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파리 투어-에펠, 샹젤리제, 오르세, 에스까르고

(12) 파리

by Lanie

촬영 세션을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인 목요일에 예약을 했는데, Gauthier가 자신이 목요일에 쉬니 그날 파리 밖으로 나갔다 오자고 했다. 그래서 촬영 세션을 둘째 날로 변경했다. 사실 귀찮아지고 이미 멋진 사진도 충분히 찍어 취소할까도 했지만 이미 환불 기한은 지나 있었다. 급한 변경에, 변경이 확실히 된 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침에 일어나서야 알게 되었다. 8:20에 눈을 뜨고, 안내를 확인하고 바로 엄마를 준비시키고 함께 호텔을 나섰다.


이번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 들어간 역 출입구에서는 표를 사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출입구를 다시 나와 지나가던 현지인에게 표를 어디서 실 수 있을지 물어봐야 했다. 처음 마주친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은 우리의 요청에 바로 이어폰을 빼고 미소를 지으며 어눌한 영어로 어느 출입구로 들어가면 표를 살 수 있을지 알려주었다. 역시, 친절의 파리이다.


안내받은 출입구로 들어가 하루권을 살까, 하다 쿨하게 3일권을 사 벼렸다. 엄마 것과 내 것 해서 2장을 사니 10만 원이 결제되었다. 파리 지하철은 생각보다 쉽고 단순했으며 우려했던 '냄새'도 딱히 나지 않았다.


만남의 장소에 도착했다. 살짝 지각을 하긴 했는데 동행하는 5명의 게스트 중 2등으로 도착한 것이었다. 한 명의 아이슬란드 중년 여성, (결혼은 안 한 듯한) 남유럽 출신으로 보이는 한 중년 커플, 한 젊은 흑인 패셔니스타 소년과 동행하게 되었다. 매우 상냥하고 젊은 사진사와 에펠탑 배경을 위주로 하여 3-4 종류의 사진을 찍었다.


여행 가서 전문 사진촬영을 한 번씩 하는 건 나의 여행 방식이다. 여행 중에 사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여행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찍는 사진 말고 내가 나오는 사진 말이다. 내가 찍는 거야 마음껏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내가 나오는 사진은 아무래도 내 맘대로 나오기 쉽지 않다. 부탁받는 상대도 지칠 수 있고, 나도 결과물이 맘에 안 들면 속상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내가 나온' 사진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느냐 하면 또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약간의 돈과 시간을 들여 전문가의 손에 한 번 맡겨버리면 나머지 시간들은 사진에 집착하지 않고 편하게 여행할 수가 있다. 에어비앤비 '체험' 섹션에 가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도시별로 여행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호스트들이 있다.(예약 링크: https://www.airbnb.co.kr/experiences/685112)


파리의 지하철. 덜컹거리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편하다. / 에펠탑 촬영 세션


아무튼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에펠탑 쪽으로 넘어간 김에 그 부근을 구경하기로 했다. 에펠탑 안으로 들어가려 많은 인파가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는 예전에 이미 들어가 봤기 때문에 그곳은 여유롭게 지나 에펠탑 주변을 구경했다. 근처에서 아침 먹을 곳을 찾다 실패하고 버스를 타고 센느강 다리를 건너 개선문 쪽으로 넘어갔다. 개선문이 보이는 샹젤리제 초입의 덴마크식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걸었다. 걷다가 우리가 아는 그 카페, 프라하 버스역에서 우리에게 감동의 까눌레를 선사했던 그 카페가 있길래 커피와 디저트까지 즐겼다. 널찍한 거리가 좋기는 좋지만 굳이 '샹젤리제'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으나 엄마는 우리가 이렇게 샹젤리제를 활보한다며 온전히, 순수하게 신나 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브런치와 산책

샹젤리제를 쭉 따라 걷고, 콩코드 광장도 지나면 뙬르히 가든이 나온다. 그 안의 Bassin Octagonal이 유명하다. 팔각형의 인공연못을 둘러 초록색 철제 의자들이 놓여 있다. 우리도 의자를 하나씩 차지해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 혼란의 시대에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축복받은, 행운의 사람들의 모임같이 느껴졌다. 여전히 규칙은 유효하다. 어제 흐리고 비가 왔던 만큼 아주 맑은 날이었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것인지, 마치 생의 복을 다 끌어 쓰고 있는 것처럼, 생의 찬사를 연발했다. 지난 한 해의 고단함을 모두 털어버리고, 모두 잊고 있었다.


Bassin Octagonal을 둘러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왼편은 우리 엄마


뙬르히 정원에서 이어지는 센느강의 인도교를 하나 건너면 오르세 미술관에 닿는다. 오르세 미술관 입장 대기 시간은 45분.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엄마에게 만약 다시 유럽에 오는데 독일과 파리 중(하나는 나라이고 하나는 도시인데...!) 한 군데만 골라야 한다면 어딜 고를 것인지 물었다. 엄마는 단연코 파리라고 했다. 분권화된 독일이 어디든 살기 좋기는 하지만, 여행을 위해서는 이렇게 중앙집권화된 파리와 같은 도시가 필요하기도 한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오르세 미술관에서 친숙한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5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모네의 정원, 르누아르의 시골의 무도회, 고흐의 방 등 모두가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을 듯한 작품들이 다 그곳에 있다. 따라서 5층에 가면 유독 한국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르세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아름다웠다. 또 오르세미술관 2층에는 웅장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피곤한 발에 휴식을 주러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그곳에 잠시 앉았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오르세 미술관의 밖과 안, 2층의 웅장한 카페


시간은 벌써 저녁 5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엄마는 루브르 피라미드를 보고 싶어 했기에 루브르 피라미드를 찍고, 그 근처에서 평점이 (한국인 사이에서) 가장 높은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라따뚜이, 에스카르고, 크림라비올리를 맥주와 함께 먹었다. 돈을 아주 펑펑 쓰고 있다. 예산을 넉넉하게 잡으니 좋기는 하다. 돌아가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


루브르 피라미드/(한국인 사이에서) 평점 좋은 레스토랑/라따뚜이, 에스까르고 등


그 일정을 마지막으로 호텔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파리지앵 친구 Gautheir가 오늘도 보자고 했다. 피곤했지만, 엄마는 호텔에서 쉬고 나만 나가 근처 카페에서 친구는 차 한잔, 나는 Aperol 한 잔을 했다. 친구는 서울에서처럼 멋진 카페가 없어서 유감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파리의 카페들이 훨씬 멋진데! 내가 말이 적어질 때쯤 파했다. 책을 아주 조금 읽고 그렇게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피라미드, 라따뚜이와 에스까르고.

딱히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이 날은 '전형적 파리 투어'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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