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_사이타마현 사쿠라 타운]
도쿄에서 가까운 소도시 중 가장 핫하다는 '사쿠라타운'으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다.
초행길로 3번이나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긴장감에 벌써부터 어깨가 딱딱해져 온다. 오늘도 전철은 사람들로 만원이다. JR무사시선을 타고 히가시토코로자와 역에 내렸다. 나열하는 말도 어렵다.
도코로자와 사쿠라타운은 일본 최대 규모의 팝 컬처를 소개하는 중심지로 2020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역에서 15~20분 남짓 걷다 보면 KADOKAWA와 도코로자와시의 공동 프로젝트로 'COOL JAPAN FOREST'의 한 곳인 무사시노 수림공원이 먼저 나온다. 걷는 동안에도 길을 안내하는 총 28개의 빛나는 맨홀도 볼 수 있어 잠시 샛길로 가도 다시 돌아오는 재밌는 길이다.
낙엽의 길을 지나 활짝 핀 동백나무가 보이면 바로 사쿠라 타운이다.
타운의 랜드마크인 카도가와 문화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겐고가 담당했다.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도쿄 국립경기장, 아사쿠사 관광센터 등을 건축했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건물의 웅장함에 자꾸 보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오모테산도, 긴자를 어슬렁 걸을 때도 화려함과 독특함에 빠져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아침 태양에 빛나는 성처럼 우뚝 선 건물을 보니 더 느낌이 갈 수밖에 없다.
박물관과 더불어 미술관, 도서관, 콘서트홀, 호텔, 그리고 카도가와 1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 제조, 물류 공장 등의 타운으로 하루 종일 있어도 심심치가 않다. 이번에는 '반 고흐전'을 보기 위해 예약이 어려워 당일권을 구매하기 위해 일찍 왔다. '아무도 몰랐던 고흐'라는 문구가 나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일본 최초 360도 체감형 디지털 극장에서 고흐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만 2번을 봤는데 일본에서는 어떻게 고흐를 이끌어 내고 풀어낼까, 궁금했다.
배낭여행 때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서 실물로 첫 작품을 만났을 때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투어자의 설명에 고흐의 어려웠던 시절, 혼자 감당했던 그의 세상이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 얘기에 눈물을 쏟았던 적이 있다. 그 후로는 고흐 작품을 볼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그림을 보지 않아도 벽이 도화지가 되어 때론 천천히, 빠르게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30분 정도 지나면 또다시 시작해 3번, 4번을 봐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고흐를 만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해바라기꽃이 화사하게 맞아준다. 첫 상영 시작에 들어갔다.
유명한 그림보다는 '그 사람'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나가는 그림에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이 서글픈 건 기분 탓일까.
애잔한 소프라노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에는 소용돌이가 치고 남자의 구슬픈 노래가 흐를 때는 그림도 잔잔하게 지나간다. 밝은 빛이 나올 때는 결연한 행진곡을, 그리고 재즈가 팝송이 마지막에 흐른다. 마지막 장면의 끝에는 까마귀가 날아오르며 예견하듯 슬픈 노래가 깔린다. 상영시간은 30분으로 4번을 360도 갤러리답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봤다. 역시 관람은 가운데가 제일 좋았다.
나를 다시 울게 만든 장면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이 높게 올라가는 클라이 막스다. 고흐가 마지막 머물던 격정의 변화가 많았던 병원에서의 사정없는 검은 붓칠, 점점 더 거칠어지는 프레임들의 움직임들이 점점 무거워져 내 심금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고흐는 그림을 남겼는데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죽어서도 그림쟁이는 마음을 울리는, 그리고 영혼까지 파고드는 그림이 남았는데
나는 그런 그림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길, 너무 늦게 시작한 길에 계속 맴돌고만 있는 건 아닌지 아직도 고민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고흐를 보며 나도 그를 닮고 싶다.
애달픈 그 마음에 다가가 처절한 고독을 느끼며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 내려가 그 모퉁이라도 잡고 싶다. 그 마지막 까마귀가 점점 무리가 되어 그리고 하나가 되어 날아오르는 그 고흐가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나에게 여행이란,
멀리 있는 화가를, 그림을 찾아가 만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