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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Oct 04. 2022

교육과정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해결할 준비를 하는 과정

지난 두 글에서는 계속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비판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역량"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도 않은 채 교육과정문서에 집어넣음으로써 학교 현장에의 혼란과 기초 학력 저하를 초래한 점을, 두 번째 글에서는 총론이 각 교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을 비판했다. 그러나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연구가 비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안까지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대안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바닥에 쓰레기가 내팽겨쳐져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연구자들은 "쓰레기가 왜 있는가"를 연구한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쓰레기를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연구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것까지는 학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한다. 9월 30일 '교과교육과정의비교연구' 수업에서 교수님께서는 대학원까지 와서 교육학, 특히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우리는 모두 문제를 인식했다면 솔루션을 찾고, 그 솔루션을 실행시키는 리더십을 갖추는 사람이 되도록 권면하셨다. 그리고 지금 공부하는 과정은 추후 그런 일을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와 인지적 역량(이제 일상적으로 "역량"이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을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수준 교육과정 문서가 정말로 교육에 도움을 주고 실효성 있는 것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그 역할 범위가 잘 설정되고, 더 무게가 실려 중심이 잘 잡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개정의 이유가 사회의 우발적인 문제 상황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서여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이유는 지식의 구조나 내용이 변화했을 때 정도라야 한다. 명왕성이 행성계에서 퇴출되었다든가, '너무'라는 부사가 원래는 부정 강조로만 쓰였는데 이제는 긍정 강조로도 쓰일 수 있게 허용되었다든가 하는 정도의 지식 내용의 변화가 교육과정의 개정의 이유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전면 개정' 이 아닌 '일부 수정' 정도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학교 수준, 교실 수준의 교육과정에서만 실천될 수 있는 정도의 세세한 것까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토의 토론 학습 중심'의 수업을 할 것을 명시해놓는 것은 교실 밖의 관료들이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교수법과 같이 교실 수준에서 결정될 사항은 교실 재량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교육과정 문서는 좀 더 위엄있게 간결하고 건조한 언어로 서술될 필요가 있다. "~~한 교육", "~~한 학습" 등 각종 수식어를 통해 언뜻 보기에 마치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듯한 교육과정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럴싸해 보이는 언어가 아닌 진짜로 그러한 언어로만 서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가 모든 학생들을 획일화시키고 하향평준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학교의 개념은 국가 교육과정 기준을 덜 따르는 만큼 돈을 덜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 하고 싶은 학생, 학부모들은 적지 않은 사비를 더 들여서라도 국가 교육과정 기준을 덜 따르는 학교에 가고자 한다. 국가 교육과정 기준은 공부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물론 여기에는 입시의 문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런 아이러니와 비합리를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이어서 계속해서 교육과정으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충남삼성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2015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볼 예정인데, 거기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선의 실마리를 좀 더 분명하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소경희(2015).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개정안이 남긴 과제. 교육과정연구, 33(1), 19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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