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아이도, 함께 자라는 삶 (5)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솔직히 아직도 일과 육아 모두에서 완벽한 만족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족함이 있어도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두 가지를 완벽히 해내기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균형을 찾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일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 회사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인정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육아를 병행한 덕분에 오히려 회사라는 울타리 밖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전통적 근무 방식으로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에, 나는 끊임없이 ‘다른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 시야는 오히려 넓어졌다. 회사 내부에서만 인정받는 길이 아니라, 장기적인 커리어의 방향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은 없지만, 회사 안팎에서 커리어를 유연하게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엔 이런 삶이 조금 재미있어지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괴롭기만 했는데, 이제는 일과 육아 중 하나만 하는 삶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나 스스로 미션 임파서블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이 어려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묘한 성취감과 자부심도 느낀다.
내 삶은 이제 Work and Life Balance를 넘어서, Work and Life Integration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일을 줄이거나 육아를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일중독처럼 일을 삶의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이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도 이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기 일을 해내며 성장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회사에서 겪는 고민을 아이와 나누고, 아이는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내게 털어놓는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이제 나는 아이와 나란히 서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 혼자만 성장하는 것도, 아이만 성장시키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렇게 나란히 서서 성장하는 삶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다림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지금의 삶에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나는 아이의 멋진 미래를 응원하는 만큼, 나 자신의 미래도 응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각자의 꿈을 펼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엄마’라는 이름과 함께 나만의 이름으로 당당히 서 있고 싶다.
이렇게 살길 정말 잘했다고, 언젠가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여러분은 지금, 아이의 삶만큼 자신의 삶도 응원하고 계신가요?
나란히 걷는 이 길 위에서, 여러분은 어떤 성장을 느끼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