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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s on your 1000th activity!

25년에도 중꺾마 정신으로!

by 오제명 Feb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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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8월 11일의 이야기.

“바둑을 이기려고 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돌 하나하나 정성들여 놓다보니 기성도 되고 명인도 됐지요.”

 가수 김광석은 바둑기사 조치훈의 글을 인용해 “1000 회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매회 한 줄 한 줄 정성들여 쳤지요. 그러다보니 1000회 되대요”라고 말했다.(김광석 앨범 ‘인생이야기’ 중에서) 이제는 팬들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은 김광석이 1995년 라이브 콘서트 1000회를 넘어섰다. 1988년 3월 서울 샘터파랑새극장에서 그룹 동물원의 일원으로 처음 공연을 펼친 이후 이날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펼친 두 번째 무대가 1000회가 되었다.

 김광석은 “많은 분들이 소감을 묻는다. 하지만 별 느낌이 없다고 말하려니 뭔가 실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광석은 “혼자 공연하겠다고 되는 건 아니다. 부를 노래도 있고 장소도 필요하며 거기에 보러오는 분들도 있어야 공연이 가능한 것일 터이다. 운이 좋았던지 많이들 찾아주셔서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한 숟가락씩 보태주니 잘 먹고 지낸다. 고맙다”고 특유의 유머로 노래 사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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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광석이 행님의 노래가 좋다. 라이브를 못 본게 풀지못할 한이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장거리 달리기를 했다. 조금은 아쉬운 결과였지만 4개월여 만에 30킬로미터를 넘긴 걸로 스스로 위로하며 돌아온 길. Strava어플에 'Kudos on your 1000th activity!'라는 메시지가 뜬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천 번을 뛰었다는 칭찬. 작은 숫자는 아닌 거 같아 자랑을 하긴 해야겠는데, 감정이 뭔가 애매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꼭 1000번의 달리기를 완성하겠다는 집념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천 번이니. 가만히 지난 5년을 돌아보려 노력해 봤다. 거제공설운동장의 트랙을 걷는 속도로 뛰기 시작하던 처음을. 운동화를 사고 워치를 사고 낯선 길을 찾아 달리던 시절들을. 많은 것을 인내했던 훈련의 순간들을 기억해 본다. 희로애락이 4K로 되살아나면 좋겠지만, 역시나 덤덤한 마음. 꾸준한 달리기 덕에 웬만해선 심장이 요동치지 않지만, 차분한 심박에도 솟아오르는 게 있긴 했다. 95년 8월에 김광석이 했던 말을 문장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겠다는 느낌 이었는데. 무언가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선 무심한 편이 좋다는 생각에 가깝다. 유별나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밥 먹고 숨 쉬듯이.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오래 하다 보면 탁월해질 수도 있다. 비범함의 뒤편에는 수 없이 쌓인 평범한 하루가 있다. 25년에도 중꺽마정신으로. Kudos on your normal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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