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과, 사회과, 총론을 중심으로
교육은 국가 수준에서 시스템으로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다른 나라의 관련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생각해볼 점들이나 배울 점을 찾아볼 수는 있다. 그동안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고 IB 교육과정도 DP, MYP, PYP를 차례로 살펴보았는데 그러면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 총론은 어떻게 제시되어 있을까?
먼저,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대학에서의 학문 및 전공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학교에서 구현되는 것을 떠올려 보면 그 어느 나라보다 대학과의 괴리가 크지 않나 생각한다. 학문과 전공의 내용은 교과목명으로만 존재하지, 실제 우리는 그 이름들을 싹 무시하고 수능 시험에서 제시하는 영역을 기준으로 과목명을, 수업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능과 교육과정이 다르다는 점은 정말이지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커다란 문제점이다. 수능의 진짜 문제점은 공정성도 타당성도 떠나 초중고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공부의 흥미를 잃어버리는 이유는 교육과정과 수능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교육과정 국제비교에서 흥미로운 점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일본에서는 한자교육 및 붓글씨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우리나라는 한글이 있어서 일본어보다는 한자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쓰는 많은 어휘들이 한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붓글씨 및 서예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예술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미술교과에서 여러 가지 중 하나의 체험처럼 해보고 지나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국어교과에서 역사와 전통의 면모를 강화해서 다루어야 하는 것일까? 일본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국의 문화를 얼마나 지키고 자랑스러워하고 연마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프랑스의 사회교과에서 독특했던 점은 굉장히 자국의 역사와 지리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핀란드가 사회 과목을 철저하게 탐구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 많이 대비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사회과 내용 제시 방식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내용 제시 방식은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이 표로 제시되는 것이 특이점인데, ‘기능’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사하기, 분석하기, 참여하기, 토론하기 등의 키워드들은 핀란드의 탐구 중심 교육과정 제시 방식에 보다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에서 사회 교과의 수업을 떠올리면 어떠한가? 프랑스의 교육과정의 제시 방식이 우리나라 교실 수업이나 시험과 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을 보면서는 무엇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교육과정이 보다 솔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장은 그대로인데 교육과정만 자꾸 이상화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회과 교육과정 국제비교에서 또 살펴볼만한 점은 과목명 및 학습 시기에 대한 것이다. 호주나 캐나다 BC 주는 유치원, 초등학교 1학년부터도 “사회”라는 과목명으로 학습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사회”라는 과목명을 가지고 내용을 다루고, 1, 2학년 때는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사회, 과학 통합교과 에서 해당 내용을 다룬다. 무엇이 더 좋을까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1-2학년과 3학년 사이의 교과목의 단절은 어떤 연계성을 주지 못하고 단절되고 갑작스럽게 학습 부담이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라는 과목명이 초등학교 1학년에게 매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어릴 때부터 그 과목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3학년으로 진입할 때, 중학교에 올라갈 때,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등 단절감이 다소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진입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끔 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일관성 있는 과목명과 내용 구성은 자연스러운 성장과 점진적인 심화로 보다 받아들이기가 보다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과를 통틀어, 교육과정 제시의 구성이 교과가 먼저 제시되는가, 학년 및 학년군이 먼저 제시되고 그 안에 교과 내용이 들어있는가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과를 먼저 제시하고, 그 안에 각 학년 및 학년군의 교육과정 내용이 들어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각 교과의 교육과정 문서에서 맡고 있는 학년의 내용을 각각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사용자 친화적이지 못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의 경우 각 교과별 교사가 따로 있으니 교과별 제시가 보다 적합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다르므로 다르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교육과정이 교사들이 보아야 하는 문서가 맞다면 말이다.
모든 표⋅그림 출처 및 참고문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8). 초ㆍ중등학교 교과 교육과정 국제 비교 연구. 충청북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