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친구 하보와 그의 가족들
숙박시설 중 에어비엔비를 선호한다.
호스텔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고,
호텔은 잠만 자는 것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비싸다.
물론 혼자 여행할 때는 값싼 호스텔을 이용하기도 하고
특별한 날엔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배낭여행에서는 에어비엔비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엔비 내에도 다양한 숙박 형태가 있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호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또한, 방이 여러 개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의 질이 높아야 하루의 기분과 몸 상태가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숙박시설이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고
최대한 평점이 높은 곳들 위주로 알아보다가 한 호스트의 소개 문구에 마음이 쏠렸다.
'저는 하비에르입니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쓸모없는 재능은 매운맛 알려주기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매운맛을 알려주는 게 재능이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심지어 평점 4.88점에 호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을 보니 예약을 안 하면 손해일 것 같았다.
머물 기간을 선택하고 결제를 하니 호스트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객실에 대한 정보와 도착하는 날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메신저였다.
한국으로부터의 긴 비행과, 정신없이 보낸 3일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멕시코행 새벽 비행기에 올라탔다. 하비에르는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조심히 도착했냐는 연락을 주었다. 공항에서 짧은 연락을 마치고 그의 에어비엔비에 도착했다. 빨간색 점퍼에 동그란 까만 안경을 끼고 있는 한 남자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좋은 아침이야! 나는 하비에르야. 짧게 줄여 하보라고 불러주면 돼. 호스트이고 너희의 체크인을 도와주러 왔어. 그리고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하보의 '언제든지 연락해'라는 말에 낯선 멕시코 땅에서 위안이 되었던 우리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았다.
"하보, 멕시코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뭐야?"
"하보,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맛있는 타코집은 어디야?"
"하보, 우리 죽은 자의 날 즐기러 왔는데 혹시 이벤트 정보는 어디서 봐?"
하보는 나와 현두가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축제를 즐기고 타코를 배우러 왔다는 사실을 아주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우리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멕시코 시티에 있는 일주일 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만났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고 하루를 잘 보냈는지 세심하게 우리와 소통해 주었다.
죽은 자의 날에는 분장하고 거리에 나가 어린이들이 하는 'trick or treat' 놀이를 경험시켜 주고, 하루는 대중교통 카드를 선물해 주며 멕시코 시티를 투어 시켜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날은 멕시코 음식 투어를 함께 하며 멕시코 전통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하보는 신나는 얼굴로 가족들을 소개해주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자리에 우리를 초대해 주었다. 결혼을 앞둔 그의 여자친구와 저녁식사도 함께하고 거리에 있는 상점 주인들에게 내 코리안 친구들이라고 우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타코를 배우고 싶다는 현두의 말에 하보는 그의 사촌, 앙헬을 연결해 주었다. 앙헬은 멕시코에서 요리한 지 오래되었고 수십 개의 타코 레시피를 가지고 있었다. 현두는 멕시코 시티에서의 마지막 날 밤, 앙헬에게 기가 막힌 타코 레시피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만약 한국에서 타코집을 차리면 언제든 가서 도울테니 연락하라는 인사를 했다.
"친구들, 나와 내 여자친구가 3년 뒤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야. 그때 멕시코로 초대할 테니 꼭 와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그동안 참았던 감사한 울컥임이 일렁였다.
사실 여행을 하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기약 없는 미래를 약속하는 것과도 같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에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은 어쩌면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연을 맺고 마음을 주는 게 어려워 더 거리를 두고 스스로 선을 그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하보는 아낌없이 곁을 내주었고, 우리가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는 꽉 닫혀 있던 우리 마음에 빈틈이 생기게 했다.
언제든 다시 만날 기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빈틈 말이다.
그렇게 우린, 3년 후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