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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Mar 20. 2022

간식이 필요해

파란하늘. 하늘색 대문 위로 나무 간판에 파란하늘이 검은색으로 적혀있다. 글씨에 맞추어 파란색으로 간판을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는다.

2층 건물, 낡은 주택이다. 현관 입구는 내 신발이 들어갈 자리가 없이 젊음을 풍기는 운동화들로 꽉 찼다. 그 신발들을 발로 비집고 들어간다. 회의실로 쓰는 작은 방은 청년들이 의자에 앉고 뒤에 서고 꽉 차서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부엌에 있던 토리가 거실로 나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짖는다. 철우가 나와서 토리를 끌어안는데도 토리는 계속 짖어댄다. 철우가 토리 입을 가리는데도 나를 보고 짖어댄다. 다들 쳐다보는데, 미안해서 밖으로 나왔다.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강아지 간식 있나요?" 

내 물음에 직원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손가락을 따라 몸을 돌리니, 강아지 간식이 걸려있다. 닭갈비 치즈, 소껍데기, 돼지고기 쏘세지, 돼지고기 껌 등 몇 개가 보인다. 

"소껍데기로도 강아지 간식이 나오네요? 인기 있는 간식이 뭐예요?"

편의점 직원은 웃으면서 "강아지를 안 키워봐서 몰라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마음이 편한 닭갈비 치즈 한 봉지를 들고 나섰다. 

현관으로 들어서니 토리가 멀찍이 서서 짖어댄다. 웃으면서 닭갈비 치즈를 하나 들고 토리를 부르니 쫒아온다. 냄새를 맡아보라고 코에 대주고 입에 물려주니 바닥에 떨어뜨려서는 한참을 핥는다. 철우가 토리를 부르며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이빨로 잘근잘근 씹는다. 하나 먹기는 한참이 걸렸다. 하나를 더 꺼내주니 이번에는 속도가 좀 난다. 

닭갈비 치즈를 먹는 토리를 쓰다듬는다. 털이 복실복실해서 쓰다듬기가 참 좋다. 엉덩이도 토닥여주고, 머리부터 손으로 긁어주니 가만히 있다. 닭갈비 치즈를 다 먹고는 내 손을 핥는다. 느낌이 좋다. 마스크를 쓴 얼굴을 핥으려고 올라온다. 그렇게 한참을 토리를 토닥여주니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편의점에 가서 토리의 간식을 사 온 건,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 때문이었다. 신학기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면, 아이들은 사탕 때문에 그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단다. 낯선 나를 보고 짖어대는 토리에게 간식을 주면, 나에 대한 경계가 낮아지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쌀쌀한 날씨인데, 털이 복실복실한 토리를 쓰다듬어주며 내 마음이 풀렸다. 무섭게 짖어대었는데, 닭갈비 치즈 간식으로 내 옆에 와서 내 손을 핥고 얼굴까지 핥아주는 토리 때문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강아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쓰다듬어주기는 처음이다. 털이 복실복실해서 부담없이 쓰다듬어주기는 했다. 

파란하늘, 회의를 하는 청년들, 찐빵이라도 사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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