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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Nov 28. 2023

멕시코에서 만난 코스타리카의 알렉스

계획은 틀어지는 게 배낭여행의 묘미

멕시코시티에서의 마지막 밤, 하보와 그의 가족들이 베풀어준 따스한 환대에 보답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현두와 함께 한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하보! 저녁에 혹시 잠깐 에어비엔비에 들를 수 있어? 우리가 맛있는 한식을 만들어줄게!’


나의 메신저에 하보는 매우 기뻐했다. 어떤 음식을 해주면 좋을지 고민 끝에 현두의 아이디어로 한식 퓨전 갈비찜을 하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식자재를 다듬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오랜만에 하는 요리가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매운 걸 좋아하는 그들을 위해 할라피뇨를 사용하고 멕시코의 식자재로 감칠맛을 더해 매운 갈비찜을 완성했다. 한 입 맛본 내가 감탄사를 저지르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건넸다.


“안녕? 나는 오늘 새로 체크인한 알렉스야. 저녁 준비하고 있는 거니?”


갈비찜의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찾아온 할아버지였다. 한 입 맛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코스타리카에서 휴가를 왔다고 한다. 현두는 웃으며 갈비 한 조각을 호호 불어 그에게 건넸다. 우린 한국에서 중남미로 신혼여행을 왔고 호스트에게 선물할 한식을 만드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상에, 이거 정말 맛있다. 이게 한국 음식이야? 나의 아내가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해. 게다가 요즘 한국어도 배우고 있어! 너무 반갑다!”


“오 정말? 멕시코에는 여행 온 거야? 아내분은?”


“원래 아내와 함께 오기로 한 여행이었는데 그녀의 직장에서 갑자기 휴가를 취소하는 바람에 함께 오지 못했어. 너희를 만났더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


그는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갈비찜 사진을 찍고 이어 말했다.


“신혼여행은 얼마나 하는 거야? 코스타리카는 여행할 예정이 없어?”


“3개월 동안 하기로 했고 코스타리카는 계획하지 않아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놀러 갈게. 만약 놀러 간다면 그때 맛있는 한식을 만들어줄게.”


그는 우리에게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우린 내일 과테말라로 스페인어 공부를 하러 떠난다고 말했다. 10일 정도 과테말라에 머무른 후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와 나머지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과테말라에서 코스타리카는 한 시간 반이면 가는데! 혹시 계획을 바꿀 생각은 없니? 내가 아내 지네트에게 물어보고 우리 집으로 너희를 초대할게.”


사실, 코스타리카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 줄 알았다. 찾아보니 중미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나라였고 트로피칼 기후라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동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나라였다. 이미 과테말라에서 멕시코행 왕복 항공권을 예매해 둔 상태라 고민이 되었지만 코스타리카를 가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았다. 현두와의 긴 논의 끝에 우린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변경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 항공권이라 고스란히 우리의 금전적인 손해로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재능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식자재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현지의 식자재로 응용하여 새로운 깊은 맛을 낼 줄 알았으며 음식을 통해 소통하는 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빛이 나는 근사한 능력이었다. 먹고사는 우리의 삶이 확장되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경험을 시켜주는 그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점차 다채로워졌다.


알렉스는 지네트와 통화 끝에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한국을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우리는 어떤 한식을 해줄까 밤새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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