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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04. 2023

대기업에서도 장발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

인사팀과 대표님께 머리 기르는 걸 허락받은 사원이 바로 저예요


  머리를 기른지 만으로 2년이 넘었습니다. 의외로 저는 스타일이나, 멋을 위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게 아닌데요. 


  사실 저희 집안은 강력한 탈모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4촌 중에 유일하게 탈모가 안 온 마지막 남자입니다. 탈모는 한 대 걸러서 오니 괜찮을 거라구요? 저희 일가친척은 아버지 세대도, 할아버지 세대도, 그 윗세대도 모두 탈모셨습니다. 일가친척 모두가 탈모니까, 저도 탈모가 언젠가는 올 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친척 중 탈모가 빠른 나이에 온 사람은 큰 아버지로, 20대 초반이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4촌 형제들은 10대 때부터 탈모를 걱정하고 대비했었습니다. 사촌 형들은 취업하자마자 모발이식을 위해 따로 적금을 들어두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탈모가 오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평생 탈색을 한번도 안 했고, 여름에는 양산을 쓰고 다닙니다. 두피의 열이 탈모를 유발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남자 친척 형제들 각자의 노력이 무색하게 20대와 30대를 지나가며 저를 제외한 모두가 다 탈모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형제들의 탈모 소식을 들으며 아직은 탈모가 안 왔지만, 곧 다가올 운명에 조금 울적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와 우리집 사람들은 아무리 성공해도, 머리는 기부 못하겠네”..라는 다소 자조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그러면 머리가 빠지기 전에 길러서 기부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라스트 댄스’가 될지도 모르는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당장은 조금 답답해도 암에 걸린 아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면, 훗날 대머리가 되더라도 보람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탈모 유전자 보유자로서 머리카락의 소중함을 알기에, 암과 싸우느라 머리가 빠져버린 아이들에게 머리카락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저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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