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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2. 2023

만학도의 종강총회(feat.고진감래주)

대기업 퇴사하고 30대에 대학원을 가도 현역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종강총회는 학기의 마지막 행사입니다. 저희 과는 이때 졸업논문에 대한 예비 심사도 함께하는데, 마지막 학기를 앞두니, 교수님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이제 남 일같지 않습니다. 종강총회가 끝나면 교수님을 모시고 다 같이 고기를 먹습니다. 


  저희 교수님은 술을 안 좋아하셔서 2차는 저희끼리 왔습니다. 이날은 유학생 선생님들에게 한국의 술 게임과 폭탄주를 알려드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고진감래(苦盡甘來)주’는 콜라와 소주, 맥주를 섞는 폭탄주입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사자성어 그대로, 쓰다가 단 맛이 납니다. 그 비결은 글라스 안의 소주잔을 겹쳐서 놓는 것입니다. 유학생 선생님들은 너무 신기하다며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네요. ‘역전할맥’에는 글라스 잔이 없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다들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 유학생 선생님이 용기 있게 도전을 합니다. 무조건 원샷을 해야 한다는 걸 듣자 다들 놀라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그래야 쓴맛 뒤에 단 맛을 느낄 수 있기에, 고진감래주는 원샷이 국룰이죠.


  고진감래에 용감하게 도전한 유학생 선생님은 중국에서 오셨는데, 중국 선생님들 술 정말 잘 드시더라구요.

술을 다 드시고 이제, 소주잔 사이의 콜라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그녀는 가뿐하게 원샷에 성공하며 박수를 받습니다. 고진감래주 이후에도 K-술 문화를 전파했습니다.(펄-럭)


  퇴사 전에는 학과 행사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는데, 등록금을 낸 만큼, 학교생활을 충분히 재밌게 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기뻤습니다.


마치 고진감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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