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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n 05. 2023

대학원에서 얻은 가장 의외의 인사이트

'뤄쓰펀(螺螄粉)'을 아시나요?

대학원에 들어와서 좋은 점 중 하나, 유학생 선생님들과의 교류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먹을 ‘뤄쓰펀(螺螄粉)’도 중국에서 온 선생님들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구린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데,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들께서 좋아하는 음식이라 도전해 봤다가 나도 반해버렸다.


뤄쓰펀의 구린 냄새를 보통 하수구나 발 냄새에 비교하는데, 체감상 청국장 정도다. 나는 삭힌 홍어도 환장하기 때문에 뤄쓰펀의 냄새에 큰 거부감이 없다. 뤄쓰펀 냄새의 원인은 삭힌 ‘죽순’이라고 한다. 한번 끓여먹고 나면 벽지에도 그 냄새가 배어 3일은 간다. 


뤄쓰펀을 끓일 땐 특이하게 면 삶은 물과 우렁이 육수를 분리해서 끓이는데, 넣는 재료가 워낙 많아 처음엔 헷갈렸지만, 몇 번 끓이다보니 숙달되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한 만큼, 맛이 매우 풍성한 느낌이다. 먹고 나면 시간이 흐른 뒤에 괜히 또 생각나는데,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담백하다.


처음엔 국수에 땅콩이 들어가는 게 신기했는데, 무척 맛있다. 이건 식초처럼 시큼한 향과 맛이 나는 첨가물이다. 중국음식에 고추기름이 빠질 수 없다. 뤄쓰펀을 끓이면 양이 꽤 많다. 푸짐하게 먹는 중국인들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대접 하나가 표면장력으로 버틸 정도다.


나는 천성 한국인이라 뤄쓰펀과 김치를 같이 먹는데, 선생님들은 뤄쓰펀에까지 김치를 곁들이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나 보다. 하지만 한국인의 밥상에 김치가 빠질 수 없지.. 넘쳐흐르는 것이 유학생 선생님들의 정(情)과 같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얻은 의외의 인사이트는 바로 이런 부분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졸업을 하고도 한동안 뤄쓰펀을 먹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을 때마다, 유학생 선생님들과의 추억이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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