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라 Klarblau Jul 26. 2024

본능인지 노력한 건지

배를 채운 것일까 뇌를 채운 것일까

며칠 전, 한 동안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누우니 그냥 기분이 좋고 어떤 소소한 행복이 느껴졌어요.


평소 같았으면 온갖 해야 할 것이 생각나서 그 시간에 눕지 않았을텐데,

그날 따라 뭔가 먹고 나니 그 할 것들은 내일로 미루고 그냥 잠을 자기로 결정해 버리게 되더라고요.


단지 먹고 싶은 것을 오늘 드디어 먹었다는 생각에 뭔가

이것도 나의 할 일을 하나 한 듯한 만족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가끔은

사실 안 먹어도 되는데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먹는 경우가 있어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지금 안 먹으면 이따가 배 고플테니 때가 되면 먹어주도록 제가 스스로 입력한 경우! 그래서 미리 먹을 것을 생각해 두고, 생각해 두었던 것을 실행하고자 하게 되고, 안 먹으면 계속 생각나서 그러면 더욱 조만간 꼭 먹어야 하는 것 말이죠.


이번에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 했는데요,

이번 아이템은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더울 때에는 평소에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많이 먹고 싶더라고요.

찬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에는 찬 음식을 찾게 되던데, 찬 것을 먹고 나면 꼭 크고 작게 속이 탈이 나요.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이 많이 먹고 싶을 때를 대비하여 과일을 얼려 놓기도 하는데, 특히 바나나를 얼려 먹으면 약간 바닐라아이스크림 느낌이기도 해서 언젠가부터는 바나나를 주로 얼려먹게 된 것 같아요.

https://blog.naver.com/gihurji/221614975040

그치만 이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는 다르잖아요? 아이스크림의 그 뭐랄까 부드러운 식감이 생각나서

가끔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해요.


그런데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먹고 나면 바로 후회하더라고요. 제 몸이 얘기해줘요. 왜 이런 걸 들여오냐고 투덜대요. 차가워서 몸이 안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그 원재료의 영향으로 더욱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년 전,

많이 먹어도 괜찮은 아이스크림을 발견했어요!

한살림 아이스크림!  (이렇게 대 놓고 회사 이름을 써도 되나...)

이건 배가 불러서 못 먹을 때까지 먹어도 속이 괜찮더라고요?

  350ml에 약 6천 원(이하) - 하겐다즈보다 훨씬 저렴

왜일까 생각해 보면 성분차이일 텐데요,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아이스크림 중, 가장 성분이 좋다는 하겐다즈의 경우 (그리고 저도 마트 아이스크림 중 하겐다즈를 가장 좋아해요)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우유가 국산, 유기농이라는 점이에요.

하겐다즈는 외국산이니 당연히 한국산이 아닐 것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면

유기농 우유가 아니면 무엇이 첨가되고 빠진것일까요?


유기농과 아닌 것의 차이


제가 우유는 몸에 안 받는데, 한살림 우유는 먹어도 괜찮거든요?!

한국 기업의 우유는 대부분 대관령, 제주도 등 국산우유인데, 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키우느냐의 차이 때문인지 한살림 우유만 괜찮더라고요. (다른 생협 우유는 안 마셔봤어요)


또한 유기농 우유를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생협에서 사는 것이 가격도 저렴한 경우가 많고요.

유기농, 국내산이라는 차이로 몸에 받는다니 참 신기한데,

이 현상이 제 개인적 민감성으로 발견되는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도 상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즉, 제 몸이 하나의 검사도구... 같은 느낌이에요. 물론, 신체 여건에 따라 날마다 측정지수가 달라지므로 부정확한 측정도구입니다만.


어떠한 인간의 몸에서 반응을 한다는 것은, 그것이 체질상 안 맞는 경우 같은 것 제외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해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요소의 생산과정이 지구에 이롭지 않은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그것을 어느 소수가 발견했다면, 그 요소를 제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다른 지구존재에게도 좋지 않을까요?




제가 요즈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어느 지인을 통해 자연드림 아이쿱생협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어요. 그날 떠먹는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콘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여기엔 원재료명에  생크림, 우유라고 쓰여 있네요.

원재료명

빨강머리 앤이 난생처음으로 교회의 주말 소풍 때에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는 정보에

난생처음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 것을 기대하며 몇 날 며칠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그리고 주식이 아닌 별식은 더더욱 특별한 때에만 경험할 수 있던 시절...

오늘날은 먹을 것이 귀하지 않은 것인가 생각해 보면

'진짜'먹을 것, 예전 같은 먹을 것 - 예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식 -이 귀한 건 예전에 음식 귀했듯 귀한 것 같아요.


지구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먹을 것도 사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양일 텐데

오늘날은 인간이 만들어낸 먹을 것이 더해진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같이 간 분들과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기


그런데

저는 최근에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당장 기분이 좋았다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그저 먹어서 기분 좋은 것일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이 먹고 싶은 것 먹이고 잘 재우면 말썽 안 피운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딱 그러고 있던 것 같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혹은

이런 경우는 뇌에서 먹는 것에 대한 계획을 실행했다는 만족과 감각적 만족, 배를 채웠다는 만족 등 여러 가지 다 만족한 경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행복인가

이것도 행복이라면


그저 본능을 충족해서일지, 그래도 나름 며칠 기다렸다가 방법을 강구해서 구해서 먹어서인지, 혹은 둘 다인지 말이죠.

.

이번 아이템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었더래도 행복했을 것 같은데

그래! 계획을 실행해서 만족한거야!

라는 생각도 들다가

아니 그냥 먹고 싶은 거 먹어서 기분 좋은 거야!

라는 생각도 들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뒤로 돌아 감기고 있는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은,

to do list에 있던 것을 해결했을 때의 만족감과

먹고 싶은 것을 당장 먹었을 때의 만족감의 차이가

얼마나 있으실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