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글지 않은 이파리가 새삼
눈부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둥그런 희망 안고 배시시
웃고 있는 소녀의 살결은
뽀얗고 아슬아슬한 연두
감히 닿을 수 없어 빤히
들여다만 보는 동공에
끝내 진해지다 시드는 내일이 비친다
그렇겠지, 라고 중얼대며
다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봄풀의 노래가 저항하듯 터져 나온다
지금과 꿈과 어리석음을
찬미하는 목소리에 놀라는 두 눈과
시든 내일의 앞에 새로이 적히는 시구
욕심이 많아 맑음을 독차지한
소녀가 영원한 연두를 뽐내며 읊조린다
잠을 거절하는 발칙한 새봄의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