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이다. 2018년 8월 고교 교육혁신 방향을 통한 고교학점제 추진 단계가 발표되었고,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이 발표되었으며, 비슷학 시기 대통령 업무 보고 시에도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방향이 보고되었고, 2021년 4월,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이 착수 발표되었다. 고교학점제는 2018년에서 2021년 도입기반이 마련되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부분 도입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시행이 계획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한 채로 '역량중심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고 결국 학교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고 했는데,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발표되는 이 시점에서 OECD가 Education 2030을 발표하면서 오랜 시간 숙고된 '역량'의 개념을 다루어주었고 2022 개정 총론 시안에는 이 OECD가 제시한 개념이 명시되었다. OECD Education 2030에서는 학생들은 자신과 타인 및 지구촌 구성원 전체의 웰빙을 향해 나아가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학생 행위 주체성과 변혁적 역량을 '성장 마인드, 정체성, 목적의식, 자기 주도성, 책임감 등을 의미하며, 목표를 정하고 성찰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변화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개념화했다. OECD는 공교롭게도 적절한 타이밍에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면죄부를 제공해준 셈이다.
문제는 2022로 넘어가는 과정조차 매우 성급하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고 하면서 다방면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 노력들을 나열해놓았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에서 교육계, 학부모, 미래학자, 생태환경, 공간혁신 등의 전문가들이 총 13회 협의회를 진행했고, 국가 교육과정 정책자문위원회가 교육계, 공학계, 인문사회계 등 전문가로 구성되어 총 4회의 논의 및 자문을 진행하였으며, 담당 과장, 장학관, 장학사와 같은 시도교육청 교육과정 전문직인의 의견을 3회 협의회를 통해 수렴했고, 2021년 7~8월 권역별 핵심교원 연수가 총 4회 진행되어 800명이 참여하였으며, 학생&학부모 공감소통 콘서트도 비슷한 시기에 총 4회 진행되어 총 720명이 참여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현장소통포럼, 학생 지역인사 의견 수렴,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의견 제출, 정책연구진 공청회 및 심의, 교원단체 간담회, 부내 협업 TF팀 구성,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등이 운영되었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의견 수렴 과정이 불과 작년(2021년) 4월에서 11월 안에 모두 진행이 되었는데 기간이 매우 촉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달 만에 이 어마어마한 과정들이 해치우듯이 진행된 것이다. 지난 토요일(2022년 10월 8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검토 공청회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유튜브 생중계된 공청회를 보았는가? 현장에 특정 단체가 대거로 와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회자는 진행하는데 애를 먹었고, 청중들의 요청으로 사회자가 한 번 교체되었는데 교체된 사회자도 특정 토론자가 발언할 때는 중간에 끊는 등 정말로 편파적인 진행을 하는 것인가 싶었다. 저 많은 행사들도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으레 짐작이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마련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5개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과제는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혁신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했던 인간상, 핵심역량, 교육목표의 큰 틀은 유지되면서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소양 및 역량을 반영하여 개선했다고 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은 자기 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이 바뀐 것은 없고 인간상의 자주적인 사람이 자기 주도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의사소통이 협력적 소통으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그리고 학습자의 공동체 가치 함양 및 역량 강화를 위해서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전환교육, 시민성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서 총론에 반영하고, 모든 교과와 연계할 수 있는 내용 기준을 개발하도록 하였다. (한편 생태전환교육은 막상 총론 시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수학, 과학 음악 등의 교과에서 어떻게 핵심 요소를 추출하고, 규칙성을 발견해서 문제 해결 절차를 통해 프로그래밍에 활용할지 예시를 주면서 인공지능 원리 학습 및 교과수업과의 연계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디지털 AI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정보 관련 내용을 34시간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중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을 68시간 이상 편성 및 운영하기를 권장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정보교과를 신설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모두를 위한 교육과정 강화를 위해 특수교육 대상, 학습부진 학생, 느린 학습자, 장애학생, 다문화학생, 소규모 학교 및 초중등통합운영학교, 직업계고등학교 등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침, 지원 방안, 체제 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요새 지역의 많은 초등학교, 중학교들이 학생 수가 부족해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는데, 폐교를 막기 위해 초중학교를 통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 애를 먹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 또한 마련하고자 하는 모양이다.
두 번째 과제는 현장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 및 촉진하는 교육의 강화이다. 즉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국가 수준에서는 한 학기 17주 기준 수업 시수를 16회로 줄여 1회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수준에서는 초중학교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선택과목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학교 수준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나 또 학교가 개발하는 선택과목 등이 가능하도록,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하고자 하였다.(공청회에서 이는 현장 교사의 업무 과중도를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교과군별 20% 내 시수 증감이 가능한데 여기에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까지 더해서 시수 증감이 가능하도록 시수 증감 가능 폭을 더 확대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입학 초기 적응 활동을 개선하고, 안전교육을 기존에 안전한 생활을 별도로 운영했던 것을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에다가 안전 내용을 삽입해서 다시 분리했다. 세월호 사건을 이래로 안전교육 교과를 신설했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삭제하는 모양이다. 역시 사회의 우발적인 문제 상황이 교육과정 개정의 이유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즐거운 생활을 기존 80시간에서 128시간으로 늘리고 안전한 생활 시수까지 가져와서 총 144시간을 편성해서 이 시간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의 신체활동을 강화하도록 하였다. 중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 편성운영을 개선하도록 했는데, 자유학기를 축소하고, 진로연계학기를 신설하였다. 그래서 기존에 4개 영역(주제선택, 진로탐색, 예술체육, 동아리활동)에 대한 활동을 2개 영역으로 줄이고, 자유학기 170시간, 자유학년 221시간 운영하던 것을 102시간만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3학년 2학기는 진로연계학기로 교과별로 진로 단원을 신설하고, 창의적 체험활동도 진로 활동으로 하도록 하고, 학교 자율시간에는 진로 관련 선택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 및 범교과 학습 주제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현행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가지 활동을 자율자치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3가지로 축소하고, 봉사활동은 동아리 및 진로활동으로 통합되도록 하였다. 또한 범교과 학습 주제를 개선하려 했는데 기존에는 총론에만 학교급별 편성&운영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이제는 각 교과 교육과정에 해당 내용에 범교과 학습 주제 관련 내용이라는 마크를 표시한다고 한다. 아울러 범교과 학습과 관련한 법령도 정비 중에 있다고 하였다.
세 번째 과제는 교육과정 혁신을 통한 학습자 맞춤형 교육 강화이다.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위해 앞서 두 번째 과제에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축소되고 진로연계학기가 신설되었다고 했는데, 중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급에서 진로 연계학기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해서도 적응 학기를 두고,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도 중학교를 이해하는 학습을 하도록 하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는 진로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고1은 진로집중학기로 두고, 수능 후에는 대학생활을 이해하거나 사회진출 관련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쯤 해서 고교학점제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우선 기존의 교과 영역(기초, 탐구, 체육예술, 생활교양)은 삭제하고 교과 군체제로 개선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에 공통과목, 일반선택, 진로선택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공통과 선택으로 나누고, 선택은 일반, 진로, 융합의 3개로 재구조화하였다. 공통과목의 경우 공통수학이나 공통영어 과목을 기본 수학, 기본영어 등 학생 수준에 따른 대체 이수 과목으로 운영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편 특목고 전문교과I은 보통교과로 통합해서 일반고 학생들도 기존의 특목고 과목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 가능하며(그러나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목은 거의 학교에서 선택하지 학생들이 선택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은 의심된다.), 외고, 국제고는 교과특성화학교로 운영 가능하다고 하고 있는데, 사실상 외고, 국제고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과목별 이수학점 증감범위와 필수 이수학점이 축소되었고,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을 원격 및 대면으로 운영 가등하도록 했다. 학점제의 과목 이수기준은 수업의 ⅔를 출석하고,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고 총론 주요 사항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192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다. 드디어 그냥은 졸업시켜주지 않는 체제가 마련이 된 것인가 싶었는데 이수가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에 대한 지침은 나와있지 않고 학업성취율 40%에 대한 이야기가 막상 총론 시안에서는 제외되었다.
네 번째 과제는 교육환경 변화에 적합한 교과 교육과정 개발 및 지원이다.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지향점은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 4가지를 강조점으로 두고, 소수의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엄선하고, 교과 교육과정 문서에 구성원리를 신설하고자 하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 설계 원리는 각 교과의 본질과 얼개를 드러내는 핵심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학생이 궁극적으로 이해하고 알아야 할 것, 교과의 사고 및 탐구 과정, 교과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고유한 가치 및 태도를 선정하고 조직하도록 하고, 성취 기준은 내용 요소별이 아닌,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통합한 학생의 수행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진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혁신에 대해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으며 교육과정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교원정책 및 역량 강화 방안, 대입제도 개선 방안, 학습공간 재구조화 및 디지털 기반 학습 환경 구현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최근 내년에 교원을 3000명 줄인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개정 교육과정 주요 사항에는 교원 수급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나 기초소양 교육에 맞게 교원양성 기관의 교육과정을 개편하고자 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없지만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서 대입 제도는 2028학년도부터 개편될 수 있도록 내신평가, 학생부 기재 방법, 수능 시험과목 출제범위 등의 현장 안착 및 사전 준비 방안을 논의하고자 하고 있다. 현재는 정책 연구 단계에 현재 있다. 마지막으로 노후 학교는 개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학습공간이 교육과정에 맞게 구현되도록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전에 교육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교육공간이 따라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부분도 어떻게 반영이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과제는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선 방안이다. 기본 교육과정을 각 대상자마다 다르게 맞춤형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특수학교에도 고교학점제 적용 방안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향후 추진 일정은 올해 하반기에 총론, 각론 확정이 고시되고, 이어서 교과서가 개발되고, 그것에 맞게 대입제도를 개편하고, 학생부를 개편하고, 교원 연수를 진행하고, 2024년부터 순차 적용해서 2027년에 전체 학년에 적용되도록 하려는 계획이다.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교과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는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도 또 새로운 방향으로 교과를 고려하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고교학점제로 제기되는 교과 시수의 문제가 그러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교과가 담고 있는 내용의 양이 다르므로 시수를 달리 편성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과를 동일 시수로 설정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고등학교의 교과목 편성에 대한 교육부의 컨설팅에서 모든 과목을 같은 시수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한 여전히 수사학적인 말들이 너무 즐비하다. 나는 수업에서 2022 교육과정 총론 발표를 맡겠다고 자원을 했는데, 그 이유는 사실 발표를 맡지 않으면 내가 좀처럼 교육과정 총론을 꼼꼼하게 읽어볼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3월 입학 과제 중에 2022 교육과정 요약하는 게 있었는데 사실 그걸 하다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좀 더 강한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 중에는 교사이신 분들도 많은데 대다수가 이곳에서 공부하시기 전에는 교육과정을 잘 읽어보지 않았다고도 이야기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공부하기로 한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발표를 맡지 않은 수강생들은 읽어보고 오지 못했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교육과정이 얼마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인가? 다시 한 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중점 사항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 학습자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 지역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및 책임교육 구현, 디지털 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통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양성하자고 하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방향'과 '중점 사항'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 가 ~~ 하는 ~~ 이 ~~ 한 교육과정"이 한 번에 이해가 되는가? 한국어야 수식어를 붙이는 게 쉬우니 망정이지 만약 영어였다면 "the curriculum which is~~~ that makes ~~~~"하며 몇 어절이나 덧붙였어야 하는 말들일 것이다. 이런저런 말이 너무 많이 붙은 이 교육과정을 우리 연구소에서는 '누더기 교육과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듯이 보기 좋은 교육과정이 실제로도 실속 있는 교육과정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비판하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번 글에서도 밝은 이야기는 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