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건 오로지 ‘gracias’뿐

과테말라로 떠난 이유

by 전혜윰

멕시코에 도착해서 머리가 핑 돌았다. 하보를 만나기 전까지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환경에 땀을 삐질 흘렸다. 다행히 하보 덕분에 어려움 없이 편하게 여행했지만 우리가 직접 의사소통하며 해내가는 여행이 아니라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국에서 나름 1년 간 열심히 스페인어를 공부했는데 현지 와서 알아듣는 말이라고는 안녕을 뜻하는 인사말 ‘hola’와 감사함을 표현하는 말 ‘gracias’ 뿐이었다. 현지에서 스페인어를 매일 같이 들으니 공부해야 했다는 열정이 점점 커졌고 우리는 현지어를 배울 수 있는 어학원을 알아보았다.


멕시코시티는 값이 비쌌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나라를 찾아보았고 미국이나 유럽의 배낭여행객들이 중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물가가 저렴한 과테말라에서 어학원을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테말라의 어학원은 주 단위로 수강 신청이 가능했고 평일 5일 동안 매일 아침마다 4-5시간씩 수업을 하는 과정이었다. 게다가 수업하는 기간 동안 홈스테이에서 숙식이 가능해서 너무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신혼여행이니 일주일 정도만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주 20시간 말하기만 공부하면 여행을 위한 스페인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학원을 다닐 도시 후보는 총 3곳이었다. 화산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안티구아, 아티틀란 호수를 매일 볼 수 있는 산페드로, 온천이 있는 과테말라 제2의 도시 쉘라, 이 세 곳은 모두 치안이 좋아서 어학연수를 하러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였다. 안티구아는 화산트레킹으로 유명한 도시라 한국인들도 어학연수를 위해 많이 찾는 도시였고 산페드로는 멕시코시티만큼 값이 비쌌다. 어학을 배울 때 같은 나라 국가의 사람들이 모이면 언어가 늘지 않는 경험을 해 본 나는 한국인이 최대한 가지 않고 여행예산에도 많은 타격을 주지 않는 저렴한 비용의 도시로 가고 싶었다. 과테말라시티에서 가장 멀었지만 학원비가 산페드로의 절반 가격이었고, 또 우리가 사랑하는 온천이 있는 쉘라가 마음에 들었다.


쉘라에 있는 한 어학원에 문의를 넣고 우린 과테말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쉘라로 이동하는 길에 안티구아와 아티틀란 호수를 지나가야 해서 두 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푸에고 활화산을 볼 수 있는 아카테낭고의 도시 안티구아였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곳은 내가 오래도록 갈망하던 화산이 있는 곳이었고 과테말라를 가야겠다는 확신을 준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과테말라에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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