신이 어떠한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총학생회장과, 자신이 수많은 학생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대의원들만이 존재했다. 그들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라는 이름의 함의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대의원은 전체 학생을 ‘대표’하는 사람이지, 모든 판단에 지배적 권한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대표하고 있는 학생들에는 당연하게도 소수자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일부 대의원은 자신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체감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별기구의 존속 근거 자체를 부정했다. 자신들이 대표해야 할 학생들을 저버리고, 스스로 반성할 마음마저 잃어버린 그들에게 남은 것은 ‘대표자’라는 허울뿐이다.
5월 18일에 진행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전학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은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당선된 사람들이라고 고려했을 때 특별기구들은 전학대회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다루어야 한다’는 발언이 존재했다. 그들에게는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이 없다. 소인위와 여위의 신설합병을 의결함으로써 소수자들의 인권을 처참히 짓밟고 외면한 자들이 어떻게 감히 특별기구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소수자의 의견은 언제나 쉽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발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견되더라도 주류의 논의에 자연스레 편승하기 어렵다. 대의원은 심판자가 아니다. 당신들이 소수자 의제와 그 활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별기구의 존속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당신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주관적 이유만으로 특별기구의 존재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특정 단체의 활동이 당신의 정치적 관점과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단체를 통폐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전학대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서의 오만은 잘못된 판단을 넘어, 학생자치 공동체 안에서 대의원들의 권한이 오용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각각의 특별기구는 존재해야 한다. 총학생회에서 모든 소수자 의제를 다룰 수 없는 만큼,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의 필요성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에 고대문화는 당신들에게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야말로 당신들의 발언을 “어쩔 수 없지만 듣고는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26일
고대문화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