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을 다니고, 임용고시라는 걸 공부하고 교사 채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교원양성체제에 대한 의문과 고민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독일의 교원양성체제를 공부하기 전부터 매번 들던 생각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교원양성체제가 석사과정까지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석사과정을 통해 교사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면서 대신 학부 때부터 교대나 사범대 '00교육학과'에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전공 중에서 선택하고 교직이수 및 복수전공을 하는 형태로 교직 석사과정을 준비토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교사의 모든 경험은 교육의 자산이 될 수 있으므로 누구보다 인생의 풍부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아야 하며, 그것은 학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교사는 교과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과를 넘어서 학생들이 마주하는 어른, 선배로서 그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교사의 삶의 반경이 풍부할수록 학생들의 인생을 마주하는 관점도 달라질 것이며 다양한 진로를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대나 사범대에서의 학부생활은 다른 학과에 비해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편이다. 그 이유는 교대나 사범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가 정해져있다고 생각하여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고 따라서 청년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교대나 사범대가 아닌 학과에서 교직이수는 복수전공의 형태로 하면 교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꿈은 열어 놓은 채로 풍부한 경험과 그에 따른 삶과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들을 해볼 여지가 보다 클 것이다.
둘째, 이렇게 교대 및 사범대를 거쳐 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폐쇄적인 구조는 직장인 교사를 양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직장인 교사란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가 되었다기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교육이라는 학문 분야를 이용한 경우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교육에 대한 사명도 딱히 없으며 좋은 교사가 되지 못할 것도 알고 있지만 어쩌다보니 혹은 점수에 맞춰서, 그래도 교사가 되면 먹고살 수는 있을 거 같아서 사범대라는 곳에 들어왔고, 딱히 다른 길이 없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고시를 준비하다보니 다른 길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를 상실하여 계속 고시만을 보다가 언젠가 교사가 되게 된다. 그리고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직장을 누리는 것이다. 물론 정말 사명감과 꿈을 가지고 젊은 시절을 희생하는 참교사 지망생도 매우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고 있는 구조이다. 학부에서 복수전공을 통한 교직이수에서 자신의 진로 적합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직업 중에서도 반드시 교사가 되고 싶기에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사항은 교사양성체제뿐만이 아니라 교사 이외에 다른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에도 기인한다.)
셋째, 교권의 회복이다. 교권의 하락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교육 문제 중 하나이다. 교사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존경이 점차 떨어지는데 교권 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교원의 학위 자격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다.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보다 오랜 기간 진심으로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는 인식을 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실상 우리나라의 교원양성은 사교육, 즉 노량진 고시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교육전문대학원 과정은 이를 타파하고 교원양성의 공교육인 대학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임용고시 자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임용고시의 내용 및 범위가 타당하다는 전제 하에, 문제는 그 대비가 교원양성체제의 공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갈 때 내신 따로 수능 따로 준비하듯이 교원 양성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벌어진다. 교원양성의 석사학위과정이 실현된다면 그곳에서는 교원양성의 최종 관문인 시험을 위한 완전학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가적인 효과로 교원양성체제의 석사학위과정으로의 확대로 현재 교원 채용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조절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이 악화되어가는 대학들에 석사학위를 필수 과정으로 지정함에 따라 등록금 수입을 늘려주어 대학을 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교사양성체제가 학부 복수전공과 교육전문대학원을 통한 석사학위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학사/석사 연계 학업구조'의 교원양성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주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독일의 교사양성은 대학교 입학 후 국가시험 학위과정에 해당되는 교직과정을 이수하면서 시작되고. 초중등교사가 함께 양성되며 종합대학, 음악대학, 예술대학, 공업대학 등에 교직과정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독일의 교사양성과정은 크게 2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1단계는 대학에서의 교직과정 이수 단계이다. 이 때는 교직에 대한 적합성 판단을 가장 중요시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장치가 있다. 첫째, 대학 학업 시작 전 단계에서 교직과정 선택 및 직업선택에 대한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 상담가와 사전 교육실습, 온라인 기반의 자가진단이 제공된다고 한다. 둘째, 교직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역량 개발 정도를 환류하는 것이다. 각 양성 단계마다 역량 도달 여부를 확인한다. 셋째, 학업 기간 및 학업 후의 발전 및 변경 가능성 제공이다. 이러한 일련의 장치를 통해서 학생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교직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고 교직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대비하여 학부 교직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두 개의 전공을 이수해야 한다. 따라서 석사과정에서 교직 석사과정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전공 학문 석사과정을 선택하거나 다른 취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전공과 교육학, 실습, 논문으로 이루어진 석사 과정을 마치면 1차 국가시험을 치르게 되고 이에 합격하면 2단계 수습교사가 될 수 있다.
2단계는 현장에서의 수습교사 실습 단계이다. 수습교사는 교사양성의 마지막 단계로 학교현장에서 수업과 세미나를 통해 이루어진다. 주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24개월의 기간 동안 진행되며 수습기간에도 급여가 지급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학기 중에 1달 간 다른 수업들을 생략하며 이루어지는 이벤트성 교생실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습교사 과정을 마친 후 최종(2차) 국가시험을 거치게 된다.
독일 교육양성체제에 대한 이 내용은 정기섭(2021)의 <독일의 학교교육>에서 정리된 내용인데,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우리나라 교육양성과정의 문제를 체제의 측면, 교육과정의 측면, 진로의 측면의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체제의 측면은 학부에서의 양성 기간 후 별도의 시험 없이 자격을 부여하고 임용시험을 치르는 현행 교원양성체제가 고학력화와 전문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인데, 위에서 교권 회복을 위한 방안이라고 언급했던 세 번째 이유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로 인해 교원양성체제를 대학원 수준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1990년대 말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라고 한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현행 교원양성체제가 이론 중심으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천 능력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로의 측면에서는 하나의 교과교육에 몰입해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다 뒤늦게 진로가 변경되는 경우 취업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인데 이 사항도 위에서 두 번째 이유로 언급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참고문헌
정기섭(2021). 「독일의 학교교육」. 살림터. p4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