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적 파리 투어-마헤, 노트르담, 퐁뇌프, 퐁듀

(13) 파리

by Lanie

오늘은 이곳 시간으로 오후 12-3시에 대학원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근처 베이커리에서 바게트와 페스추리를 사고 옆 슈퍼마켓에서 주스 등을 사 와 호텔 테라스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그러고선 다시 침대에 붙어 어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려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엄마는 오전 내내 주무신다. 피곤하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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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2분 거리의 베이커리 / 아침의 바게트


아침에 교수님께서 오늘 발표가 가능한지 연락이 오셨다. 마음이 쿵 했다. 2주라고 말씀드렸지만 교수님께선 2주를 세며 기억하지 않으신다. 나는 아직 나와 있어 다음 주에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쿨하게 오케이 하셨다. '굳 트립.'이라고 말씀해 주시며. 인격적이고 쿨하신 우리 교수님이시다. 다시 현실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수업을 1시간쯤째 듣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인터넷이 나갔다. 로비에 문의해 보니 인터넷 관련해서 무언가 수리 중이라고 했다. 한편 엄마는 내가 수업을 듣는 동안 혼자서 돌아다닌다고 했기에 우리가 같이 쓰고 있는 와이파이도시락을 가져갔다. 그러니 엄마에게 그걸 가지고 돌아와 달라고 연락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나는 호텔 직원에게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고 이야기했기에 그는 최대한 빨리 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얼만큼인지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잠시동안 온오프라인상으로 통틀어 호텔방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 화장하는 것, 독서하는 것, 일기 쓰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 10분 만에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었고 나는 무사히 독일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 또 한 차례 수업을 듣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교수님과 대학원 동료들의 친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말이다.


파리에서의 셋째 날이다. 수업을 듣고 오후 3시가 훌쩍 넘어 집을 나섰다. 마헤지구 쪽을 둘러보고, 저녁엔 또 친구와 약속이다. 아니 그런데 오늘은 무슨 날인가? 출발하는데 또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 잠시 혼났었다. 다행히 내가 수업을 듣는 동안 엄마가 한 번 다녀왔던 길이었기에 계속 길을 갈 수 있었다.


(우리 엄마는 파리 거리를 혼자서 걸어본 여자이다. 파리 여행을 해 본 엄마 또래의 아주머니들은 많겠지만 홀로 걸러본 사람은 많지 않지 않을까?)


마헤지구를 거쳐 루피필리프 다리를 건너고, 생루이 섬을 거쳐 또 생루이교를 건넌 뒤 씨떼 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했다. 생루이교에서는 거리의 피아니스트 연주를 감상했다. 업라이트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며 연주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4년 전 화재가 있었고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이었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파리 시민들이 눈물지었던 게 공감이 되었다. (한편 나중에 Gauthier가 말하길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며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안타까워하더라, 했다.)


성당 앞에서는 '빵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바게트빵 만드는 기술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고 축제 천막을 둘러 큼지막하게 쓰여있었었다. 어쩐지 바게트가 정말로 맛있더라니! 진정한 '겉바속촉'이었다. 이 글을 쓰니 또 먹고 싶어 진다. 그렇지만 이날 바게트는 아침에 이미 먹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인기 있어 보이는 이름 모를 작은 빵 한 봉지를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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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루이 다리 위의 피아니스트 / 복구중인 노트르담 / 빵 축제


축제장 한복판에서 어떤 아이가 바닥에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마도 비둘기를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사뭇 진지하게. 이 파리의 거리의 예술가들이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또 어떻게 보일는지!


다음으로는 꽃시장에 갔다. 읽고 있는 파리 에세이 작가가 언급한 곳이다. 그러나 이 책이 쓰인 건 11년 전이고, 그사이 꽃시장은 많이 죽은 듯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꽃을 사가지고 집안을 가꾸는 데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는 것일까? 과거의 번영을 상상해 보며 남아 있는 꽃가게들을 구경했다.


씨떼 섬의 끝까지 가 퐁뇌프 다리를 건넜다. 퐁뇌프 다리는 '새로운 다리'라는 의미이나,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다리이다. 성벽 모양으로 만들고자 군데군데 반원형의 발코니 같은 것이 형성되어 벤치도 있고 한데 과거에 그곳은 각종 장사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고 하며 현재는 커플들이 하나씩 차지하고 데이트를 하거나 혹은 노숙인들의 방으로 쓰이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오면 헌책방 가판대들이 즐비하다. 불어를 알 수 없지만 옛 책들이 풍기는 감성은 그 자체로 참 낭만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마리텐 백화점과 루이비통.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은 우리는 어느 카페에서 크레페를 먹기로 했다. 거리를 향하고 있는 자리에 앉으니 절로 행인들의 패션을 구경하게 된다. '프렌치 시크'라는 건 와서 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럭셔리와 캐주얼이 이토록 잘 어우러지게 믹스된. 정말로 막 입은 것 같지만 그것이 또 멋있는. 또 인상적이었던 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춘 시크하고 작은 가방 하나에 저마다 에코백과 비닐봉지 혹은 장바구니까지 해서 서너 개의 가방을 쿨하게 매고 다니는 것도 멋있었다. 나도 한 보부상 하여 매번 큰 가방을 고집했었는데 한 수 배우는 느낌이었다. 이들의 패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파리에서는 어딘가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들이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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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아이 / 씨떼 섬의 남아 있는 꽃 시장 / 퐁뇌프 다리 초입의 헌책 가판대들


패션 구경에 너무 열중했을까, 하마 타면 계산도 안 하고 도망갈 뻔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다시 길을 떠나고 있는데 웨이터가 쫓아왔다. 나는 놀라 다시 웨이터를 따라 가게로 돌아가 계산을 했는데, 주인 아주머지가 마치 의도적으로 도망한 게 아니냐는 듯 질문했다. 정말로 깜빡 잊은 것인데! 변명하자면 우리나라 카페는 대부분 선결제 방식이고, 후불제더라도 대체로 나가는 길에 계산하는 곳이 자리하고 있기 마련이며, 그나마 일주일 있으며 익숙해진 독일의 방식은 또 웨이터가 자리로 와서 자리에서 계산하는 방식인데, 파리에서는 이 모든 방식이 아니고 야외 테이블에 있다가 가기 전 다시 실내로 들어가 깊숙이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해야 한다. 이 방식이 3일째 익숙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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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선과 혼을 쏙 앗아간 프렌치 시크의 파리지앵들 / 먹튀할 뻔한 크레페 카페


쇼핑을 좀 하고 싶어 몇몇 찜해둔 가게들에 들러 보았지만 마땅한 것은 없었다. 아이템들이 하드코어였다... 파리지앵은 못따라잡겠다.


다음으로 저녁을 먹으로 남동생이 추천해 준 퐁듀 집에 가기로 했다. 겨울 음식이기는 하지만, 여행자로서 언제 왔든 온 김에 사계절 음식을 다 먹어봐야 한다. 엄마는 아들과의 공감대가 생기는 것에 기뻐했다. Gauthier도 퇴근을 하고 저녁 식사에 동참한다고 했다. 추천을 받은 잘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이번엔 우리 엄마가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엄마를 호텔 근처 역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또 2차에 가기로 했다. 나는 걱정이 되어 우선 와이파이도시락은 엄마에게 넘기고, 그러면 나는 인터넷이 없기에 Gauthier의 카톡을 엄마에게 공유하고, 도착하면 고티에에게 '도착'이라고 남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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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외관의 퐁듀 레스토랑 / 치즈의 느끼함을 싹 잡아준 와인 / 퐁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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