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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클라 Klarblau
Jul 12. 2024
매 순간 관계 지어진다
다른 존재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주 1회 커피박(커피찌꺼기)을 저녁에 내놓으면 그날 밤에 수거해 가는
커피박 수거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데,
평상시에는 실내에 그 통을 두어 실내에서 지인들이 모아 주시는 커피박을 통 안에 비닐에 모았다가
수거일 전날 저녁에 커피박 한 그득 들어있는 비닐 한 봉지를 꽁꽁 묶어
그 통을 외부에 내놓아요.
그러면 다음 날에는 비닐채로 커피박을 수거해 가신 빈 통을 다시 실내로 들여놓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다음날 아침 그 통이 비어있어야 하는데
무언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어떤 때에는 대략 쓰레기,
쓰레기통인 줄 알고 누군가 버린 듯
그런데 몇 주 전에는
커피박이 비닐봉지에 꽁꽁 잘 감싸 묶여서 놓여있는 거예요...
추측으로는
'어느 외부인이 매주 이 통을 보고 커피박을 수거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여
집에서 열심히 모아서 여기에 배출하셨다.'
입니다.
누군가 아침에 갖다 넣으신 듯한 커피박
근데 이 커피박이 좀 더 기억에 남는 요인이 있는데,
으음...
그 안에 드립커피용 종이필터도 같이 있는 거예요!
... 그건 분리해서 버려주셔야 하는데....
안 그러면 커피 봉지 열어서 비닐 버리시는 분들이 일일이 종이도 탈탈 털어 무언가 따로 해야 하시거든요.
암턴 그래서
꽁꽁 잘 묶여 있는 비닐
비닐 한 겹 풀러보니 또 한 겹의 비닐
결국 제가 다음 커피박 수거일 전에 그 비닐 뜯어서 종이 탈탈 털어서 그 봉지 안의 커피박과 분리해서 종이를 종량제봉투에 버렸죠...
이러한 상황,
많은 분들이 세상 몇십 년 살면서 다들 한 번쯤은... 아니 사실 수백만번은 겪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영문 모를 상황들에 닥쳤을 때의 느낌은
지나가던 강아지가 뭔가 저질러 놓은 듯한 때와 흡사한 것 같아요.
이게 뭐야 하다가 때로는
신기하기도 웃기기도 해요.
여러 사람이 한 시점에 한 공간에 있을 때에는
어떠한 물건이나 현상에 대해 서로 언어로 합의를 보고
진행하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소통의 불일치가 생기는데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에 한 공간에 오가며 하는 행위는
각자의 언어대로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진행하니
그렇게 같은 공간을 또 서로 다른 시점에서 겪을 때의 서로 다른 언어로의 해석은 너무 당연한 것이겠죠.
생각해보면
인간도 지구에 자기 식대로 환경을 개척하고 살고 있고,
동물은 또 그 인간이 바꾸어놓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틀에 맞추어 삶을 적용하여 살고 있고,
식물도 그 어떠한 척박한 이상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심지어 변종까지 하면서 번식을 하고 있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외부환경에 신호를 보내고 변화를 주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통 주인에게는 그 통이 쓰레기통 아닌데, 어떤 지나가는 이에게는 쓰레기통이어서 그곳에 쓰레기를 넣은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생물의 살아가는 방식이고,
외부인이 커피박을 내놓는 통이 아닌데, 어떤 종종 이 장소를 지나갔던 이에게는 그 통에 커피박을 수거하는 통으로 인식되어서 집에서 정성스레 커피박을 모아 비닐도 심지어 두 겹 꽁꽁 묶어 커피박을 담아 놓아주신 것이 너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강아지가 인간과 함께 잘 살려면
인간과 강아지가 서로의 언어와 삶의 방식에 맞춰가야 하는데
인간끼리도 마찬가지이고
서로 맞출 기회가 없는 서로 다른 존재들은 너무나 당연시 다른 삶과 언어방식으로 그 세상을 살고 있는 거겠죠.
단지 한 공간에 있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시간에 벌어지는
서로의 건드림.
눈빛만 보아도 알고, 만나지 않아도 서로 다 안다면
세상 사는 것 재미도 의미도 없을 것 같긴 하네요.
그 경지에 이른다면
이미
인생 깨달은 사람이고 신이 된 것이겠죠.
그렇게 다 다른 조각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바꾸어 놓는 이 세상에서
교류하고 관계 맺으며
각자의 존재를 만들어 나가며 또 그렇게 다른 존재를 변화시켜 가며
그렇게 함께
이 세상을 이루어 나가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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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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