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은 어떻게 살까?

투어 가이드 호떡청년과의 만남

by 전혜윰

여행을 가면 항상 여행 초반에 투어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현지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에서 오래 머문 사람이 속성으로 알려주는 현지 투어라고 생각한다. 선호하는 건 두 다리로 걷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보 투어인데 덴마크에는 자전거 투어가 있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덴마크에 도착하고 보니 내 상상보다도 자전거가 즐비해있었고, 무엇보다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정비되어 있었다.

자전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었던 나는, 자전거 투어를 덜컥 예약해 버렸다. 투어 가이드님은 덴마크에 12년 동안 거주하신 '호떡청년'이라는 분이셨다. 그는 자전거가 무섭지만 투어로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여기는 자전거를 잘 못 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배려해 줘요.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의 격려 덕분에 굳은 마음이 풀렸고 적당한 긴장감을 손에 쥔 채 자전거에 올라탔다. 프라이빗 단톡 투어였기 때문에 맞춤 투어가 가능하다고 하셔서 나는 관광지보다는 덴마크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삶을 둘러보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대화와 소통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진행되는 투어였기에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도 적합한 프로그램이었다.


투어 스폿은 덴마크인이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곳들로 구성되었다.




'코펜힐 스키장'으로 검색되는 이곳은 사실 쓰레기 소각장이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설물인 쓰레기 소각장을 짓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는데 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상단부는 스키장이라고 한다. 소각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주민들과도 공생하기 위해 하단부는 소각장으로, 상단부는 스키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건축물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스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소각 기술의 발달로 굴뚝 밖으로 나오는 연기는 사람들에게 무해하다고 한다. 또한, 쓰레기 1톤마다 동그란 링의 연기가 나오는데 이걸 보고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실생활에서도 환경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공사에 쓰였던 크레인을 재활용하여 만든 '번지점프대'이다. 누드로 뛰어내리면 무료라고 한다. 자원을 쉽게 버리지 않고 물건의 쓰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여서 감탄했다. 게다가 이벤트를 결합하여 재미 요소까지 넣었다는 게 놀라웠다.


비슷한 가치를 볼 수 있는 곳은 해안가에 있는 'Reffen'이라는 관광지인데, 해운 폐기물 컨테이너로 공간을 구성하고 세계 곳곳의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들이 모여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안주삼아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다. 폐기물을 업싸이클링해서 관광지로 탈바꿈시켜 사람들이 음식문화를 경험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프리타운이라 불리는 '크리스티아니아'마을이었다. 과거 해군 기지로 쓰였던 곳을 히피들이 무단점거해서 꾸린 곳으로 마을 입구에는 '여기는 EU가 아니다'라고 쓰여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독립된 자치 사회를 선언하고 고립된 삶을 살다가 현재는 정부에 세금도 내고 공공자산도 함께 사용하며 어우러져 살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밌는 건, 자치 사회로의 독립을 주장하던 시기에 자체적으로 만든 교통수단이 지금의 크리스티아니아 자전거 브랜드로 탄생한 점이었다. 과거에 갇혀 있었다면 브랜드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을 텐데 과거는 과거로 두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름을 존중하는 그들의 성숙한 태도가 다양성의 공존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리고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 맞은편에 있던 '서클 브릿지'.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에 꼽히기도 하는 이 다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일자선으로 되어 있는 다리와 다르게 다양한 크기의 5개의 원형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그재그로 놓여있다. 다리를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사용자가 (특히 자전거 탑승자) 속도를 줄이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여유를 느끼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행동을 건축 구조로 유도하는 부분이 멋지다.


코펜하겐 곳곳에는 건축물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덴마크는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인 요소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구조를 바꾸는데 디자인이 쓰이는 것이라고 한다.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은 하버 가까이 세워진 건축물이었는데 이곳에서 덴마크인들이 생각하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가치를 접할 수 있었다. 덴마크는 녹지와 자연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부지가 좋은 곳에는 공공시설물을 짓는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은 좋은 공공시설을 짓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건물 내부도 참 근사했다. 도서관 내부는 통창이라 하버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고 비치된 가구는 명품 가구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이 도서관도 공모전에서 수상한 건축물이었는데 내부를 곡선으로 디자인하여 하버의 물길을 내부로 들어오는 것처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지식이 흘러 흘러 한 곳에 모여 지식을 축적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그 지식은 또 근사한 결과물로 탄생하겠지?




순식간에 투어가 마무리되었고 나는 덴마크인들이 살아가는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마인드를 배우고 싶었고, 깊이 새기고 내 삶에도 적용하고 싶어졌다.


가이드님이 운영 중이신 커뮤니티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할 사람도 꽤 있을 거라는 좋은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에 빠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인터뷰'그 자체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나오는 마음의 소리였다. 인터뷰라고 칭한 이유는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 통해 무언가를 듣고 싶음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인터뷰라고 명시하고 만나는 공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친구로 만나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진짜 행복을 알고 싶었던 거였다.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나의 괜한 억지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그날 나는 1명이라도 좋으니 진짜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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