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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Apr 22. 2023

바다 위에 후지산 (Mt. Fuji) 3,776M

[일본 소도시 여행_시즈오카_걷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산]

후지산 시즈오카 미니 패스를 구입하면 스루가만 페리(駿河湾フェリー)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새벽부터 숙소에서 나와 시즈오카역에서 시미즈역으로 이동했다. 바람도 많이 부는데 배를 탈 수 있을까?


 



셔틀버스 출발 전 기사분이 승선신고서를 앞에 내밀었다. 일본어 양식으로 기재를 할 수 없어 '한국인'이라고 설명을 하니 곤란해하셨다. 그래서 패스를 보여주니 바로 통과였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배를 탈 때는 외국인도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일본은 다른가. 그럼, 배에서 사고 나면 혼자인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은 물음표가 날아다녔지만 신께 맡겨야 했다.





시미즈항에 도착 후, 기사분은 나를 잊지 않고 매표소까지 데리고 갔다. 창구에 패스를 보여주니 번호표를 주고는 끝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웃거렸지만 더 이상의 양식은 필요 없었다. 





항구 바로 앞부터 후지산이 크게 보인다. 후지산을 온전히 보려면 맑은 날은 물론이고 아침에 페리를 타야 한다고 해서 7시 55분 첫 출항하는 배를 탔다. 토이항까지는 1시간 넘게 걸린다. 배에 오르니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다. 밖에 있는 의자는 움직이지 않고 핀으로 고정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후지산을 보기 위해 옆 기둥을 잡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후지산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며칠 전 이즈노쿠니 파노라마 파크에서 구름에 가린 후지산을 만나 오늘 만큼은 설산으로 덮인 선명한 산을 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바다 위에 떠 있는 후지산을 볼 수 있다니 꿀단지의 꿀이 흘러넘쳐 나오는 달달함에 낭만 숟가락을 더 얹었다. 





배를 타니 좋아하는 바다를 보는 건 덤이요, 일본 제일의 명산을 오르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즈오카현[靜岡縣] 북동부와 야마나시현[山梨縣] 남부에 걸쳐 있는 후지산은 높이 3,776M, 산정 화구 지름은 약 700M, 깊이는 약 240M다. 저지부터 솟아있어 화산체 자체가 높고 밑면은 지름이 35~45KM에 달한다. 배를 타고 40분 이상을 가도 후지산이 끝없이 보인다. 손 시리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뭐가 아쉬운지 계속 멈추지 않고 눌렀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저 멀리 토이항이 보인다. 





다시 매표소에서 표를 받아 타고 온 배에 올라 시미즈 항으로 출발했다. 바람이 너무 강해 몸이 굳어져 돌아올 때는 배 안에서 반대 방향으로 앉아 바다를 봤다. 후지산에 빠져 미쳐 바다를 보지 못했다. 사람도 매일 보면 심심할 때가 있는데 바다는 매일 봐도 지루하지가 않다.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바다를 나는 사랑한다. 팔색조의 매력에 빠진다고들 하는데 바다는 그 수도 헤아릴 수가 없다. 빠져나올 수가 없다. 후지산은 도쿄 비행기 안에서나 하코네를 갔을 때 먼발치에서 보곤 했는데 시즈오카로 와서 막상 거대한 산을 마주하다 보니 꼭 한 번은 와볼 만한 곳이다. 두 다리 튼튼하면 걷고도 싶다. 주말에 후지산 투어버스도 운행하는데 다음에 오면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다. 맑은 산을 보니 머리도 아프지 않다. 





돌아오는 길에 후지산을 다시 봤다. 구름에 살짝 가렸다. 역시, 새벽에 나온 보람이 있다. 초행길이라 6시 30분에 숙소를 나오며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었지만 군더더기 없는 산을 바라보며 너무나 상쾌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산에도 애착을 품기 시작했다. 속초에 살며 사잇길을 걷고, 강릉, 고성, 양양등 강원도 걷기를 시작하며 작은 산도 올랐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바다와 달랐다. 오름에 있어 뭔가에 성취감도 생기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산은 정상이 있어 한 곳의 목표를 가지고 오른다. 중간에 멈출 수도 있지만 마음만은 정상을 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오르고 또 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가까이 후지산을 꼭 만나야겠다. 또 다른 감정의 나를 보고 싶다. 




나에게 여행이란, 

멋진 풍광을 위해 새벽이라도 기꺼이 출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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