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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요

곧 펼쳐질 놀라운 세상을 향해

by 한걸음


브런치 작가로 등록된 후 멋모르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의도치 않게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중과 매주 화요일 글을 공개하기로 약속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미처 글이 준비되지 않은 날에는 앱에서 ‘내일은 브런치북 연재일입니다. 아직 글을 쓰지 않았다면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서둘러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엉덩이를 걷어차는 방식으로 나를 채찍질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건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이긴 하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짧은 7화 연재까지도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려고 했다. 나의 어지러운 마음,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 하지만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나는 왜 글로 나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인지,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지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싶었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과 글쓰기가 나에게 주는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졌을까?


음악이나 미술로 표현할 수도 있고 운동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대부분은 말로 하기도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왜 글을?


우선 나에게 친숙한 방법이고, 글을 쓰고 읽는 일에 대해서 굉장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음표를 연주하면 음악이 되고 글을 읽으면 나의 상상으로 이야기가 재현되는 작업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지면에 쓰여 있는 것이 악기를 통하거나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움직이고 되살아나 어떤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 그렇게 음표를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나의 생각이 어떤 구체적인 형태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가 닿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 되겠지. 그래서 나는 글쓰기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것을 필두로 다른 여러 가지 수단을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나는 앞으로 한동안 대화하듯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직 글쓰기가 서툰 나에게 꾸밈과 여과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대화체라고 판단했다.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가족에게 말하듯이,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듯이 그런 소곤소곤한 글을 써 보려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나에게서 시작되는 글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는 내가 안다. 속닥속닥 버전의 에세이에서 소설도 쓰고 시도 써 보려고 한다. 나를 어떤 틀에 가두기보다 나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이것저것 걸쳐보고 거울에 비춰보며 생긋 웃어 볼 것이다.


비틀거리는 마음으로 글쓰기 연재를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이름 모를 독자님들께 감사하며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 주제를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부디 그 잔망스러운 걸음 곁에도 함께 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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