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합니다. 소레가 약속이니까

펀쿨섹하게 결석하는 그들의 결석이유

by 굶찮니

학생들은 정말 다양한 이유로 결석한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정말 다양한 이유로 결석하면 맞아 뒤지던 시절이었으니까 엄두는 못냈지만 그래도 대학교 시절에는 버라이어티하게 결석했던 기억이 있다. 7~8할이 술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내 2학년 1학기까지 성적은 더할 나위없이 학사경고감이었다.


제일 어이없는 결석은 잘못된 수강신청 때문이었다. 나는 야간 학부여서 원칙상 주간 수업을 들으려면 교차 신청을 해야만 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신청자체가 안 되도록 시스템이 막혀있는데, 교양 필수였던 영어 과목을 하나 들어야 했는데 오전 9시로 운 좋게 클릭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 한 방의 클릭으로 주 4일을 성공했지만 결국 그 수업에 몇 번 나가질 못하고 F를 받았다. 나는 내 바이오리듬을 간과했다. 모든 신체 리듬이 야간에 몰빵되어있던 어둠의 자식이었기 때문에 9시에는 성수 쳐맞고 회개하지 않는 이상 햇볕아래 두 발을 딛고 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원어민 교수 리키 쌤을 거진 2회 정도만 만나고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점수를 잘 따기 위해 일부러 레벨테스트도 정답을 피해가는 기염도, 신들린 틈새 수강신청도 모두 허사였다.


아르바이트도 나의 F 다보탑에 공이 있다. 한때 돈독이 올라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를 돌리던 시절에 기절하듯 잠들어 수업을 놓친 적도 허다했다. 2학년 1학기가 유독 심했는데, 그때 나의 별명은 '고스트'였다. 분명 1학년 때는 인싸는 아니었어도 꽤 인지도가 있던 아이였는데, 점점 자취를 감췄다나 뭐라나. 그래서 실제로 내가 학교에 '출몰'하는 날에 누군가 나를 만나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반가움의 놀람은 확실히 아니었다. 뭔가 심령 현상을 목격하여 '이게 뭐야?'의 뉘앙스렸다.


이렇게 결석하면 일가견이 있던 나이기에 학생들의 웬만한 결석 사유에 대해서는 다 그러려니 생각한다. 다른 선생님들이 빡쳐하는 사유도 나에게는 인간적인 사유에 해당되는 것도 더러 있었다. 어차피 중고등학교도 아니고 다들 성인에 본인들 돈을 내고 들어오는 것이 때문에 출결도 사실 본인 자유다. 어학당이라는 것이 대학교와는 또 다르고 학원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 애매한 선에서 선생님들마다 학생들을 대하는 텐션도 저마다 다르다. 다만, 비자 문제 등 제도적으로 학생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동향을 하루하루 파악해야하는 것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


내가 다닌 어느 곳에서도 학생들에게 출결 상황을 꼭 보고하도록 했고, 참 고맙게도 학생들은 저마다의 결석의 이유를 알려주곤 하는데, 가끔은 머리가 어질할 정도의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1. 비가 와서용


태국에 있을 때 동료 선생님의 실화다. 애가 안 와서 전화를 하셨더랬다.


"*김민주, 오늘 안 왔어요. 왜 안 왔어요?"

"어, 선생님. 오늘 비가 많이 와요. 못 가요."


(*아이들은 1학년 입학할 때 한글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그 이름을 사용한다. 이 문화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잉? 비가 와서 안 온다고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끄덕였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재스쳐를 취했지만, 선생님은 정말이라고 그랬다. 왜요? 진짜요? 왜 이게 진짜요? 아무튼 정상참작을 해 줄지 말지의 고민도 못하게 학생은 정말로 '비가 와서' 결석했다고 한다.


나는 뻥인줄 알았다. 아무렴 비가 많이 온다고 결석을 하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내가 담당하던 과목에서 그런 결석자들이 하나 둘 생겼다. 비가 많이 와서요.


물론, 정말로 폭우가 미친듯이 쏟아져서 못 오는 경우도 아주 가끔은 있다. 하지만 그것도 1학기 초(7월~8월)에나 있을 법한 얘기다. 치앙마이의 경우는 9월~10월까지도 우기가 이어지지만 점점 비의 강도가 줄기 때문이다. 대부분 평지이기 때문에 물이 금방 빠지기 때문에 도로 상황 때문에 못 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들에게 '비가 와서요'는 우리가 '비 올 때는 파전에 막걸리가 땡기잖아요.'느낌 정도로 해석이 된다. 그냥 아무 이유없는 핑계인 것이다.


물론 남투엄(น้ำท่วม)이라고 하여 도로 몇 구간이 물에 장기간 잠기는 현상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2. 오늘 헤어졌어요


국내 모 어학당에서 일할 때였다. 오후반에 중국 학생 두 명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여학생이 제법 열심히 하는데도 내성적인 탓에 말하기에서 자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두 자리 떨어져 앉던 남학생 하나가 어느 날부터 바로 옆에 앉아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나는 사랑내를 맡고 흡족해했다. 그렇지! 젊구나!


짝활동도 곧잘 도와주고 둘이 쉬는 시간에도 같이 다니길래 친해졌거나, 사귀거나 그렇게 추측만 하고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반 아이들도 밀어주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가 중간시험 이후에 여학생이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이틀을 연속으로 결석을 하더니, 이제는 남학생도 하루 이틀 결석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팀티칭하던 선생님께서 두 사람 이야기를 얘기해주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헤어져서 그렇게들 나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 이렇게 CC가 무섭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둘다 유급인 걸로 기억하는데, 부디 새로운 3급에서는 다른 반으로 편성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한 학기를 마쳤던 기억이 있다.


치앙마이에서도 사랑 때문에 결석하는 사례가 가끔 있었다. 대부분이 여학생이었기 때문에 남자가 귀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방과후면 타창이니 험바니 치앙마이에서 핫한 장소로 술을 마시러 나가곤 했다. 이 친구들은 연애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다가 헤어지면 한 주를 스트레이트로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과목 선생님께 여쭤보면 내 과목만 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고, 나중에는 수줍게 '헤어졌어요'이야기를 꺼내며 그 남정네가 얼마나 개시키였는지를 해맑게 웃으면서 말한다. 웃지 마. 내가 다 슬펑.




3. 아파서 휴가를 냅니다.


나는 내가 가르친 적이 없는 이 어색한 표현을 왜 다들 똑같이 쓰는 것인지 의문이다. 추정컨대 번역기를 돌렸거나 그냥 배운 단어 중에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휴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휴가를 줄 생각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그냥 '네, 알겠습니다.'하고 만다. 여기가 회사는 아니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아프다는 것이 소위 '쌉구라'인 경우가 참 많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의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기 때문에 귀여운 면도 있다. 분명히 아프다고 했는데, 오후 7시쯤 인스타를 켜면 그 친구가 타 창이든, 훔 바든 치앙마이의 유명한 클럽에서 신나게 허리를 흔들어재끼는 스토리가 보인다. 아마 아픈 육신을 주술적인 의식을 통해 몰아내는 듯하다.


구라는 아니지만 측은한 경우도 더러 있다. 똑같이 '아파서 휴가를 냅니다.'라고 보내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친한 같은 반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홍대에서 술을 겁나게 퍼먹고 숙취로 쓰러져 있더랬다.

안쓰러운 것은 이것을 대답한 녀석도 반 죽어있었고, 이녀석을 취조하듯 물어 본 나도 참 브루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라가 하도 많다 보니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보면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아픈 증상도 꼭 물어봐야만 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여성의 한 달에 한번 매직을 꽤나 적나라한 단어로 '생리'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당황한 적이 많았다. 여학생들이 유독 많기도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기에 그들은 틀리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교정해야할지 참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제발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4. 집인데요.


태국에서 2년차에 들어설 때 코로나는 터졌고,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학생에 따라서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든 학생도 있어서 등교해서 실강을 듣는 친구들도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다 온라인이었는데 혼돈의 카오스였다.


일단 대부분이 여자여서 그런지 부끄럼쟁이가 많았다.

그날은 오후 3시 수업이었는데 그날도 출석과 제대로 듣는지 판단하기 위해 계속해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면 계속해서 자랑스런 '이마'만 보여주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구들과 적당한 타협선을 마련하며 골머리를 앓던 중에 화면이 좀 특이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누가봐도 어딘가 상점가에서 줄을 서 있는 모습이었고, 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 앵글이었다.


"어디예요?"

"집이에요."

"집이 아닌 것 같아요. 카메라 돌려보세요."


이 친구 뿐만 아니라 비슷한 배경의 학생이 한 명 더 있었고, 계속 추궁해 본 결과 그 당시 핫한 클럽인 치앙마이의 '훔 바'에 줄을 서 있던 것이었다. 한 친구의 생일 때문에 미리 줄을 서 있었다고 했는데 도합 7명이 이 때문에 결석하거나 카메라를 슬쩍 돌려 출석하려고 해서 간만에 빡침이 도이 수텝 산 꼭대기 부처님과 하이바이브를 할 기세까지 올라갔었다.


사실 온라인 수업에서의 출결 빌런들은 이 친구들 말고도 참 썰이 많아 나중에 따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리마인드하면 사실 혈압이 다시 올라와 내가 제명에 못 살 확률이 높지만, 뭐 어떤가.




사실 결석이야 본인들 자유다. 여기에 과도한 감정 이입으로 셀프빡침을 받는 것이 미련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교 때 수많은 결석을 했던 업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모양이라 생각한다. 난 왜 그리도 덧없이 결석을 하며 대학 생활을 허비했던가. 되도 않은 구라와 함께.


그리고 요즘은 생각한다. 니들은 어이하여 내 반으로 와서 나를 곤란하게 만드니...

친한 선생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도 애들은 착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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