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명 Mar 02. 2024

이제 달리기를 시작한 당신에게

지속가능한 달리기를 위한 제언

이 정도 제목의 글을 누르고 들어온 당신. 이제 막 5K나 10k 정도를 멈추지 않고 뛰어본 시점. 어쩌면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있진 않은가? 하프코스 정도는 조금만 더 연습하면 가능할 거라 생각한 적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기분 좋은 성장의 느낌. 어렵게 만든 좋은 습관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1) 자승자박, 소문으로 본인을 구속하라


아무리 좋은 일도 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온다. 몇 번의 타협이면 힘들게 구축한 루틴도 순식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다. 그런 습관의 사점을 넘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널리 알리는 거다. 매일 좀비처럼 회사에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넌지시 흘려보자. 내가 요즘 달리기를 시작했더니 밥맛이 좋아진 것 같다고. 다음 달쯤에는 대회도 준비 중이라고. 약간 재수가 없어도 어쩌겠는가. 일단 계속해서 달려 나가는 게 우선이다.


2) 모든 취미는 장비가 먼저다


달리기도 장비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신발부터, 스포츠용 워치, 각종 기능성 의류와 뉴트리션까지 이미 글로벌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달리지 않던 시절 구입했던 신발들이 뭔가 아쉬웠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쁜 신발이 아닌 성능이 좋은 신발을 하나 사자. 얼마나 빨라질지, 얼마나 편안할지 기대되지 않는가. 그렇게 또 운동장으로 나가는 거다. 무거운 핸드폰 대신 심박수까지 측정되는 시계만 차고 나가면 얼마나 편할까 뛰는 중간중간 페이스와 심박을 체크하는 모습은 진짜 러너 같지 않을까?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루틴을 튼튼하게 만든다.


3) 측정하고 기록하라, 모래에라도 써라


성장하는 느낌이 달리기의 큰 매력이다.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거리와 빨라지는 페이스. 쌓여가는 누적거리가 주는 자부심은 상상이상의 동기를 부여한다. 집에 스마트워치 하나쯤 있지 않은가? 없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정교한 GPS와 심박계가 탑재된 달리기 전용 모델을 구입할 찬스다. 시계와 연동된 어플들이 당신의 러닝서사를 빠짐없이 기록해 줄 거다. 시계가 없다면? 핸드폰이라도 들고뛰어라. 그것도 없다면 달리기 일지라도 쓰자. 야구나 축구에도 별의별 통계가 재미를 더해주지 않던가. 뭔가를  측정하고 기록하면 비교하고 경쟁할 수 있다. 타인이 부담스럽다면 어제까지의 나와 경쟁하자. 어제보다 형편없는 페이스로 망쳐버린 달리기라 할지라도 적어도 누적거리에 있어서는 오늘 달린 내가 위너다.


4) 항해에 함께할 동료를 만들어라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혼자였다면 적당히 타협하고 다시 잠들었을 수많은 새벽. 전날의 약속 때문에 눈 비비고 일어나 토끼처럼 달리고 온 날들이 허다하다. 크루도 좋고 동호회도 좋다. 심지어 직접 만나지 않는 오픈채팅방이라도 좋다. 누군가와의 약속, 누군가의 격려와 응원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확증편향을 활용하자. SNS에 달리는 친구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현시점 지구에서 제일 핫한 취미가 러닝이 아닐까? 착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새로운 신발과, 대회, 노하우 정보의 획득도 무시 못할 덤이다.


5) 대회에 참가하라


모든 대회장은 러너들의 축제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던 것인가. 나이키가 왜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었는지 한방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 좋은 긴장감에 들뜬 사람들, 신나는 음악. 그저 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응원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 평소에 달릴 수 없는 자동차 도로를 달리는 즐거움과 힘들 때 즈음 나타나주는 급수대. 피니시 라인 근처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마침내 받아 드는 완주메달.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과 술.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가 50가지는 된다. 하지만  대회 참가를 권하는 더 큰 이유는 적절한 목표가 세팅된 상태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점이다. 대회를 신청하고 나서 대회 당일까지의 짧지 않은 기간, 달려야 할 이유와 적절한 기준, 그에 따른 계획이 또 사람을 달리게 한다.


6) 이제 종교를 전파하라


몇 번의 대회까지 마치고 난 당신은 달리기 전과 다른 사람이다. 아마 더 많은 대회와 도시를 찾아 세계를 다니게 될 것이다. 몇 분의 기록단축을 위한 감량과 훈련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술까지 끊는 독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단순한 운동이 그렇게 중독성이 심하다. 건강검진의 각종수치가 좋아지고, 허리사이즈도 확실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가슴속에 단단한 자긍심이 가득할 거다. 전보다 덜 흥분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고,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을 거다. 이 모든 IF가 사실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다. 아! 그날이 오면. 이미 달리기의 열렬한 신도가 되어 복음을 전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사촌동생이 계속해서 달렸으면 한다]
이전 12화 Happily ever after.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