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코펜하겐에서 도서관 투어를 한 이후로 공간에 반해서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 도서관으로 향했다.
커피 한 잔에 빵을 입에 물고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글을 써 내려가는 이 시간은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자는 나만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였다. 매일 라테를 주문하다가 왠지 모르게 플랫화이트가 마시고 싶은 날이었다. 카페에 줄을 서 있는데 귀에 콕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Tak!"
어제 지하철에서 본 관광안내서에 있던 말이었다. 관광안내서에는 덴마크 여행 시 쓰면 유용한 덴마크어가 적혀있었는데 안녕! 잘 가! 고마워! 등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이었다.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던 덴마크어가 들리다니! 나를 둘러쌓고 있던 거대한 비눗방울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나라가 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언어 때문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억양과 인사말조차 도통 알아들을 수 없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나에게 진한 플랫화이트를 건네는 카페 직원분께 용기 내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Tak!!"
그녀는 나의 말에 환하게 웃어 보이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답인사를 건넸다. 흥얼흥얼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어제 사온 아몬드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하고 달달한 내음에 기분이 좋았다. 탁탁탁! 하면서 혼자 연습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옆자리 친구가 웃으며 덴마크어 공부하는 거냐 물었다. 한국어로는 탁이 그렇게나 투박한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종소리 같은 느낌이다. 여길 떠날 때까지 인사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에게 생긴 이 작은 변화에 왠지 모르게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갑자기 외국인이 "캄사합니다!"라고 서툰 인사말을 건넬 때 내가 환히 웃어 보이며 그냥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주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렬히 표현해야지.
오후에는 캐스퍼를 만나기로 했다.
왠지,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