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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in education

welcome 2025.

by 오제명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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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오래 희망했던 사내 MBA과정에 합격했다. 1년간의 교과 과정 이수와, 금융 관련 자격취득을 목적으로 현업에서 제외시켜 주는 제도. 열심히 공부만 해도 월급을 준다. 개인이 부담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비용도 있지만, 1년간 주어지는 시간을 생각하면 감사한 수준. 심지어 학부 때도 안 해본 주사파를 한다. 매주 월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 수업이 있는 날에도 10시에 시작해서 3시에는 마친다. 아침과 저녁이 모두 있는 삶이다.

오랜만의 혼자살이가 만만하진 않았다. 1년간의 생활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는데 보름이 넘게 걸렸다. 방을 구하지 못해 부동산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다니기도 했고, 이불 없이 딱딱한 바닥에서 롱패딩을 침낭 삼아 자기도 했다. 어떻게 겨우겨우 세팅을 마치고 나니, 시간이 보따리째로 주어졌다. 갑자기 넘치는 시간. 며칠 동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시간을 바라만 보며 흘려보냈다. 얼마 지나고 나서야 하고 싶었던 일들을 사이사이 끼워 넣어본다.

[ 총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착실함은 좀 늘었으니 어찌 되지 않을까 ]

쫓기는 느낌이 부담스러워 자주 하지 못했던 아침 운동을 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청소와 빨래도 해본다. 저녁을 어떻게 만들어 먹을지 공들여 고민하고, 새로운 도시의 러닝코스도 찾아다니며 달린다. 간단하지만 직접 차린 아침을 먹고 학교로 가는 길. 이제 조금 익숙해진 서울시내버스에 부산으로 워케이션 오라는 광고가 보인다. 부산워케이션 이용자는 부산 전역에 촘촘하게 구축한 업무 공간, 대도시의 편리한 광역 교통망, 풍부한 해양 관광 자원, 하루 5만 원, 최대 50만 원까지 숙박비 지원, 5만 원 상당의 관광 바우처, 부산을 상징하는 기념품과 사무용품으로 구성된 웰컴키트 등 다양한 공간·환경·재정적 혜택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광고를 보고 부산에 갈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일하면서 관광도 즐길 수 있다니, 거기에다 부산을 상징하는 기념품까지 준다니 완전 러키비키잖아. 식상해진 밈을 떠올리다가 나도 공부와 휴가가 공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edu·ca·tion)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은 그대로 에듀케이션이 아닌가. 영어로 말장난하는 수준이라니. 역시 뭐라도 배우면 조금 괜찮아진다.

[우산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이라니, 갱상도에 안어울리긴 하다]

몇 일간의 휴가로 만들어낸 시간과, 규칙적으로 주어지는 시간은 쓰임이 다르다. 휴가를 통한 시간은 그간의 스트레스에 복수하며 흥청망청 보내기 십상이지만, 긴 시간 주어진 여유는 새로운 삶을 꿈꾸게도 한다. 휴가로 만들어낸 틈이 소모되며 사라진다면, 구조적으로 생성된 여유는 생산적으로 삶에 축적되는 느낌. 아무튼, 1년간의 에듀-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멋진 삶에 대한 욕심에 초조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도 자꾸 커져간다. 가슴이 두둥실 풍선처럼 가벼워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내년에는 즐거운 기록들을 좀 남겨볼까 한다. 어서 와 2025년.


[ 어서와 2025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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