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어 유럽으로 한 걸음,
유급 휴가가 보장되는 직장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이곳저곳에서 일을 했었다. 주변에는 이미 대학 졸업 후 4년 차 디자이너 혹은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었던 친구들도 꽤나 있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여 빠르면 저녁 9시까지 야근할 정도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그러한 생활을 이기지 못하였고 공부와 취업 사이에서 결정을 번복하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한국에서 국제학교 근무를 시작하면서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 국제학교를 근무할 당시 외국인 교사들은 보험, 왕복 비행기표, 긴 유급 휴가, 해외 이사, 주거 비용 등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학교에 근무 중이었던 나는 외국인 교사와 같은 연봉과 혜택을 받게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소지한 교사들과 일반 직원들은 월급 외 보험과 여름휴가 일주일 정도가 다였다. 처음에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외국인 교사들은 한국으로 초빙되었기에 학교에서 고용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있는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도 나중에 유럽의 국제학교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항이다. 국제학교 안에서 외국인 교사, 일반교사, 일반 직원은 각각이 계약조건이 다르고 개인마다 받는 혜택도 매우 다르다. 유럽의 국제학교에서 근무하기 위해 알아본 결과 서유럽은 혜택을 따지기도 전에 EU 시민권자를 선호한다는 닫힌 문에 부딪혔다. 또한 북유럽, 영국의 경우는 교사에게 월급, 유급휴가, 비행기표 외에는 거의 혜택이 없어 월급 외에는 국가의 복지혜택을 기대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에 비해 동유럽, 러시아, 산유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등의 나라들은 왕복 비행기표, 해외이사비용, 의료비, 월세, 자녀 교육비, 자기 계발, 보험, 각종 공과금 등이 계약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함께 근무하던 외국인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잦아짐으로써, 교사 경력이 오래된 몇몇 선생님들은 이미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국제학교 교사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고 충분한 휴가를 갖는 멋진 직업'이라고 알려주었다. 즉, 워킹 앤 홀린데이 (working and holiday)라고 하였다. 이는 만 30세 이하만 신청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하여 거주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분명히 계약서를 주고받은 교사들이 합법적인 노동비자를 받고, 해당 거주 국가의 법에 따라 들어가 일도 하고 휴가도 갖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해외 근무자들 중에 주재원, 외교관, 사업자, 근로자 등 국제학교 교사와 같은 절차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국제학교 교사만큼의 휴가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칼퇴근과 유급휴가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 직업 말이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도 하였고, 주변 교사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휴가가 무려 4개월이나 보장되는 국제학교 근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미술을 하였고, 아이들을 가르쳐왔으니 받아만 준다면 미술 선생님으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다. 톰슨 씨와 나는 적극적으로 유럽에 있는 국제학교들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짧지만 일 년 동안 국제학교 워크숍을 통해 IB 스쿨 교육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에 IB 스쿨 체계를 갖춘 유럽의 국제학교를 지원하고 싶었다.
세계의 많은 국제학교들이 자체적인 모집도 하지만, 보통 서치 어소시에이트 (Search Associates)에 등록하여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서류상으로 미리 뽑아 비대면 면접을 통해 일찍 선발하거나 잡 페어를 통하여 대면 면접을 한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들의 리더십팀(교장 혹 교감선생님 등) 선발은 12월 전에 결정되고, 일반 교사나 예체능 교사들은 늦어도 2월 중으로 모집이 끝난다. 나의 경우 5월이 되어서야 유럽의 국제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매우 늦은 상태였다.
다행히도 국제학교 교사 모집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교사들을 모집하는 몇몇 국제 학교들이 있었다. 톰슨 씨와 나도 영국과 서유럽을 제외한 유럽에 소재한 국제학교들에 지원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폴란드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동유럽에 속하는 폴란드는 꽤나 생소한 국가이지만, 처음 시도하는 해외 국제학교이니 높은 조건과 환경보다 국제학교 경험에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도전하였다. 잡 페어(job fair)에 참여할 시기를 놓친 우리는 한국에서 국제전화로 면접을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로만 오가는 면접은 상당히 어려웠다. 국제학교 교장 선생님과의 목소리 면접은 생각보다 떨렸고 내 머릿속에는 그녀가 하는 영어만 제대로 알아듣자에 초첨이 맞추어져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을 할 것이며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주로 질문하였다. 그녀와의 긴 면접 통화를 마치면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말을 이어 나갔다.
“국제학교 교사 경험은 겨우 일 년이었지만, 미술을 오랫동안 가르쳤습니다. 유럽의 IB 스쿨에서 경험하며 일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