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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by 문창승

영글지 않은 이파리가 새삼

눈부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둥그런 희망 안고 배시시

웃고 있는 소녀의 살결은

뽀얗고 아슬아슬한 연두


감히 닿을 수 없어 빤히

들여다만 보는 동공에

끝내 진해지다 시드는 내일이 비친다


그렇겠지, 라고 중얼대며

다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봄풀의 노래가 저항하듯 터져 나온다


지금과 꿈과 어리석음을

찬미하는 목소리에 놀라는 두 눈과

시든 내일의 앞에 새로이 적히는 시구


욕심이 많아 맑음을 독차지한

소녀가 영원한 연두를 뽐내며 읊조린다

잠을 거절하는 발칙한 새봄의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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